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무력충돌" 닷새뒤…北 200발 쐈고, 軍 400발 응수했다
북한군이 5일 오전 서해 백령도와 연평도 부근 북방한계 수역(NLL) 인근에 200여 발의 해안포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우리 군은 이의 두 배인 400여 발의 해상 사격 훈련으로 맞대응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지난해 11월 23일 일방적으로 9·19 군사합의에 대한 파기를 주장한 이후 오늘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서해 완충 구역 내 포병 사격을 재개했다”면서 “포의 탄착 지점은 NLL 북방(북한 수역) 일대”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도발 행위”라면서 “이번 위기 상황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군은 한·미 공조 하에 북의 동향을 추적하는 동시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면서다.
군은 이날 오후 북측 방향으로 400여 발에 이르는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 합참에 따르면 백령도에 있는 해병 6여단과 연평도 소재 연평부대는 이날 오후 3시쯤부터 K9 자주포와 전차포 등을 동원해 해상 사격훈련을 했다. 서북도서에 배치된 해병부대가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2018년 9·19 합의 체결 이후 처음이다. 반면 북한은 9.19 합의 이후 지금까지 16차례에 걸쳐 해상 사격을 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날 북한의 포 사격과 우리 군의 대응 사격으로 오전 한 때 연평도·백령도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고, 인천에서 연평도로 향하는 민간 페리 운항도 전면 통제됐다. 우리 군과 민간인의 피해는 없었다.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한 곳은 북측 수역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 남·북이 9.19 군사합의를 통해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 ‘완충 수역’으로 설정한 구역이다. 남·북은 당시 서해 덕적도 북쪽부터 북측 수역의 초도 남쪽까지 약 135㎞, 동해 80㎞(속초 북쪽~북측 통천 남쪽) 일대를 해상 적대행위 중단구역(완충 수역)으로 삼았다.
이번 포 사격은 북한이 대남 공격 의도를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적대국가’로 규정하고 핵무력까지 동원해 남한 영토를 점령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북한군 지휘관 회의를 소집해 “언제든지 무력충돌을 기정사실화 해야 한다”고 당부한 사실이 1일 공개됐다.
그리고 닷새만에 서해상에서 포격 도발을 한 건 김정은의 이런 지시가 허언이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완충구역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건 9·19 합의의 완전한 파기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은 국방성 명의 성명을 통해 “이 시각부터 북한 군대는 9ㆍ19 남북 군사 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당시 9.19 합의 1조 3항을 효력 정지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다만 북한은 정부가 일부 효력 정지를 취하기 전에도 9·19 합의를 수차례 위반했다. 완충구역 준수 약속을 깬 것도 처음이 아니다.
앞서 북한군은 2022년 12월 6일 강원도 고성·금강 일대에서 해상 완충구역 포 사격을 감행했다. 당시 북한은 2022년 10~12월 동·서해 완충 구역에 해안포를 연이어 발사했다. 이때 이미 “9.19 합의는 유명무실화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전날(4일) 공개된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9.19 합의가 명목 상 살아있을 때는 효력 정지가 필요했지만, 상호 간의 약속이 한 쪽에 의해 완전히 파기되고 공격성을 선언한 마당에 우리도 이제 더 이상 연연할 필요도 없다”면서 “이 합의를 효력 정지하는 법적 절차도 이제 지킬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명예교수(북한연구소장)은 “북한이 오늘 9.19 합의가 사문화 됐다는 걸 행동으로 증명한 셈”이라며 “북한이 먼저 도발한 이상 서해 5도에서 우리군의 방어 능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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