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만 보던 로켓이, 경계 하던 가을이… 새 가족 만날 준비됐어요 [개st하우스]
2년 교육 끝에 마음 열어
후견인 지윤씨 수천만원 지원
“변화 이끈 훈련사 끈기 대단”
지난 11일 서울에서 차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기도 파주 유기견 훈련소의 야외 교육장. 갈색 진돗개 한 마리가 “손” “엎드려” “안겨” “뽀뽀” 훈련사 구령에 맞춰 척척 개인기를 선보입니다. 명견대회 참가견 못지않게 영리해보이는 이 녀석. 어쩐지 낯익죠. 2년 전 ‘북한산 탈장견’으로 유명해진 6살 진돗개 로켓이입니다.
당시 로켓이는 축구공만 한 내장이 튀어나온 채 북한산을 떠돌던 들개였습니다. 등산객들이 던져준 음식 덕에 1년이나 연명했지만 탈장 부위가 괴사해 위독한 상태였습니다. 로켓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은 이곳저곳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북한산관리공단, 동물단체 등이 무려 10여 차례나 출동했지만 구조는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산세가 험한데다 로켓이 경계심이 너무 강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로켓이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로켓이를 구하기 위해 수천만원의 비용을 감당한 시민 안지윤(40 가명)씨입니다. 지윤씨는 고난도 포획 전문가인 구조단체 리버스에 로켓이 구조를 의뢰했고, 리버스는 영하 20도의 산속에서 48시간을 대기한 끝에 로켓이를 구조하는 데 성공합니다(2021년 12월 18일자 보도 ‘튀어나온 내장’… 북한산 탈장견에게 찾아온 9개월의 기적).
포획된 로켓이는 동물병원에 옮겨져 탈장 제거수술을 받은 뒤 지윤씨 자택에서 1년간 회복한 뒤 훈련소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문제는 입양이었습니다. 후견인 지윤씨는 해외 출장이 잦은 직업 특성상 로켓이의 가족이 될 수 없었고, 그렇다고 로켓이가 평생 훈련소에서 생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로켓이가 국내 반려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18㎏ 대형견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북한산 탈장견’이라는 꼬리표도 부담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차례의 입양 노력이 실패로 끝난 절망적인 상황. 국민일보 개st하우스 팀은 북한산에서 구조된 뒤 꼬박 2년이 지나도록 평생 가족을 찾지 못한 로켓이를 지난 11일 유기견 훈련소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로켓이가 교육받고 있는 유기견 훈련소 ‘다시너에게봄을’(다너봄)은 일종의 ‘문제견 학교’입니다. 일반 훈련소 등에서 교육에 실패한 들개와 유기견, 피학대견들이 주 교육대상이죠. 훈련사는 “매년 타 단체에서 교육을 포기한 개 100마리가 거쳐간다”고 설명합니다.
구조 이후 지윤씨 자택에서 요양하던 로켓이는 집구석에 웅크린 채 지윤씨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회피하는 소심한 개였습니다. 극적인 변화가 생긴 건 훈련소 입소 후 4개월 뒤. 비로소 훈련사 품에 와락 안기며 마음을 연 겁니다. 앞서 훈련사가 손에 올린 음식을 받아먹고, 차츰 ‘앉아’ ‘손’ ‘엎드려’ 등 기초 구호를 수행하며 훈련에 적응해가던 로켓이의 마음이 확실하게 열린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로켓이는 낯선 사람 곁에서도 휴식하는 느긋한 개로 변신했습니다. 훈련사는 “보호자가 아닌 제3자를 신뢰하는 것은 반려견에게 꼭 필요한 성향”이라며 “로켓이가 사람과 신뢰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렇게 1년간 교육받은 로켓이는 지금은 훈련사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는 우등생이 됐습니다. 실제 만나본 로켓이는 이름을 부르자 조심스레 다가와 손을 핥고, 인솔자와의 산책·개인기 동작까지 실수 없이 해냈습니다. 가정견들의 흔한 어리광이나 잔짖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훈련을 마친 뒤 후견인 지윤씨의 품에 안기는 모습은 엄격한 훈련을 거친 도그쇼 출전견처럼 품위 있고 당당해 보였습니다.
사람이 무서워 집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벽만 바라보던 로켓이가 달라진 비결은 뭘까요. 훈련사는 뜻밖에 ‘음식먹기 성공’을 꼽았습니다. 훈련사에 따르면 마음을 닫은 개들은 사람이 주는 걸 먹지 않고 그냥 굶어버린다고 합니다. 그런 개들의 경우 사람이 손으로 주는 음식을 먹기까지 보통 몇 개월 이상 걸립니다. 대신 이 과정을 넘기면 이후에는 간식 보상을 통해 어떤 동작이든 가르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로켓이도 지난 1년간 부지런히 먹었습니다. 훈련사와 후견인은 로켓이가 무서워하는 다양한 일상공간을 찾아다니며 로켓이에게 간식을 줬습니다. 로켓이는 행인이 많은 길가에서 먹고, 차량이 가득한 도로변에서도 먹고, 차 안에서도 간식을 받아먹었죠. 그렇게 열심히 먹으며 로켓이는 마침내 경계심을 풀고 사람과의 공존에 익숙해졌습니다.
구조자들에게도 로켓이의 이런 변화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현장에 동행해 2년만에 로켓이의 변화를 목격한 리버스 김용환 대표는 “지금껏 구조한 1000마리의 들개 중 로켓이만큼 마음을 연 경우는 손가락에 꼽는다”면서 “변화를 이끌어낸 훈련사들의 끈기가 대단하다”고 감탄했습니다.
로켓이의 훈련비를 책임지고 귀국할 때면 틈틈이 로켓이의 교육을 돕고 있다는 후견인 지윤씨는 “북한산에서 구조돼 치료받던 들개에서 어느덧 반려견으로 거듭나니 꿈만 같다”면서 “부디 좋은 가정에 입양돼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너봄에 입소한 개들은 유기견, 들개, 피학대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뭐라고 부르든 전부 사람이 버리고 학대하고 방치한 동물들이라는 건 명백합니다. 좋은 보호자를 만나 사람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것 역시 사람들의 몫입니다.
입양은 곧 문제견 학교에서의 졸업을 뜻합니다. 다너봄의 엄격한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졸업을 애타게 기다리는 견공은 또 있습니다. 3살 수컷 말라뮤트 가을이입니다. 가을이는 취재진의 손에 스스로 얼굴을 내밀고, ‘터치’ 명령어에 맞춰 30㎏의 거구로 인솔자의 품에 안기는 다정한 녀석입니다. 경기도 평택의 한 폐가에 묶인 채 아사 직전 구조된 녀석은 낯선 사람이 다가가면 경계성 짖음을 하는 습관으로 해외 입양을 거절당했습니다. 하지만 6개월간 사람 손길을 반기는 교육을 받았고, 현재는 경계성 짖음을 완전히 극복해냈습니다.
성실하게 훈련소 교육을 마치고 반려견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친 두 견공, 로켓이와 가을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설명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18㎏ 진도 믹스견, 암컷(중성화o) 5살
-차분하고 얌전한 성격. 다른 개, 고양이와 잘 지냄
-배변패드를 잘 사용함. 잔짖음 없음
-하루 1~2회 산책, 월 1회 근황을 공유해줄 보호자
■애교 많은 말라뮤트, 가을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30㎏ 말라뮤트, 수컷(중성화o) 3살
-애교 많고 사람을 좋아함. 다른 동물과 잘 지냄
-배변패드를 잘 사용함. 식탐이 있어 사료 먹을 때 건드리면 싫어함
-하루 1~2회 산책, 월 1회 근황을 공유해줄 보호자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이름/나이/전화번호/거주공간 사진/간단한 소개를 적어 이메일 sheil83@daum.net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성훈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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