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거부’ 보조맞춘 한동훈…당내 “특별감찰관 목소리 내야”

이창훈 2024. 1. 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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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및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관련)에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한 데 대해 “특검법 거부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경기 수원시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2024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당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 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이 나오자 “방탄 성격의 특검은 속이 뻔히 보이는 것이다. 특검이 필요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공감한다”며 “특별감찰관 문제와 제2부속실에 대해 대통령실이 전향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본다. 당에서도 도울 일 있으면 준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과 무관하다”면서도 “제2부속실 설치는 대선 공약으로 설치하지 않았는데, 국민 대다수가 좋다고 생각하면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별감찰관에 대해선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협조를 전제로 “여야 합의로 (특별감찰관을) 추천해서 보낸다면 지명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전인 지난달 19일에만 하더라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민주당이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든 악법”이라면서도 “법 앞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국민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한 위원장이 취임하게 되면 일부 독소 조항을 제거하고 특검 수사 시기를 총선 이후로 절충하는 ‘조건부 특검 수용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수원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신년 인사회 뒤 당원들과 함께 찍은 셀프 카메라 사진. 국민의힘


하지만 한 위원장이 공식 취임하기 전날인 지난달 25일 고위 당·정·대 회의에서 ‘조건부 수용도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한 위원장의 운신의 폭은 확 줄게 됐다. 이미 특검뿐 아니라 조건부 특검도 수용 불가 입장이 확고해진 상황에서 한 위원장은 “총선용 악법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렸다”(지난달 27일), “그 법을 가지고 총선을 치르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지난 1일), “정쟁을 총선 정국 내내 끌기 위한 의도”(지난 4일)라며 특검법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을 향해 연일 비판 수위를 높여갔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한 위원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28~29일 중앙일보·한국갤럽 신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거부권을 행사에 찬성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특히 자신의 정치 성향이 ‘중도’라 고 밝힌 이들 중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73%에 달해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가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결가는 대부분 비슷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위원장은 전날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론조사 결과는 제가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당내에선 한 위원장이 특별감찰관 임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2부속실 설치는 공식적인 활동을 하라는 것도 있어서 생각을 더 해야 한다”면서도 “법에 있는 특별감찰관은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리스크를 그대로 둔 채 특검법만 거부하기에는 여론을 설득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특별감찰관 협상도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훈·전민구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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