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쪽지] 순리의 고통이냐, 역리의 고통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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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는 '법(法)'이라는 한자는 삼수변에 갈 거(去) 자라는 점을 강조하곤 하셨다.
물 가는 대로 가는 것이 바로 법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오히려 법을 물 가는 대로 가도록 잘 규정하는 것이 필요한 일일 터이지만 말이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법이라는 한자에서 우리가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모든 것의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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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는 ‘법(法)’이라는 한자는 삼수변에 갈 거(去) 자라는 점을 강조하곤 하셨다. 물 가는 대로 가는 것이 바로 법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오히려 법을 물 가는 대로 가도록 잘 규정하는 것이 필요한 일일 터이지만 말이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법이라는 한자에서 우리가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모든 것의 이치이다. 이치를 따르면 편안해지는데 이치를 따르지 않으면 불편해진다. 순리, 역리 바로 그 얘기이다.
이 거창한 얘기를 일상의 작은 일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나는 심한 라운드숄더이다. 사춘기 이후 오랜 세월을 라운드숄더로 살아와서 등이 아프다는 것이 나의 입버릇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누워서 TV를 보던 중 몸을 틀다가 어깨뼈 근처 어딘가가 방바닥에 강하게 닿았는데 비명을 지를 정도로 아팠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내 몸인데 그 부분이 그렇게까지 아픈지를 몰랐던 것이다.
나는 아픈 부위를 열심히 마사지했다. 통증의 원천은 어깨뼈 안 어디인 듯했지만 정확한 지점은 다시 찾을 수 없었다. 나의 손이 닿는 부위가 아니었으니 믿을 건 방바닥뿐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마사지하면 매우 아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등의 통증 범위가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물 가는 대로 간다’의 순리를 느끼는 상황이었다. 자세가 조금씩 좋아지면서 통증 범위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이 방식이 맞는 방식이라는 확신을 나에게 주었다.
나는 생각했다. ‘바른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구나, 그런데 바른 방법을 택한다고 해도 결과를 이뤄내는 데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구나.’ 사실 모르던 바는 아니었다. 이로 인해 ‘고통은 문제라고 하면서 모든 고통을 회피하면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조차 할 수 없겠구나’ 하는 기존의 인식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바른 방법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아픔을 느끼면서도 꾸준히 마사지를 할 수 있었다.
인생의 일도 이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몸의 경우에는 통증이라는 바로미터를 통해 알 수 있지만, 존재의 바른 방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존재가 왜곡되어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한 치 앞만 보면서 당장 나의 존재에 편리한 선택을 하면 존재의 바른 방향과는 멀어지게 된다. 그러고는 자신이 옳은 이유만 찾는 확증편향에 안주하면서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
마음이 편리해지는 방식으로만 생각하면 존재는 왜곡되기 마련이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인 존재이니 말이다. 우리는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진실을 피해 마음을 편리하게 하는 거짓에 안주하곤 한다. 그러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진실을 목도하는 고통이 우리 삶에는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의 고통이 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고통(순리의 고통)인지 바른 방향에서 벗어났기에 느끼는 고통(역리의 고통)인지를 잘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순리의 고통은 잘 감수하고 역리의 고통을 느낄 일은 아예 시작도 하지 않을 일이다.
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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