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원한다는 금투세 폐지, 민주당은 왜 반대?

류승연 2024. 1. 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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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정의 실현하자"... 정부 법안 발의 '안 할 가능성' 점치기도

[류승연 기자]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2024. 1. 2.
ⓒ 대통령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자본시장 유화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공매도 금지'와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에 이어, 이번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부자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대선 후보 시절 "개미들이 원한다"며 '양도소득세(양도세) 폐지'를 꺼내 들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가 겹쳐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이날 개인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담은 보도가 쏟아졌다.

그런데 정작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폐지에 반기를 들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인 만큼, 민주당 동의 없이 금투세 폐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란 힘들다. 그렇다면 왜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에 반대하고 있을까.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짚어봤다.

[이유 ①] 조세정의의 원칙

"정부 방식대로 자본시장에서 돈 벌어도 세금을 안 내게 두면, 국가 재정이 '근로소득세'에만 의존하게 될 걸요? 돈 번 사람 세금은 감면해 주고 부족한 세수를 근로자들에게 전가해야 하죠."

한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세정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조세정의란 조세 부과, 징수 원칙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이다. 대한민국에서 돈 번 사람은 모두 세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해당 의원은 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어떤 구조길래 조세정의가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일례로 지금까지 주식시장에도 매매차익에 양도세를 부과해 왔다. 하지만 법에서 정해둔 '대주주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돼 사실상 소액 투자자에게는 부과되지 않다시피 했다. 기존 주식시장에선 한 종목을 지분율 1%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보유액 10억 원이 넘는 이들만 대주주로 구분됐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지난해 말 정부는 주식 보유액 기준을 5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더 많은 이들이 세금 프리존(freezone)으로 들어온 셈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확실한 근로소득세에 재정을 더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금투세는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라는 게 민주당 의원들의 이야기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 투자와 관련해 보유 지분율·보유액과 상관없이 연간 5000만 원을 초과하는 매매 차익을 거둔 '모든 투자자'에게 20%(과세표준 3억 원 초과분은 25%) 세율로 과세하는 금투세 도입을 추진했다.

한편 금투세 폐지로 예상되는 세수 결손은 1조 원을 크게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정부가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기에 앞서 세수 부족을 메울 대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유 ②]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 

금투세 폐지 반대 근거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시장에서 기준으로 통용되는 규범)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금투세 도입이야말로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식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금투세 도입이 매매할 때 매번 부과되는 증권거래세(거래세)의 축소와 연동돼 있다는 데 '힌트'가 있다. 실제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선진 주식 시장에서는 거래세가 금융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거래세를 없애고 양도세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여전히 금투세와 함께 거래세가 존재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중과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거래세를 폐지하면 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세법에 정통한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의 이야기다. 기존 0.23%였던 거래세율 중 0.15%는 농어민을 돕는 데 사용되는 농어촌특별세(농특세)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금투세 시행과 거래세 축소는 맞물려 있다"면서도 "농특세를 분리하자니 세원 확보가 쉽지 않다. 고질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만 그는 "원래 계획했던 대로 거래세율 0.23%가 최종적으로 0.15%로 낮아진다면, 거래세는 없고 농특세만 남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금투세 도입 방침에 따라 당초 0.23%였던 거래세는 지난해 0.20%로 낮아졌고, 올해 0.18%, 내년에는 0.15%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이유 ③] 뒤집힌 여야 합의 

"최소한의 정치 도의도 없는 정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야당과의 합의 사항을 이렇게 쉽게 깨버리는데 국민들과의 약속은 대체 얼마나 가볍게 생각한다는 것입니까?"

민주당이 반대하는 데는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 앞서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이와 같이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금투세는 당초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지만 여야 합의에 따라 2년 유예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유예 조건으로 주식 양도세를 금투세 도입 시까지 유지하되,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의 보유금액 기준을 종목당 10억 원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달 돌연 시행령을 고쳐,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억에서 50억 원으로 완화했다. 이어 대통령까지 금투세 폐지를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한 의원은 "애초에 유예를 동의해 줬던 것부터 잘못이었다"며 "정부·여당이 선을 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정부가 실제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고 나설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해당 의원은 "정부가 법 개정안을 낼지 모르겠다. 총선용인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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