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못 죽어” 비주류의 반란

신용일,이종선 2024. 1. 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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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총선 변수 계파갈등


여야의 계파 갈등은 4월 총선의 변수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비윤(비윤석열)계와 비명(비이재명)계를 표적 삼은 여야의 비주류 ‘학살’이 현실화될 경우 계파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상황은 더불어민주당이 더 심하다. 이낙연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있다.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들의 탈당설도 계속된다.

국민의힘 역시 계파 갈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분위기다. 표면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반기를 든 세력은 보이지 않지만, 친윤(친윤석열)계 주도의 공천이 이뤄질 경우 비윤계가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정당 내부의 계파 갈등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독재체제의 정당이 아닌 이상 다른 의견이 분출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양한 당내 의견이 외연 확장의 토대가 되기도 하고 정당의 역동성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긍정론은 정당 내부의 갈등이 정치적·정책적 노선을 놓고 빚어질 때 국한되는 얘기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선거 때마다 터져 나오는 ‘공천 경쟁’ ‘밥그릇 싸움’은 부정적 영향만 끼친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선 전에 불붙는 계파 갈등은 본질적으로 밥그릇 한 개를 놓고 두 명이 싸우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국민의 삶과는 아무 관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이·친박, 상대방 향해 공천 학살


여야를 막론하고 계파 갈등은 총선을 앞두고 반복됐다. 그러나 과거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상 국민의힘 전신)에서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극심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직후인 2008년 4월 18대 총선을 앞두고 친이(친이명박)계가 공천의 칼날을 휘둘렀던 한나라당 공천에서는 서청원·김무성·홍사덕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대거 컷오프(공천배제)됐다.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일부 친박계 인사들은 ‘친박연대’에 합류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친박연대는 14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명박정부 말기인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의 공천권을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쥐면서 안상수·진수희 의원과 박형준 전 의원(현 부산시장) 등 친이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떨어졌다.

박근혜정부 4년차였던 2016년 4월 실시됐던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계파 갈등은 재현됐다. 당시 청와대와 친박계를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진박’(진짜 친박) 공천을 밀어붙였다.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인사들이 공천 찍어내기의 타깃이 됐다. ‘진박 감별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다. 당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서울 송파을 후보로 단수 추천하자 김무성 대표가 공천장 수여를 거부하면서 이른바 ‘옥새 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계파 갈등은 총선 패배와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졌다.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에서 122석을 얻으며 민주당(123석)에 원내 1당 자리를 넘겨줬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국회 다수당이 된 민주당은 탄핵을 추진했다.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이 포함된 새누리당 내 비박계 인사들이 박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면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박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이 됐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계파 갈등을 최소화해 공정한 공천을 하는 것이 총선 승리의 전제조건”이라며 “친윤계와 비윤계의 갈등이 표출될 경우 본선에서 힘도 못 쓰고 패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서도 공천 탈락 이후 탈당 역사


민주당과 그 전신의 정당들도 계파 갈등의 파장을 피하지 못했다. 20대 총선을 4개월 앞뒀던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은 공동대표까지 맡았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선언을 했다. 당시 친문(친문재인)계와 비문(비문재인)계 계파 갈등의 결과였다. 안 의원은 ‘친문 패권’을 비판하며 당 혁신을 요구했지만, 문재인 당시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탈당한 안 의원은 김한길·천정배·박주선 의원 등을 주축으로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을 싹쓸이하면서 모두 38석을 얻어 제3당으로 우뚝 섰다. 민주당은 호남에서 3석을 얻는 데 그쳐 국민의당에 참패했다.

다만, 민주당은 총선 직전 ‘구원투수’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김 위원장은 친노(친노무현)계 좌장 이해찬 의원과 당내 강경파 정청래 의원 등 현역 의원 26명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초강수를 뒀다. 김 위원장이 계파 갈등을 수습하면서 민주당(123석)은 새누리당을 1석 차이로 이길 수 있었다.

민주당은 19대 총선을 앞두고도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고 탈당 사태가 발생했다. 김대중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의원이 민주통합당에서 공천 배제되자 동교동계 중진들과 탈당, 정통민주당을 창당하고 총선에 나선 것이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127석)은 새누리당(152석)에 과반을 내주며 패배했다. 계파 갈등을 수습하지 못한 것이 민주당의 패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총선에서 서울 은평을, 서대문을, 경기 의정부을, 평택을, 안산 단원갑 등 박빙 지역구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들이 동시 출마해 표가 분산됐다.

이 같은 상황이 오는 4월 총선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 내부에서 높다. ‘이낙연 신당’ 등장 가능성 때문이다. 황 정치평론가는 “3~5%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이낙연 신당이 표를 흡수하면, 여당에 반사이익을 안겨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일 이종선 기자 mrmonst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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