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개, 멍청한 개는 없다
반려견 훈련사로서 가장 크게 깨달음은 훈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들에 있었습니다.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자말>
[최민혁 기자]
"우와 저런 개 보호자는 얼마나 좋을까? 진짜 편하겠다."
▲ 업무중인 경찰견 잘 훈련 받은 경찰견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소위 '특수목적견'이라 불리우는 개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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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군견 1마리가 산을 수색할 때, 1개 중대(약 60명~250명) 인간의 능력과 맞먹는다고 하고, 기계가 못 잡은 마약을 탐지견이 감지해 낼 때도 있다고 하니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 개들의 모습은 생소하기도 하고 멋져서 TV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서 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내 옆에서 드르렁드르렁 자는 반려견에 대비되니 더 신선한 충격이 되기 쉽다.
듬직하고 기특하며 똑똑해 보이는 일명 '특수 목적견'. 하지만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를 듣고 충격에 빠질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길 바란다. 왜냐하면 '우와' 하고 감탄하는 개가 똑똑하지 않을 확률이 확률이 99%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욕구가 일반적이지 않은 특수 목적견들
사람을 돕는 개들을 보고 '봉사심'이 있다고 인간은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건 소설에 가깝다. 사람을 돕는 일을 하는 개들은 에너지가 다른 개들보다 높고, 보상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특수 목적견 훈련 교본에도 '강아지는 항상 의욕이 넘쳐야 하며...', '훈련보단 놀이의 형태로...'라고 기록돼 있다. 즉, 특수 목적견은 사람으로 치면 에너지가 넘치고, 월급과 같은 일에 대한 보상에 삶에 큰 가치를 둬서 '워커홀릭' 같은 성향의 개들인 거다.
한 일화로, 한 지인이 특수 목적견 혈통의 세퍼트를 분양받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내 만류에도 그는 꼭 키우고 싶다고 했고, 마침 주변에 부모견이 모두 구조견 활동을 하는 세퍼트가 있어서 그에게 소개해준 적 있다.
그 강아지들을 실제로 본 지인의 사색이 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이제 막 눈을 뜬 40일 무렵이었는데, 만나는 순간 바짓가랑이를 살벌할 정도로 물어뜯으며, 밥을 줘도 식탐이 엄청나서 게걸스럽게 먹었기 때문이다(결국, 입양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 모습을 특수 목적견 훈련사들은 좋아한다. 욕구가 엄청나단 증거이기 때문.
이런 엄청난 욕구가 '날 것'이라면, 훈련사는 목적에 따라 그것으로 분출될 수 있게 다듬어 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을 좋아하는 구조견에게 산에서 사람을 찾을 때마다 공을 보상으로 준다. 실제 특수 목적견들 훈련 현장을 수차례 봐 왔는데, 그 개들의 눈은 장소만 다를 뿐, 집에서 공놀이 하는 개들의 즐거움과 기대 가득한 표정과 똑같다.
하지만 이런 에너지와 훈련 능력을 얻은 대신, 일상에서 적당한 눈치나 잘 쉬는 법이 없고, 청결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조심성이 없는 것이다. 반대로, 무엇이든 거침없이 헤쳐나가고 우당탕하는 기질이 특수목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야생과 가까울수록 청결하고 조심성이 많고, 자아가 강하며 자신의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버린다.
인간이 개량을 거의 하지 않은 개들의 습성에는 '청결성'이 항상 기록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대표적으로 진돗개 실외 배변). 또, 멘탈도 강하고 고통에도 둔감하여 혹시나 혼내더라도 오히려 더 흥분하는 경우가 많다. 훈련할 능력이 없으면 정말 일반인들과 살기 힘든 개다. 이 개들을 일반인이 키운다면? 일반인 능력으론 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멍청하단 소리가 나올 확률이 높다.
똑똑함은 인간의 기준일 뿐
당신이 생각하는 똑똑한 사람은 누구인가? 동네에 서울대 합격으로 플래카드에 붙은 엄마 친구 아들인가? 기계를 바둑으로 이긴 이세돌인가? 잘 생각해보면 똑똑하다는 것은 정말 다양하다. 최대한 공부하지 않으려고 잔머리를 굴리는 학생도 똑똑하고, 기본 산수도 못 풀지만, 자연에서 지혜와 생존 방식으로 살아남는 원시인들도 똑똑하다.
▲ 장난꾸러기 강아지 어릴 때 이것 저것 물어뜯고 사고뭉치의 강아지들. 듬직하고 정확한 동작을 수행하는 특수목적견들의 어릴적 모습은 대부분 점잖음과 거리가 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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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신발을 항상 물고 다니는데 그러지 말라고 매번 주의를 시켜도 안 듣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개는 훈련 습득 능력이 아주 좋았고, 고통에도 강한 편이었다. 이처럼, 생활에서 교육과 특정 상황의 동작 수행은 꽤 다른 문제인 것이다. 아마 그 리트리버는 일반인분들께 멍청한 개로 통할 것이다. 하지만, 훈련사들은 똑똑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 똑똑한 건 인간의 기준 중에서도 하나일 뿐이다.
인간과 소통은 지능이 아니라 동기
지능이 좋으면 말을 잘 알아들을까? 사람들은 '지능이 높음'을 '말 잘 들음'으로 공식화해버린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천만에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개 심리학 교수 '스텐리 코렌'은 개들의 지능을 정의했다. 견종 지능 순위 1위인 보더콜리로 밝혀졌고, 이들은 지능 1등이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스텐리 코렌은 이 순위로 키우기 쉬운 개로 판단하지 말라는 경고와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선 이런 환상 덕에 보더콜리가 유행 견종이 되면서 정말 많은 개가 버려진다.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말을 안 듣고 감당이 안 돼서다. 지능이 알아서 소통을 가져올 것이라 착각한 것이다.
지능보단, 보호자와 소통하고 싶은 동기가 훨씬 중요하다. 안타까운 것은 보호자와의 생활에서 대부분 개들의 동기를 다 떨어뜨린다. 항상 맞춰주는 소위 '오냐오냐'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동기가 낮은 개들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멍청하다'라고 한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 놓고 멍청하단 소리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 교감 나와 내 반려견 꾸롱. 그들을 사랑한다면, 개들의 시선에서 이해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
ⓒ 최민혁 |
많은 사람은 자신의 반려견에게 자신의 기준으로 멍청하다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훈련사로서 이런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기준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당신의 개는 멍청한가? 똑똑한가? 멍청한 개도, 똑똑한 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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