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 끌어냈지만…"왜 서이초 교사 사건은 해결 안되나요?"

이후연 2024. 1.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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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앞 서이초 사거리에서 초등 교사 A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나왔는데, 정작 이 사건은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는 것 같아요. "
4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1인 시위 중이던 초등 교사 A씨는 검은 피켓을 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피켓에는 서이초 사건 재수사와 고인에 대한 순직 인정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교사는 “고인과 개인적 친분은 전혀 없지만, 이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지방에서 왔다”며 “다른 교사들도 다 서로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같은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교사 단체, 다음 달까지 재수사 요구 시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여파가 해를 넘어 계속되고 있다. 서이초 사건은 지난해 7월 서이초 교내에서 20대 여성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고인이 숨지기 전 담임을 맡았던 학급에서 특정 학부모로부터 과도한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지난해 11월에 ‘무혐의’ 종결됐다. 학부모 등으로부터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부 교사 단체들은 여전히 ‘경찰 수사가 잘못됐다’며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사일동·교사유가족협의회 등은 다음 달 말까지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 등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서이초 이후…교권보호4법·아동학대법 개정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이초 진상규명 및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수사와 별도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은 교직 사회를 가장 크게 변화시킨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의 사망 원인이 ‘학부모 갑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교사 집단의 분노가 폭발했다. 전국적으로 숨진 교사의 49재(지난해 9월 4일)를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해 휴업하자는 논의가 있을 정도였다.

이후 이른바 ‘교권보호 4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이 마련되는 등 교사의 교육활동 지위 권한이 강화됐다. ‘교권보호 4법’의 핵심인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복지법 17조가 금지하는 신체적·정서적 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학부모(보호자)가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학교 민원은 교장이 책임진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 지도는 아동학대가 될 수 없다는 아동학대법 개정안도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사들 “고인에 죄송…순직 위해 공무상 재해 인정돼야”


공교육 멈춤의 날인 지난해 9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교사들은 고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기 때문에 아직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서울의 한 초등 교사는 “보수적이고 잘 안 나서려는 교사들이 이렇게 집단행동을 한 건 고인과 유가족께 정말 죄송하지만 고인 사건이 불러온 큰 분노 때문”이라며 “그런데 정작 그 사건이 ‘개인의 죽음’으로 종결돼 버리면 너무 죄송스럽지 않나”라고 했다.

무엇보다 순직 판정을 받기 위해선 공무상 재해가 인정돼야 하는데, 수사 기관의 조사 결과가 중요하다. 한 교사단체 관계자는 “전국적인 교권 회복 운동의 계기가 된 사건인 데다가, 이 사건의 조사 결과가 앞으로 유사 사건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규모 교사 집회를 열었던 '전국교사일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을 찾아 '서이초 진상규명 및 순직인정,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 등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서이초 사건에 대한 무혐의 종결과 별개로, 따로 접수된 사건에 대한 조사는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8월 실천교사교육모임은 검찰에 이른바 ‘갑질 의혹’이 제기된 학부모 4명을 고발했는데, 해당 사건이 경찰에 이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조사에 대해 5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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