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만들어도 수출 못 해... 한국 위태롭게 하는 윤 정부 [소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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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출]
▲ 지난해 9월 16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기후위기의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 2023년 11월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는 지난 12만5천 년 중 2023년이 가장 더운 해였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붕괴를 걱정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탈탄소를 촉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프랑스 정부는 78종의 전기자동차 보조금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한국에서 생산·수출하는 전기차 '니로'와 '쏘울'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최대 7000유로(약 1천만 원)를 지급하는 전기자동차 보조금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준으로 삼아 온 가격과 에너지 효율 대신, 전기자동차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평가 기준이 된 것이다. 화석연료로 생산하고 장거리 해상운송을 해온 한국 자동차 업계로서는 매우 불리한 기준이다. 업계는 프랑스에서 시작된 보조금 정책이 유럽으로 확장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태도다. 지난해 12월 2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민관합동 대응회의'에서 "한국산 전기차의 탄소배출량을 재산정받을 수 있도록 이의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의제기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프랑스 통상장관 올리비에 베쉬트는 12월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유럽 산업의 탈탄소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강조하면서 오히려 자동차 생산에 투입되는 가스, 석유, 석탄을 단계적으로 제거할 것을 충고했다. 협상 대상이 '재산정'이 아니라 '탈탄소'라는 것이다. 전기자동차에 포함된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배터리, 해상운송의 탈탄소 고도화에 답이 있는데도 한국 정부는 오히려 이 문제를 피해 가고 있다.
한국 정부의 이러한 탈탄소 회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있다. 그것은 한국이 자랑해 왔던 첨단산업의 생존 위기로 이어진다.
▲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2023.3.15 |
ⓒ 연합뉴스 |
문제는 용인 클러스터의 전력공급이다. 2023년 9월 20일 애플은 자사에 반도체 등을 공급해 온 300개 이상의 제조업체로부터 2030년까지 100% 청정에너지로 만든 제품을 생산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용인 클러스터의 중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이 약속에 동참하고 있다. 구글, BMW, 볼보자동차 등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반도체를 납품하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8월에 전력공급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용인 클러스터에 2029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6기(3기가와트)를 짓겠다고 했다. 2단계로 강원의 석탄화력과 동해 신규원전 생산전력을 공급하고, 3단계로 서해 해저케이블을 설치해 호남의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서해 해저케이블은 정부 계획상으로도 2036년에나 건설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용인에 필요한 것은 재생에너지인데, 한국 정부는 가스와 석탄을 주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이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만든 반도체는 팔리지 않을 것이고, 반도체 세계 1위라는 야심 찬 계획은 사라질 것이다.
여타 첨단산업특화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첨단산업특화단지의 탈탄소 실패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에 의존해 온 한국 제조업과 수출의 위기라는 후폭풍을 만들어낼 것이다.
집단적 기후문맹 상태를 벗어나려면
세계는 지금 탈탄소를 향해 질주 중인데 우리나라는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는 2023년 세계태양광 설치 규모가 전년 대비 30% 증가한 413기가와트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세계 7대 에너지 소비국인 우리나라의 태양광 규모는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 수출입은행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태양광 산업 동향 보고서〉는 2023년도 우리나라의 태양광 설치 규모를 전년보다 15% 하락한 2.7기가와트로 전망했다. 탈탄소의 상징인 태양광의 기반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무너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까?
지난해 10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반도체와 배터리 초격차, 첨단산업의 글로벌 선도국가 도약'을 말했지만, 정작 이를 위해 필수적인 기후위기 해결, 탈탄소,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이 현 정부의 종합정책을 발표하는 자리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 정부는 현재 집단적인 '기후문맹'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기후문맹'이란 새로운 탈탄소의 흐름을 망각하고 낡은 탄소시대의 기준으로 현실을 보는 것을 말한다. 이 기후문맹이 기후행동 실패를 만들고, 한국 사회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맥킨지는 〈코리아 리포트 2023〉을 통해 한국이 2022년 이후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지위를 상실했다고 지적하면서, 재도약을 위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다수의 초격차 산업을 만들어 보라고 제안했다. 집단적 기후문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이런 계획을 실행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대담한 전환, 정의로운 전환, 기민한 전환을 담은 국가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그 출발이다. 아울러 이를 실행하기 위해 다양한 정부 부처와 산업 부문별, 지역 공동체에 전문적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전략과 인재풀을 통해 지구촌 평균인 매년 30% 규모로 재생에너지를 확장하고, 매년 GDP의 2%인 40조 원을 탈탄소에 투자하는 법과 정책을 세우고, 기후피해 주민과 공동체를 보호하는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 푸른아시아 상임이사(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
ⓒ 오기출 |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겸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은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7년부터 기후위기 현장에서 기후난민들의 자립을 지원해 온 기후운동가입니다.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고 유엔사막화방지협약 CSO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관심영역은 ▲ 무역에 온실가스가 포함되면서 구성되는 세계질서 변화 ▲ 기후위기와 인권, 식량, 전쟁, 테러의 상호 관계 ▲ 기후위기로 땅, 공동체가 붕괴된 마을 공동체의 자립과 생태복원입니다. 주요 저서로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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