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로 ‘불안한 행복’ 좇는가?… ‘영원한 행복’을 찾아 떠나보자!

신상목 2024. 1.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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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세주의 철학이 주목받는 시대
성경 속 삶의 비전을 되새기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신민식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19세기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가 200년 만에 한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출판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그의 철학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의 아포리즘(잠언 또는 격언)이 시차를 넘어 현대 한국인들의 마음에 시원함을 선사했기 때문이란다. 그의 명언들이 주목을 받았다.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오늘은 단 한 번뿐이다” “우리의 모든 불행은 혼자 있을 수 없어서 생긴다” “돈은 인간의 추상적 행복이다. 따라서 더 이상 구체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즐길 능력이 없는 자는 자신의 마음을 온통 돈에 쏟게 된다.”

이른바 ‘부카(VUCA)’ 시대다. 변동적이고(Volatility) 불확실하고(Uncertainty) 복잡하며(Complexity) 모호한(Ambiguity) 사회 환경 속에서 철학과 심리학은 마음의 위안을 선사한다. 시대별로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유행하던 철학을 소환해 위안을 삼았다. 그렇기에 쇼펜하우어가 재등장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이다. 마치 사마리아 수가 동네 우물가에서 만난 여인에게 예수님이 하셨던 말씀처럼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름’만 더한다. 철학을 넘어 변치 않는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아닐까.(요 4:13~14)

쇼펜하우어 철학?

쇼펜하우어는 헤겔의 관념론이 독일 철학계를 휩쓸던 시절, 이른바 비관주의를 들고나오며 재야에서 활동한 철학가이다. 대표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그는 세계의 본질 또는 궁극적 실재는 의지이며 의지는 인간이 ‘순수이성’으로 인식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인식을 지배하는 일종의 ‘주인’이라고 했다. 생명체 역시 결국 의지가 스스로 의지를 표출하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그런데 이 의지의 기능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그는 삶은 근본적으로 고통스러운 것이며 이 고통은 의지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삶을 생로병사가 되풀이되는 고해로 봤다. 이런 점에서 쇼펜하우어 철학은 고대 인도 철학이나 불교와 유사하다.

실제로 인도 사상은 그에게 평생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고통으로 가득 찬 세계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세 가지 탈출구를 제시했다. 천재의 출현, 예술, 의지의 최소화이다. 의지의 최소화란 의지가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금욕주의적 의지 부정 상태를 말한다.

쇼펜하우어를 당시 유명하게 만든 것은 1851년 출간한 ‘여록과 보유’로 흔히 ‘인생론’으로 번역된 책들이다. 어록에 가까울 정도의 통쾌한 인생지론이 펼쳐지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그 내용이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의 말들은 아포리즘이라기보다는 19세기 유럽의 한 남성이 평생 독신으로 살며 세상을 관찰하고 느낀 주관적 견해를 모아놓은 경구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실제로 그의 인생론에서 종교나 기독교를 설명하는 부분은 마치 ‘다빈치 코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상식적인 기독교 이해를 벗어나 있다. 그는 신약성경이 인도에서 유래했으며 기독교가 인도의 가르침과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예수가 인도를 종교의 기원으로 한 이집트 사제에 의해 교육받았고 그들에 의해 인도의 윤리와 아바타 개념을 받아들였다고 가정한다.

쇼펜하우어를 대하는 기독교적 관점

문혁 좋은나무교회 목사는 5일 “쇼펜하우어의 행복론은 단순하다. 행복은 꿈이고 불행은 현실이다. 그래서 행복한 환경을 증진하기보다는 불행한 환경을 감소시켜야 한다. 환경이 좋으면 한순간은 행복하지만 결국 권태와 무료함에 빠진다. 그래서 끊임없는 공부와 사색, 통찰로 욕망을 잘 다스리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기독교의 시각은 다르다. 그가 못 본 것이 있다. 비교와 경쟁이라는 죄성이다. 나도 모르게 다가오는 타인과의 비교와 경쟁은 또 다른 불행을 싹트게 한다”며 “인간은 하나님의 부르심 속에서만 행복해질 수 있다. 하나님이 부르신 곳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명을 수행하며 살아갈 때 인간은 행복하다. 비록 열악하고 힘든 환경이라 할지라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문 목사는 “부르심에 충실하면 행복해진다. 고난을 선으로 바꾸실 하나님의 일하심이 기대된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일을 하라. 내게 주신 자리에 서라. 내게 주신 사람들을 만나라. 이 부르심 속에서 하늘로부터 행복이 임한다. 행복은 불행을 감소시켜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살 때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추태화 이레문화연구소 소장은 “19세기 유럽은 자연과학(다윈 진화론)과 산업혁명 도시화 사회철학(마르크스, 엥겔스 등) 등으로 세속화가 확산되고 있었다. 교회도 세속화에 영향을 받아 비판 대상이 됐다”며 “당시 지성계에서는 기독교를 비판해야 지식인층에 속한다는 교양적 허세가 유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쇼펜하우어는 의지가 인간의 본질을 규정하는 주체성이자 삶의 중심으로 삼았고 고통은 실존의 기본으로 봤다”며 “그러나 죄의 문제를 간과하고 오히려 의지를 우상화해 인간의 의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의지만능주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성경은 인생에 대해 뭐라고 말하나

기독교 신앙은 이 세상이 원래 선하게 창조됐으나 죄가 들어오면서 왜곡됐으며 인간은 타락의 길을 걸었다고 말한다. 죽음은 그 결과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이 어그러진 상태를 되돌리기 위해 몸소 인간이 되어 고통과 죽음의 길을 걸었다. 인류를 위해 대속의 고난을 겪은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의지가 아니라 성육신해서 인간과 함께하며 동행하는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회복된 인생과 영원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고 가르친다.

성경은 고난과 고통에 대해 서술한다. 하지만 그 고통의 이야기는 더 이상 슬픔이 없으며 풍성한 결실을 보게 되는 천국 이야기(계 21:14, 22:1~5)로 끝난다는 점에서 희망을 가진다. 구약은 민족으로서 이스라엘의 고난에 강조를 두지만 개인의 고난도 다양한 인물을 통해 다뤄진다. 요셉은 자신의 고난을 하나님이 선으로 바꿔 많은 백성을 구원하게 하셨다고 고백한다.(창 50:20) 신약은 예수의 고난과 그리스도인의 고난에 집중한다.

무엇보다 기독교는 인간의 고난이 인과응보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욥기는 의인 욥의 고난을 탐구하지만 그의 고난은 죄 때문에 생기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 고난의 원인이 죄 때문에 생겼다는 세간의 인식을 거부했다. 눈먼 사람의 장애 원인(요 9:1~3)이나 갈릴리인들의 학살, 실로암 망대 붕괴로 인한 참사(눅 13:1~5)에 예수는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는다.

지혜문학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다룬다. 잠언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과 더불어 실용적 지혜를 담고 있다. 유익한 언어생활, 근면, 노동의 유익, 나태와 빈곤을 피하는 법,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는 법, 삶과 죽음을 대하는 방식 등 인생살이의 보석 같은 진리로 가득하다. 전도서는 좌절과 당혹스러운 인생의 한 측면에 맞설 것, 기쁨과 만족을 찾을 것, 하나님을 경외할 것 등이 담겼다. 시편은 인생과 하나님에 대해 찬양과 탄원, 감사와 신뢰, 지혜의 시로 충만하다.

조영민 나눔교회 목사는 “기독교는 비극적 세상 가운데 들어와 이 비극을 뒤집어엎는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 세상은 비극적이지만 기독교는 이 비극적 세상을 뒤집을 존재가 있다는 소망을 품는다”며 “그 소망이 오늘의 비극적 삶에서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걷게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렇게 살아간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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