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강아지 1억 들여 복제" 유튜버 공개하자…"대리견은?"
한 유튜버가 1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이 '돌아왔다'며 새끼 강아지 두 마리를 공개했다.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이 죽은 뒤 경험하는 상실감)에 빠진 이 유튜버는 세상을 떠난 개를 복제했다고 했다.
이례적인 소식에 온라인상에선 "유전자가 같으면 과연 같은 강아지인가", "복제된 강아지가 수명을 다하면 또 복제할 것인가", '떠나보낸 반려견을 보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언급된 건 생명 복제의 비윤리성이다. 전문가들은 복제 과정에서 동물을 보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년만에 복제견으로 돌아온 '우리 강아지'
2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우리 강아지가 돌아왔어요"라는 영상을 올렸다. A씨는 반려견 '티코'와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올렸으나 1년 전쯤 티코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활동을 중단했었다.
그는 이번에 올린 영상에서 "언젠가 먼 미래에 티코가 떠나게 된다면 티코를 꼭 복제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예상치 못한 헤어짐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며 "집에 있는 것조차 괴로워서 해외로 많이 다녔고, 그사이 의뢰했던 티코의 복제는 조금씩 진행됐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티코와 다시 만나게 됐다"며 "티코는 건강하게 두 마리로 태어났고, 3개월 차에 저에게로 와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려견 복제는 아직 한국에서 아주 생소하지만, 저로 인해 복제를 알게 되고 누군가는 펫로스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난자 채취해 대리견 출산…"희생 불가피한 동물학대"
반려동물 복제 업체 등에 따르면 반려견 복제는 대개 체세포 핵 치환으로 이뤄진다. 암컷의 개로부터 채취한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의 핵을 이식한 뒤, 이를 대리견 자궁에 착상시켜 출산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난자공여견과 대리견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개인의 욕구에 따른 상업적 동물 복제는 '동물 학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한 마리의 복제견을 얻기 위해 대단히 많은 개의 난자를 채취하고 고통스럽게 자궁에 이식한다"며 "복제를 위해 희생되는 동물뿐 아니라 복제된 동물의 복지 문제도 심각하다. 이들 개체는 받은 체세포로부터 신체 연령과 질병 등을 그대로 물려받아 대부분 단명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당성·윤리성·필요성 등에 있어 하나도 충족되는 게 없는 상업적 동물 복제는 아예 금지해야 한다"며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큰 비용을 지불했다는 주장도 말이 안 된다. 그 돈은 동물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 사업자 즉 인간에게 돌아가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복제 자체는 합법…"상업적 복제 규제해야"
현재 반려동물 복제 자체는 합법이다. 이에 대해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이 대표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문제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동물 실험은 동물의 희생이 불가피할 만큼 인류나 공공의 이익을 얻을 때가 아니라면 금지하는 게 원칙"이라며 "상업적 목적의 동물 복제는 동물의 희생을 강요하지만 사회가 얻는 이득이 없어 규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건강한 이별'을 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전진경 대표는 "가족처럼 지내던 동물을 잃으면 슬픈 게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아이와 함께했을 때의 시간이 빛나고 소중한 것"이라며 "언젠가 헤어질 것을 알고 지금 어떻게 더 잘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해 보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제견은 이전의 아이와 같지 않다. 유전자뿐 아니라 환경이나 관계에 의해서도 많은 게 바뀌기 때문"이라며 "유기견 보호소에 가면 수만 마리의 아이 중 생김새나 행동에 있어 눈에 들어오는 아이를 찾을 수 있을 테니, 이 아이들에게 삶의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튜버 A씨는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댓글 창을 통해 '해명'을 내놨다. "티코의 복제 과정에서 사망한 개는 단 한 마리도 없다"면서다. 또 "복제 비용은 8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 사이로 (동물 복제가) 유행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씨가 복제를 의뢰한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강아지를 '생명'보단 '상품'으로 취급하는 듯한 문구가 적혀 있어 복제 과정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현재 이 업체 사이트는 트래픽 초과로 재정비 중이다.
이 업체는 안내 글에서 '복제한 강아지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복제 후 고객에게 '납품'됐을 때 건강상 문제가 있다면 고객 의사에 따라 회수 여부를 결정하고 재복제를 진행해드린다"고 답했다. '회수된' 강아지가 어떻게 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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