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축소사회 속 한국교회의 길
매년 이맘때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가 열린다. 올해도 1월 9~12일 ‘All Together, All On’(모두를 위한 모든 기술의 활성화)라는 슬로건으로 세계적인 기술이 한자리에 모여 각축전을 벌인다.
올해 주요 주제는 인공지능(AI)이다. AI가 다양한 산업에 어떻게 적용되고 융합되는지, 그래서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할지를 미리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생성형 AI 챗봇인 챗GPT가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올해는 ‘스스로 생각하는 AI’가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 AI 석학으로 꼽히는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24년에는 더욱 크고 성능이 뛰어난 AI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다. 스스로 의심할 줄 아는 AI가 그 시작”이라고 밝혔다.
AI 등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경계하는 목소리 못지않게 교계에는 축소사회에 대한 우려가 높다. 사라지는 교회학교, 통폐합되는 청년부, 급감한 결혼과 출산은 한국교회의 암울한 현실이다. 탈기독교화도 문제지만 축소사회는 인구의 토대가 무너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사들은 교회가 축소사회를 어떻게 맞이하고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한국교회가 축소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 부흥 시대에는 교회가 사람들을 방주 안으로 모아들였다면, 이제는 세상 속으로 파견되는 교회가 돼야 한다. 선교적 교회가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CES 키워드 중 ‘연결(link)’에 주목한다. CES 기조연설에 나서는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 겔싱어는 “AI가 기술과 인류 간 상호 연결을 촉진하는 근본적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개인과 개인, 세대와 세대, 개인과 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을 연결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면 희망이 있다. 연결이란 교회를 건축물이나 물리적 공간이 아닌, 세상 속에 스며들어 소외된 이들과의 연계를 구축하고 소멸되는 지역과 하나 되게 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인구소멸 시대에 지역사회와 협력해 주민들을 돌보고 그들의 따뜻한 이웃이 될 수 있다.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교회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동참하는 출산의 성경적 가치를 교육하고 아이 돌봄을 실천하며 가정을 축복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이주민 300만 시대에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환대하고 포용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회가 고립된 개인과 사회의 연결고리가 될 때 건강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성도들이 한곳에 모이지 못해도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같은 믿음을 고백하고 예배의 본질을 지킬 수 있었다. 성도들은 코로나의 혼란 속에서도 하나님 말씀을 갈망하고, 영적 평안을 바랐다.
같은 원리를 축소사회 속 한국교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이 소멸되더라도 ‘홀리 브리지(Holy Bridge)’로서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 곳곳을 연결하는 접점이 된다면 축소사회에서도 희망을 주는 빛과 소금으로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갑진년 새해에는 한국교회가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추구하면서 세상 속으로 나아가 지친 이들을 돌보고 고립된 이들을 연결해 영혼의 갈망을 채워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올해 9월에는 세계 복음·선교올림픽인 제4차 로잔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전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의 영향력과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대회다. 이 대회를 통해 AI 시대 복음화와 세계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교회론을 재정립해 축소사회 속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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