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 거부권 이재명 침묵…민주 "안정 필요, 입장 내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재가한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날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쌍특검법 관련 논란에 대해 이 대표가 입을 열지 않은 것은 지난 2일 부산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뒤 나흘째 병상에서 회복 중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 일일이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 어렵다”며 “쌍특검 거부에 대해선 민주당 최고위원회와 규탄대회, 대변인 브리핑 등을 통해 당의 입장을 충분히 밝혔으니 그것으로 갈음하면 된다”고 말했다.
집도의가 전날 “이 대표는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고 브리핑 했지만, 아직 이 대표 병실에는 의료진과 배우자 김혜경 씨 등의 출입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지도부조차 이 대표와 대면 소통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이 대표에게 당무에 대한 결재나 정치 사안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기가 어렵다는 게 당의 설명이다. 문병도 마찬가지로, 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6일 서울에 오는 차에 이 대표를 병문안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지만, 당 대표실은 이 대표가 회복 치료 중이라 면회가 어렵다고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이날 오전 민주당이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구성안’을 발표하는 등 이 대표 부재랑 관계 없이 총선 준비는 착실히 진행되는 중이다. 공관위는 지난달 29일 위원장으로 임명된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포함해 총 15명으로 꾸려졌다. 이날 임명된 공관위원은 조정식 사무총장(부위원장),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간사), 이재정 전국여성위원장 등 현역 의원 3명과 박희정 전 국무총리 직속 청년정책조정위원, 박기영 전국공공노동조합연합 상임부위원장 등 외부인사 11명으로 구성됐다.
강선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형 공천 심사를 추구하기 위해 외부인사 중심으로 공관위를 구성했다”며 “공관위원 중 여성은 과반인 7명으로 구성됐고 이 중 청년이 3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까지 결재를 마친 갓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 결재를 받은 것은 맞지만, 결재 시기는 당대표에 대한 테러가 발생하기 전이었다”며 “지난 1일 부산에서 최고위 회의를 거쳐서 결재했기 때문에 병상 결재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발표된 공관위에 대해 지도부는 “당연직을 제외하고 현역 의원은 최소화했다”는 입장이지만, 당내 일각선 “친명 공관위”라는 불만이 나왔다. 앞서 임명된 임 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의 정책자문그룹인 소속이었던 데 더해, 공관위에 합류한 현역 의원이 전부 친(親)이재명계로 분류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거나, 평소 지도부에 쓴 소리를 마다 않는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공관위에 어떤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겠나”라며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관위 출범에 맞춰 물밑 작업도 징행 중이다. 당은 2일부터 8일까지 총선 예비후보자를 상대로 마지막(3차) 검증 신청 공모를 받는다. 총선 경선에서 현역 의원들의 득표율 감산(평가 하위 10%는 득표율의 30%, 하위 10~20% 의원엔 득표율의 20%) 기준으로 활용되는 ‘선출직공직자평가’도 이미 마무리됐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하위 10%에 해당하는 의원들에겐 그 결과가 개별 통보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다선 의원은 “공관위가 뜨면 평가 결과를 가지고 하위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불출마 권유 등 내밀한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분간 병상에서 당무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이 새해에 맞춰 대대적으로 홍보하려고 했던 새 PI(Party Identity, 정당 이미지) 발표 행사는 이 대표 퇴원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오전 열린 당무집행회의와 최고위선 당초 내주로 예정됐던 행사를 1~2주 미루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 지시로 새로운 당 로고 등을 개발해 발표하는 자리에 이 대표가 빠질 순 없는 노릇”이라며 “퇴원 시기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일단 행사는 미뤄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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