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소리에도 몰랐다"…北사격 끝난 뒤에야 '실제상황' 대피 문자
5일 북한군이 서해 연평도·백령도 인근 바다에서 해안포를 사격해 우리 군이 대응 사격에 나서면서 서해5도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인근 해역에선 조업이 중단되고, 인천과 연평·백령도를 오가는 배편도 취소됐다.
합동참모본부·인천시 등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날 오전 9시에서 11시쯤까지 약 두 시간 동안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해안포 200여 발을 쐈다. 포탄은 북방한계선(NLL) 북방 일대에 떨어졌다. 우리 군과 주민 피해는 없었지만, 오후 3시 우리 군이 대응 사격에 나서면서 주민들이 대피 방송을 듣고 몸을 피했다.
백령·연평·대청면은 북한군 사격이 끝난 오후 12시쯤부터 주민들에게 대피 방송을 했다. 오후 1시 20분쯤 인천시도 우리 군의 요청을 받아 해상 사격 일정과 함께 "서해5도 주민께서는 만일의 사태에 유의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문자 메시지 앞엔 '[실제상황]'이란 문구도 달렸다.
이같은 긴급 대피 문자에 연평·백령·대청도 등 서해5도 주민들은 일상을 멈추고 대피소로 급히 향했다. 이선재 연평도 이장은 "섬 내 대피소 여덟 곳 중 한 곳에서 60명 정도가 함께 있다"며 "짐 싸서 온 사람보다 맨몸으로 급히 온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 박인환(66)씨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이장이 급히 차에 태워서 이동하기도 했다"며 "조업이 끊겨서 주민들 생계에 타격이 될까 걱정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민들은 오후 3시 46분쯤부터 우리 군 대응사격 등 상황이 종료됐단 소식에 대피소를 나왔다.
일부 주민은 북한 포 사격 한참 뒤에 대피령이 내려진 점을 비판했다. 백령도 주민 김진수씨는 "오전 10시쯤 집에서 '펑'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며 "북한에서 쏜 줄은 모르고 우리 군이 훈련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이 실제 상황을 알 수 있게 알려줘야 제때 대피를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씨도 "북한이 사격하던 시점에 연평도는 평소와 똑같았다"며 "한참 뒤에 대피 방송이나 인터넷 기사로 포격 사실을 접하니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옹진군 관계자는 "군 당국에서 북한 상황을 통지하지 않으면 우리도 자세한 내막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한일 백령면장은 "처음엔 30분 단위로, 사격 훈련이 임박한 오후 2시부터는 5분 단위로 대피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 해안포 사격과 우리 군 대응 사격에 인천과 연평·백령도를 오가는 배편은 일제히 통제됐다. 오후 12시 30분쯤 인천항에서 출발해 백령도로 향하던 여객선 '코리아프린스호'는 50분쯤 뒤 인천으로 회항했다. 오후 1시쯤 인천에서 연평도로 갈 예정이었던 여객선 '코리아프린세스호'의 출항이 취소됐다. 해경은 오전에 서해5도에서 출항한 어선 6척에 오후 2시까지 돌아오도록 통지했다.
2018년에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르면, 남북은 해상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동해·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해상 완충구역을 설정했다. 해상 완충구역에서 포사격, 해상기동훈련 등을 하면 군사합의 위반이다. 북한군이 해상 완충구역에서 사격훈련을 한 건 2022년 12월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인천=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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