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괴짜총장 "로봇세 걷자" 왜 외쳤나…그의 미래 예측법 [BOOK]

최준호 2024. 1. 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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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미래의 기원
이광형 지음
인플루엔셜

제목부터 생각에 빠지게 한다. 아직 오지 않은,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기원이라니. 형용모순(oxymoron)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조한 셈이다. 저자 이광형은 인류의 미래를 알기 위해선 빅뱅, 즉 우주의 기원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빅히스토리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 와 같은 느낌이 드는 통섭형 책이 국내에서도 나왔다는 점이 반갑기도 하다.

하라리와 다이아몬드가 인문학에 바탕을 둔 통섭형 사상가라면, 이광형은 과학과 공학(컴퓨터ㆍ전산학)으로 출발해 인문학·미래학으로 탐구 대상을 확대해온 학자다. 덕분에 우주와 생명ㆍ인류의 변천을 세밀하고 논리적인 과학적 시선으로 풀어준다. ‘뇌의 사고 작용은 뇌세포 회로에 흐르는 전기적 신호다. 그렇다면 시대를 대변하는 사상은 뇌에서 어떻게 형성될까? 사고체계 방식은 뇌세포회로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이 회로는 매우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거의 모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260~261쪽)와 같은 글쓰기다.

우리 은하처럼 나선 은하인 ' 메시에 74'. 제임스 웹 망원경으로 촬영해 미국 NASA가 2023년 5월 공개한 이미지다. [로이터=연합뉴스]


KAIST 현 총장이기도 한 저자는 바이오및뇌공학, 미래학과 같은 기존에 없는 융합형 학과를 국내 대학 최초로 만들면서 학문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책이 우주의 탄생(1장)에서 시작해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2장), 생명의 출현(3장), 생명체와 포유류의 출현(4장), 인간의 탄생(5장), 인간의 뇌와 의식의 탄생(6장) 등으로 이어지는 건, 이런 경력을 거쳐온 저자의 평소 사유이기도 하다. 책의 후반부는 사상과 종교의 출현(7장), 근대사회의 혁명(8장), 싱귤래리티 시대, 21세기의 도구(9장), 사상과 제도의 미래(10장), 인류에 대한 도전과 희망(11장)으로 이어진다. 전반부에서 탐구해온 시간의 흐름 속 과학 이야기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본격적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138억 년 우주 역사 속 변화에서 전자(electron)의 역할에 특별히 주목한다. 초기 우주구름과 별의 형성이 전하를 띤 입자 사이에 전자기력이 작용한 결과라며, 모든 변화와 우주 만물의 주인공이 전자라고 설명한다. ‘전자와 전자기력 때문에 원자와 분자가 만들어졌고 (중략) 지구의 생명체 출현, 유기물을 만드는 광합성, 생명체의 신경신호 전달, 뇌의 기억과 지능의 발달, 언어의 출현과 현대문명 등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이 전자를 활용한다. 앞으로도 인간은 이러한 전자의 활동을 기반으로 미래를 개척해나갈 것이다.' (38~39쪽)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결국 다가올 미래다. 줄기세포와 유전자 기술, 인공지능(AI), 인간과 컴퓨터의 결합인 바이오닉스 등이 현대 인류사회를 변화시키는 도구들이다. 이런 변화에 인류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과제도 책에 담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격차 심화를 완화하는 대안 중 하나로 ’로봇세‘도 제안한다. 저자는 “미래에 우려되는 문제들이 많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며 “미래에 발생할 문제를 알아야만 그에 맞는 대응책도 고안할 수 있다”고 주문한다.

그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7년 전 유발 하라리와의 만남이라고 했다. 국내 언론사가 마련한 대담에서 그는 하라리와 기술, 특히 인공지능(AI)이 인류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했다. 마침 사단법인 미래학회의 초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미래학에 그 어느 때보다 심취해 있을 시기였다. 그는 “인류 역사는 인간의 자유의지로 만들어졌을까, 아니면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아 그것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을까” 라고 물은 뒤, “나는 후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전체적으로는 자연환경의 지배를 받고 세부적 부분은 인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라고 말했다. 인류 역사 해석에 대해 하라리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 먹었다는 얘기다.

책의 말미에는 저자가 주도해 개발한 미래예측방법론 ‘STEPPER’로 분석한 대전망을 담았다. STEPPER는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동인인 사회(Society), 기술(Technology), 환경(Environment), 인구(Population), 정치(Politics), 경제(Economy), 자원(Resource) 등 7가지의 머리글자를 딴 방법.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STEPPER로 인류가 맞이하게 될 과제와 그에 대한 대책도 제시한다.

최준호 과학전문기자·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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