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물가, 연말 반등했다…금리 인하 시점 멀어지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이 반등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시점이 멀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지난해 12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보다 2.9%(속보치) 상승했다고 밝혔다.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다시 커진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직전 달인 11월(2.4%)과 비교하면 0.5%포인트 더 크게 상승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럽 각국 정부가 에너지 비용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면서 ECB가 예상한 물가 상승률 2%로 돌아가는 길이 험난하다는 게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 등을 제외하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12월 3.4%로 11월(3.6%)보다 둔화했다.
앞서 금융시장에선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둔화로 ECB가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 둔화 경로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런 전망도 줄어들 수 있다. ING은행의 카스텐 브르제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P 통신에 “안정세를 유지하고, 어떠한 금리 인하 결정도 서두르지 않는다는 (ECB의) 입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기자회견에서 “ECB 이사들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정책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로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독일의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로, 11월 2.3%에서 1.5%포인트 커진 점도 고려할 점이다.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이 최근 국제교역의 주요 항로인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유럽 등 각지로의 소비재 운송이 지연되는 등 다시 물가가 오를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단 이번 인플레이션 반등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블룸버그는 전망치 조사에서 올해 1분기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를 기록할 것이라고 집계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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