'ML 진출' 고우석 "아직 메이저리거라 생각 안 해…로스터 진입이 먼저" [일문일답]
(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조은혜 기자)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계약을 마치고 입국했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와의 계약을 입단 계약을 마치고 6일(이하 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4일 "우완 불펜 투수 고우석과 2026년 상호 옵션이 포함된 2년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와 2년 총액 450만 달러(약 58억 9000만원)에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와 KT 위즈의 한국시리즈가 LG의 29년 만의 통합우승으로 끝나고 그 이틀 뒤인 2023년 11월 15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4일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LG 고우석, 키움 이정후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받고, 오늘(15일) '해당 선수는 각각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구단 소속 선수임'을 통보하였다"고 밝혔다.
이후 LG 구단의 포스팅 허락이 떨어졌고, KBO는 11월 28일 "LG 구단의 요청에 따라 고우석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30개 구단에 포스팅해줄 것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12월 4일자로 포스팅 공시가 된 고우석의 계약 마감일은 한국시간 기준 1월 4일 오전 7시.
이정후가 샌프란스코 자이언츠와 먼저 계약을 맺었고, 고우석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한 달을 보냈다. 그대로 미국 무대에 대한 꿈이 접히나 싶었으나, 계약 마감일 직전 극적으로 샌디에이고행이 성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샌디에이고는 5일 구단 공식 SNS를 통해 고우석의 입단 인사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홈구장인 펫코파크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영상을 촬영한 고우석은 "Hello, Padres. My name is Go. Nice to meet you"라고 영어로 운을 뗀 뒤 "만나서 너무 반갑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몸을 잘 만들어서 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다음은 고우석의 입국 후 일문일답.
-미국 진출 소감은.
▲일단 엄청 급하게 일들이 일어나서 아직 얼떨떨한데, 이렇게 (취재진) 앞에 있으니까 또 실감난다. 기분 좋다.
-계약이 성사됐을 때의 느낌은 어땠는지.
▲사실 계약하기 직전까지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딱 7분 남기고 계약이 성사되고 기쁠 줄 알았는데, 안도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계약 조건을 들었을 땐 어땠나.
▲그냥 오퍼가 들어온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에이전시가 설명을 잘해줬다.
-샌디에이고에서도 일정이 급박하게 진행된 걸로 알고 있는데. 치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도착해서 쉬는 시간 없이 뭔가를 많이 해서 여기 있는 것도 실감이 잘 안 난다(웃음).
-A.J 프렐러 단장 등 구단 관계자들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일단 야구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 그리고 적응을 하는 부분에 있어 많은 도움을 주겠다고 얘기를 들었다.
-다르빗슈 유도 만났다고.
▲운이 좋게도 그때 운동을 하러 와서 만났다. 사진도 찍었다.
-샌디에이고라는 도시는 가본 적이 있었나. 이번에 가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샌디에이고를 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날씨는 더웠고, 눈에 담기는 장면들을 보면서 도시가 아름답다고 느꼇다.
-가족들, 특히 장인어른 이종범과 처남 이정후의 반응은 어땠나.
▲가기 전에 비행기 타려고 했을 때, 그때 축하한다고 연락이 많이 왔다.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고 계셔서,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본인에게 메이저리그란 어릴 때부터 어떤 의미였고, 이번 미국 진출이 야구 인생에서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사실 아직 첫 등판을 하지 않아서 메이저리그에 대해 엄청 와닿는 건 아직 크게 없다. 경쟁을 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잘 이겨내서 로스터에 들어간다면 그때 실감이 날 것 같다.
-데뷔전을 서울에서 치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부분도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다.
▲그 부분이 신기하기도 하다. 그치만 방금 전에 말씀드렸듯 아직 경쟁을 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아직은 내가 '메이저리거다' 이렇게 얘기하기는 조금 성급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몸을 잘 만들어서 서울에서 첫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잘해 보겠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머릿속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계속 말씀드린 것처럼 아직 내가 메이저리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일단은 메이저리거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뭔가 나의 능력을 보여줘야 진짜 메이저리거라고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하성과 한솥밥을 먹게 됐는데. 연락은 받았나.
▲내가 먼저 정후에게 물어봐서 연락처를 받아 연락을 드렸다. 하성이 형이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외국으로 가서 야구를 하는데, 같은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 그리고 대표팀에서 만났던 선배가 있다는 게 마음에 안정이 조금 생긴다.
-올해 미국 도전을 하지 않고 1년 뒤 FA 자격을 얻어서 도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 특별히 올해 나가게 된 이유가 있다면.
▲사실 포스팅 준비는 작년 시즌 시작하기 전부터 했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팀이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나도 신청을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도 든다. 운 좋게도 팀원 모두가 잘해줘서, 나는 발만 담그고 있었는데 우승을 했고 그런 기쁜 순간에 포스팅이라는 선택을 해야 했다. 일단 나라는 선수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느냐, 그런 게 궁금해서 신청한 게 가장 컸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 언론에서는 많은 얘기들이 나오긴 했지만 얘기만 나왔지 적극적으로 오퍼가 그렇게 빨리 들어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는데, 막판에 들어와서 그때 고민을 많이 했다.
FA를 1년 앞두고 (포스팅을) 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FA로 가면 더 이득인데 왜 그런 선택을 했냐'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LG 트윈스를 떠나는 거긴 하지만 또 LG 트윈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포스팅으로 나가는 선택을 했다.
-LG 트윈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고 얘기했었는데, 그런 생각이었던 건지.
▲아무래도 LG라는 그룹이나 구단에 내가 남기고 가는 부분은 사실 다른 대형 계약에 비해 엄청 작다. 그럼에도 나 개인의 꿈인데, 그런 것들을 지지해주고 믿어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것 같다.
-계약이 거의 마지막에 성사되면서 마음고생도 있었을 것 같은데.
▲사실 나보다는 에이전시가 마음고생이 컸다. 나는 선수이기 때문에 만약에 (계약이) 되지 않는 부분도 고려를 해야 하니까, 되지 않는다면 지금껏 준비했던 대로 다시 LG에 가서 야구를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 순간에 좋은 계약을 해줘야 하는 에이전시가 정말 고생을 많이 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직 메이저리그가 된 건 아니라고 말했는데, 남은 시간 어떤 부분을 채우고 싶나.
▲일단 이제 1월 초니까, 2월 중순쯤 아마 (연습경기) 첫 경기를 들어가게 될 텐데, 그 시간 동안 몸을 잘 만들어야 하는 게 가장 첫 번째인 것 같다. 연습경기를 하면서 타자들과 승부를 해보고 이길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 정말 로스터에 들어야 메이저리거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의 일정은.
▲일단은 잠실에 있는 집에 가서 좀 쉬고, 다음 주부터 원래 하던 대로 운동하면서 일정을 계속 조율해야 할 것 같다.
-미국에서 팬들이 'WS GO'라는 이름을 월드시리즈에 가자는 식으로 해석하는데. 그런 얘기는 들었는지.
▲내가 본 건 내 이름이 워낙 좀(웃음), 그런 것만 봤다. 기분이 나쁘거나 이런 게 아니라 일단 이름은 제대로 알렸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좋은 쪽으로 해석을 할 수 있는 거고, 유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있어 이렇게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웃음).
-LG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어떻게 보면 미국에 가야겠다는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그 결정이 좀 어렵게 느껴졌던 건 LG 트윈스라는 구단과 팬들의 그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주신 응원과 사랑이 너무 감사했다. 하지만 영원히 떠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발전해서 와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내가 못하면 또 짧게 있다가 올 수 있다(웃음). 짧은 시간이라도 잘 발전해서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이다. 또 내 개인의 꿈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많이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계약하고 나서 LG 선수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사실 비행기 타는 날까지도 잠실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짐작을 한 건지, 진짜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가는 걸 알고 있는 선수들도 있었고, 모르고 있는 선수들도 많아 연락이 진짜 많이 왔다. 잠실에서 만나서 인사드리겠다고 했다.
-차명석 단장, 염경엽 감독과는 연락을 했나.
▲계약 직후에 바로 전화해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축하해주셨고, 덕분에 더 좋은 계약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 후임으로 유영찬을 지목했다. 해주고 싶은 얘기는.
▲잘하지 않을까. 의심의 여지 없이 잘할 것 같다.
-메이저리그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진짜 메이저리거가 된다면, 제대로 한 번 더 해보겠다.
2017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고우석은 입단 첫해부터 올해까지 정규시즌 통산 354경기 368⅓이닝을 소화해 19승26패 6홀드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특히 2019년부터 5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고,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자리잡았다.
고우석은 입단 첫해였던 2017년 25경기 26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4.50으로 가능성을 나타낸 데 이어 이듬해 56경기 67이닝 3승5패 3홀드 평균자책점 5.91로 전년도보다 훨씬 많은 기회를 받았다.
고우석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 건 2019년이었다. 그해 65경기에 등판, 71이닝 8승2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를 마크하면서 LG의 새로운 클로저로 발돋움했다.
매 시즌 과정이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고우석은 2020년 40경기 41⅔이닝 4패 1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10으로 전년도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63경기 58이닝 1승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로 반등에 성공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고우석은 2022년에도 그 흐름을 그대로 이어갔다. 그해 61경기 60⅔이닝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커리어 하이 달성과 함께 세이브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타이틀 홀더가 된 건 프로 데뷔 이후 처음. 고우석의 호투와 함께 팀도 4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23년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로 승선했으나 담 증세로 대회에서 한 경기도 소화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개막 직전에는 우측 어깨 회전근개 근육 극상근 염증 진단을 받으면서 전열에 이탈했다.
4월 18일에야 첫 등판에 나서며 늦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5월 다시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6월 복귀 마운드에 올랐다. 이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마무리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한 뒤, 휴식을 취하며 한국시리즈를 준비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44경기 44이닝 15세이브, 3승8패, 평균자책점 3.68. 몇 번의 부상으로 시즌 자체도 평탄하지 않았지만, 한국시리즈 역시 순조로운 길을 걷지는 않았다. 한국시리즈 직전 허리 근육통이 찾아 왔고, 중요했던 1차전 동점 상황에서 결승타를 허용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3차전에서는 한 점으로 앞선 상황 박병호의 투런포 포함 3점을 허용하면서 무너졌다 오지환의 드라마같은 역전 스리런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리고 5차전, 결국 29년 만의 LG 우승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진 건 고우석이었다.
고우석은 한국시리즈 5차전 팀이 6-2로 앞서 있던 9회초 박경수를 3루수 파울플라이, 조용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배정대에게 2루수 뜬공을 이끌어내고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불안한 모습 없이, 마무리다운 마무리. 그렇게 고우석은 또 한 번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팀의 우승을 완성한 후 미국 진출이라는 꿈까지 이뤄냈다.
◆고우석 2017~2023년 연도별 정규시즌 성적
-2017년: 25경기 26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4.50
-2018년: 56경기 67이닝 3승 5패 3홀드 평균자책점 5.91
-2019년: 65경기 71이닝 8승 2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
-2020년: 40경기 41⅔이닝 4패 1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10
-2021년: 63경기 58이닝 1승 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
-2022년: 61경기 60⅔이닝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
-2023년: 44경기 44이닝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
사진=인천공항,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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