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앰프' 홍광호가 노래하는 한국 최초 테너…뮤지컬 '일 테노레'
"나 계속 쉬지 않고 숨이 가빠올 때까지 마음껏 소리쳐. 크게, 더 크게. 온 세상이 나의 존재를 알 수 있게."
세브란스 의학 전문학교에 다니는 윤이선은 어느 날 이화여전 음악당을 지나다가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에 마음을 뺏긴다. 성악 수업을 훔쳐보던 이선은 베커 선생님에게 붙잡혀 여학생의 파트너 역할을 떠맡게 된다. 그가 처음으로 남성 테너의 아리아를 부르는 순간이다. 죽은 형을 대신해 번듯하게 장남 노릇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의대에 입학한 이선은 그때부터 새로운 꿈을 꾼다. "크게, 더 크게, 온 세상이 나의 존재를 알 수 있게" 노래하는 꿈을.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뮤지컬 '일 테노레'(연출 김동연)는 실존 인물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픽션이다. '일 테노레'란 이탈리아어로 테너라는 뜻.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한 뒤 오페라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한국 최초의 테너 이인선(1907~1960)을 모델로 주인공 '윤이선'을 만들었고, 그 외의 설정은 모두 창작했다.
테너를 꿈꾸는 의대생 윤이선과 대학생 문학회를 이끌며 독립운동을 하는 서진연이 극의 주축이다. 윤이선 역에는 홍광호와 박은태, 서경수가 캐스팅됐다. 윤이선과 사랑에 빠지는 당찬 여대생 서진연은 김지현, 박지연, 홍지희가 연기한다.
윤이선 역의 홍광호는 맞춤옷을 입은듯한 연기와 함께 오페라 가수 못지 않은 성량과 가창력을 선보인다. 특히 대형 음반사 오디션을 앞두고 부르는 '꿈의 무게', 처음 성악 수업을 들은 후의 설렘을 표현한 '더 크게' 등을 부를 때 '인간 앰프'라는 별명을 실감케 한다.
창작 뮤지컬 초연임에도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 진연에 대한 사랑을 담은 '그리하여, 사랑이여' 등 2개의 창작 아리아를 포함해 총 27개의 뮤지컬 넘버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어리숙한 의대생에서 자신감 넘치는 테너로 변신해가는 이선의 성장 스토리에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 연인의 엇갈린 운명, 일제에 맞선 청춘의 용기 등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무대가 회전하며 웅장한 부민관 오페라 극장이 모습을 드러내는 2막 중반 이후가 클라이맥스다. 화려한 장식의 극장 기둥과 빨간 벨벳 커튼, 오페라 극장 박스석 등 일제강점기 경성(서울)의 다목적 문화홀 부민관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노인이 된 이선이 젊은 날을 추억하는 2막의 마지막 장면에 객석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커튼 콜 땐 기립박수가 배우들의 열연을 기렸다.
5일 기준 인터파크 별점은 10점 만점에 9.4점으로 호평이 대부분이다. 일부는 "항일 운동에 캠퍼스 로맨스를 버무린 클리셰", "킬러 넘버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연은 다음 달 25일까지.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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