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人사이드]화제의 맥도날드 CM 주인공…왕따 딛고 아티스트 된 가수 아노

전진영 2024. 1.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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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사회 통념 구애받지 않는 콘셉트로 주목

일본 맥도날드 CM으로, 한동안 우리나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화제가 됐던 노래가 있습니다. 단발머리 소녀가 나와 광고하는 노래였는데, 가사가 꽤 파격적이라 알려지게 됐죠. 맥도날드 광고인데 "나는 손님들에게 웃어주지 않을 거야", "나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 세상을 튀겨버릴 거야" 등의 가사였는데요.

이 노래를 부른 주인공은 일본에서 '4차원 가수', '악마돌'로 불리는 가수 아노입니다. 독특하다고 불리지만 사실 여러 가지 시도로 고정관념을 깨는 가수로, 최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까지 진행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아픈 과거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뮤직비디오 '스마일 아게나이' 속 아노.(사진출처=아노 공식홈페이지)

아노의 정확한 나이는 사실 공개한 적이 없고, 팬들은 1997년생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아노는 예명이고 본명은 시미즈 아야노인데요. 꽤 힘든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 폭력에 시달려 교실 대신 보건실에서 지냈고, 고등학교는 입학하고 얼마 안 있어 자퇴했는데요. NHK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학교폭력이 가벼운 장난으로 넘길 수준이 아니었고, 반에 있을 때나 부활동을 할 때나 지속해서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후 등교를 거부하고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데요. 부모님이 식사를 방 문 앞까지 배달해야 했을 정도로 사람을 싫어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음악을 하는 원동력은 당시에 생긴 복수심과 증오에서 나온다"고 밝히기도 했죠.

화제가 된 것은 아노의 말투입니다. 아노가 여성 가수임에도 불구, 인터뷰나 노래 가사에서 본인을 '보쿠(僕)'라고 칭하기 때문인데요. 전통적으로 일본에서 남성이 본인을 지칭할 때 쓰는 인칭대명사죠.

물론 최근에는 여성과 남성이 쓰는 언어를 나눠선 안 된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 고정관념을 깨는데 아노가 일조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와타시(私)', '보쿠(僕)', '오레(俺)' 등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자기 뜻에 맞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무대에서 공연 중인 아노.(사진출처=아노 인스타그램)

실제로 아노는 지난해 공개한 애니메이션 체인소맨의 엔딩 테마곡 '츄, 다양성'이라는 노래로 본인은 이같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임을 세간에 드러냈습니다. 제목에 '다양성'을 넣은 까닭은 "내가 다양성의 대표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처음에는 독특한 사람으로 시작했다가 점차 사회의 통념을 깨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여기에 일본 맥도날드 CM으로 '스마일 안 해 줄 거야'라는 노래를 내는데요. 일본 맥도날드에서는 손님에게 기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스마일'을 주문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공짜인데, 손님이 요청하면 종업원이 웃어주는 것이 원칙이라는데요. 우버이츠 등 배달을 시킬 때도 옵션에 스마일을 추가할 수 있는데, 포장지에 스마일을 그려서라도 손님의 요구에 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여기에 '내가 당신에게 왜 웃어줘야 하느냐'는 제목과 가사로 맞서는데요.

뮤직비디오 '스마일 아게나이' 속 아노.(사진출처=아노 공식홈페이지)

아노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나에게 목소리, 말투 등에 대한 비판이 따라다닌다. 내가 신기하다고 한다"며 "그러나 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같은 말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 더 기분 나쁘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본인을 '보쿠'라고 칭하는 것에 대해서도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아노라는 장르 안에서 살고 있다. 내가 아티스트인지, 탤런트인지 뭐든지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는데요.

무엇보다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너무 거창하지만, 나처럼 살아도 좋다고 여러 사람이 생각하는 세상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세상이지 않을까"라며 "앞으로도 나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마무리했습니다.

처음 아노가 데뷔했을 때 '중2병 콘셉트인가', '어딘가 이상한 것 같다'라는 악플과 비판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요즘은 이를 아티스트의 한 영역, 그리고 가치관으로 인정하는 여론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그가 말하는 대로 세상이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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