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양유업 초코에몽 불매 안해도 되는 걸까요?” [신동윤의 나우,스톡]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그럼 이제 남양유업 제품 사먹어도 되는 걸까요?”
최근 기자의 지인 A(32·여) 씨가 사석에서 한 말입니다. 초콜릿맛 우유 중에선 단연 ‘초코에몽’이 으뜸이지만, 남양유업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보니 참고 있었다는 것이 A 씨의 설명인데요.
대리점 갑질, 허위 연구 결과 발표,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투약 사건 등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사과를 하지 않는 오너가(家)의 모습에 화가 나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지금껏 ‘남양유업 제품 안 사먹기’를 최대한 지켜나가고 있었다는 겁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오너가가 물러난 것으로 ‘불매 운동’ 모드를 풀어도 되냐는 것이죠.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이 60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회사 이름 자체가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자신의 ‘남양 홍 씨(南陽洪氏)’ 본관을 따 설립했을 정도로 오너가(家)가 빠진 남양유업은 상상할 수 없었는데요. 그 일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바로 지난 4일 대법원이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한앤코 손을 들어주며 홍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새롭게 남양유업호(號)의 조종간을 잡게 된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 52.63%를 2107억원에 인수한 뒤 주주총회를 통해 새 이사진을 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영권을 타의에 의해 놓게 된 홍 회장이 협조한다면 오는 3월 정기 주총 전 임시주총을 통해 새 이사진이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요.
한앤코가 내세울 남양유업 새 경영진에게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회사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물품 강매 사건, 이른바 ‘대리점 갑질’ 사건이 알려진 이후 대대적인 소비자 불매 운동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이후 ▷홍 회장의 경쟁업체 비방 댓글 지시 논란 ▷대표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연구 결과 발표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 등으로 불매 운동의 불길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불매 운동의 결과 업계 2위 자리를 매일유업에 넘겨주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업계에선 한앤코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전(前) 오너가인 ‘남양 홍 씨’의 색채가 짙은 사명을 변경할 가능성이 충분하단 반응도 나옵니다.
한앤코는 다수의 성공적인 기업 인수 이력을 보유한 국내 사모펀드로 평가 받습니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 정상화에 돌입함과 동시에 속도감 있게 사업 구조에 대한 재편은 물론, 재무 개선을 위한 자산 효율화 작업에도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0년 이후 3년 연속 적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엔 매출 9646억원, 영업손실 86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죠. 작년 1~3분기에도 28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특성 상 최종 목적인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 수익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며 “새로운 경영진은 공격적인 시장 공략은 물론, 적극적인 주가 부양 정책 등을 펼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주가엔 긍정적 요소”라고 평가했습니다.
증권가에선 한앤코가 과거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한 후 5년 만에 인수 가격의 두 배 넘는 가격에 매각한 경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엄수진 연구원은 “최근에도 한앤코는 여러 제조·해운·유통·호텔 분야 기업들을 인수했다”고 설명했죠.
금융투자업계에선 한앤코가 기존 남양유업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긴 한데요. ‘블라인드’ 등 온라인 익명게시판에선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수도 있다”, “대량 명퇴+고령 직책보임자 교체 수순. 내부 분위기 어수선”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죠.
한앤코가 재무 개선을 위한 자산 효율화 작업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있습니다. 비영업자산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 되는데요. 대표적인 비영업자산으론 2000억원대로 가치가 거론되는 서울 강남구 소재 본사 건물이 있습니다.
남양유업 주식에 투자한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단연 주가의 향후 흐름 전망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양유업 주가는 최근 들어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거래일인 전날 종가 기준 남양유업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54%(1만5000원) 오른 6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5일 장중 남양유업 주가는 64만5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죠.
조금만 시점을 넓혀서 보면 남양유업 주가가 대법원 판결에 앞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올랐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불과 한달 전이던 지난달 5일 종가 기준 남양유업 주가는 45만8500원에 불과했습니다. 종가 기준 최고점인 지난 2일 62만2000원까지 주가가 35.66%나 상승했죠.
여기에 행동주의 펀드가 한앤코에 공개매수를 촉구하고 나선 점도 주가엔 긍정적으로 작용한 전망입니다.
지난 4일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한앤코에 조속한 경영 정상화에 힘 써달라며 소수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2만원으로 현 주가보다 약 40% 높은 수준이죠. 82만원이란 가격은 한앤코가 남양유업 지분을 인수할 때 매긴 가격입니다. 차파트너스는 “경영권 변동 시 일반주주들에게도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에 지분 매도 권리를 부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죠.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남양유업 주가가 다시 100만원을 넘어 ‘황제주’에 등극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에 기대감을 보이는 사람도 상당하단 전언입니다. 앞서 남양유업의 주가는 지난 2013년 4월 장중 116만8142원(수정주가 기준)을 기록한 바 있으며 그해 2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황제주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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