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인생 최대위기가 기회로… 은혜에 감사하며 학생들 밥 짓죠”

신은정 2024. 1. 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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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식당 등 외식 프랜차이즈
베리타스드림 이일래 대표
이일래 베리타스드림 대표가 최근 이화여대에서 운영 중인 카페 ‘베리타스’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시절을 딛고 종합외식업체로 성장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수년 전만 해도 이 남자는 자신이 많은 대학생의 입에 밥을 넣어주며 보람을 느끼는 ‘학식’(학교 식당의 준말) 사장님이 될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우연히 발들인 대학 외식 사업이 코로나로 인해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이한 일, 그 어려움이 되레 이 분야의 기회를 열어 준 것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이화여자대학교(이대) 식당 내 사무실에서 만난 이일래(58) 베리타스드림 대표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했다.

아버지 마음으로 학생 밥 준비하다

이대 학생식당 내부에는 지난해 11월 마무리된 ‘천원의 아침밥’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이는 정부와 학교, 학식 업체가 힘을 합쳐 학생 150명에게 아침밥을 단돈 1000원에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이 대표는 “예산이 한정돼 있기에 수용 인원이 넘치면 아침 식사를 줄 수 없었다”면서 “그런데 아침에 학교 식당에 찾아온 학생을 돌려보낼 수가 없어서 1000원만 받고 더 주곤 했다”고 했다. 학교 방침상 지속하진 못했지만, 이 대표는 한동안 넉넉하게 준비한 아침밥을 학생들에게 나눴다.

이 대표는 현재 이대를 비롯해 감신대 계명대 한신대 협성대 배재대 등 전국 대학 등에 식당과 카페, 편의점 등 매장 20곳을 운영한다. 대학 외식 사업체로 자리 잡았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다. 코로나로 대면 수업이 전면 금지되면서 학교에 학생이 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상명대 교수회관 내 ‘카페 드림’에서 주문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이일래 대표 제공

우연히 시작한 대학 외식 사업

이 대표는 원래 건설 자재 남품업을 하던 사업가였다. 그러다 그의 아내가 2017년 9월쯤 가톨릭대에서 카페를 시작했다. 그후 이대, 연세대에서 카페를 운영했으며 2019년엔 중앙대에서 국내에서 가장 큰 대학 카페를 개점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가 터지면서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투자금도 상당히 들어간 상태였기에 현실은 더 막막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국 대학 150여개에 매장을 보유한 본사가 부도 상황에 부닥쳤다. 임대료를 받지 못한 대학에서 줄줄이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다른 가맹점주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백방으로 뛰었다. 이 대표가 적자를 면치 못한 매장 몇 곳을 추가로 넘겨받았지만 본사는 결국 버티지 못했다.

절망에 찾은 하나님 위로

이 대표는 “대체 밑바닥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절망감에 빠졌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예배당에 가면 눈물부터 나왔다. “인생을 살면서 이런 위기는 처음 겪어 보는 거였어요. 인간적인 지혜로는 떠오르는 해결 방법이 전혀 없더라고요. 그러니 하나님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 대표는 오랫동안 섬겨왔고 직책까지 맡았던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성가대 활동을 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현실이 너무 힘들면 무너지고 교회를 멀리했을 수도 있는데 성가대를 통해 계속 하나님을 가까이할 수 있었다”며 “가사를 외워야 하기에 날마다 찬양을 듣고 부르며 은혜받았다. 곡조 있는 기도인 찬양을 통해 매 순간 말씀과 함께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속한 사랑의교회 성가대에서 찬양하는 모습. 이일래 대표 제공


적자 상태로 버티던 이 대표는 ‘코로나는 언젠가 끝나니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2022년 초 본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려갔다. 첫 학교 식당인 한신대 매장도 그해 4월 문을 열었다. 대학 내 매장에 아무도 입찰하지 않던 때였기에 좋은 조건으로 운영권을 따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주변에서 다 말리던 때였다”며 “고난을 기회 삼을 수 있도록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한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고 했다.

‘하나님 향기 나는 기업 되길’

2022년 2학기 무렵 대면 수업이 본격화되면서 학교 내 식당과 카페 영업이 정상화됐다. 베리타스드림은 현재 직원과 아르바이트생 등 60여명이 함께 일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출장 뷔페, 회사나 행사에 간식을 제공하는 케이터링 등 종합 외식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하나님 기업이 되겠다’는 서원을 한 뒤 입점 계약이 된 대부분은 기독교 기반 대학이었다. 이 대표는 “우리 사업장이 축복의 통로로 쓰임을 받기를 바란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대표의 사무실이 있는 이대 학식 넓은 탁자 자리에는 그가 제자훈련에서 쓴 기독교 서적 여러 권이 꽂혀 있었다. 그는 “교목실, 학교교회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공간이나 음식 제공 등 캠퍼스 선교에 도움을 주려 한다”며 “기업의 자리에서 선교사 지원 등 방식으로 하나님 나라 확장에 동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업이 자리 잡은 지 2년도 채 안 된 시점이지만 이 대표는 기업 대표로서 하나님의 향기를 드러내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현재 기부처를 물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 입점한 학교 도서관 이름에서 우연히 따온 기업명 ‘베리타스’는 진리라는 뜻이다. 어쩌면 그때부터 하나님께서 예비하셨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하나님께 영광을 온전히 돌린다는 에베소서 3장 20~21절 말씀이 중심이 되는 기업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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