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지진 '골든 타임' 지났는데 실종자 222명...'기적의 생환' 소식도
새해 첫날 발생한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 반도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5일 오후 2시 기준 94명으로 늘어났다. 생존자 구조 '골든 타임'인 72시간이 이미 지난 가운데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의 수도 222명으로 집계돼 사망자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진 발생으로부터 만 4일째를 맞는 5일, 피해가 극심한 이시카와현 와지마(輪島)시, 스즈(珠洲)시, 나나오(七尾)시 등에서는 자위대 대원 4600명과 소방·경찰 인력 2800명이 동원돼 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무너진 콘크리트 건물이나 목조 주택의 잔해 속으로 들어가 생존자를 찾는 작업이다.
일본은 지난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지진 현장에서 72시간이 지나 구조한 피해자들의 생존율이 크게 낮았던 경험을 근거로 72시간을 지진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긴다. 이번 노토 반도 지진의 경우 지난 1일 오후 4시 10분 발생 후부터 이미 72시간을 넘긴 상황이다.
4일엔 기적적인 생환 소식도 들려왔다. 골든타임이 막 지난 4일 오후 4시 28분쯤 와지마시의 붕괴한 2층 주택 안에 갇혀있던 80대 여성이 소방대에 의해 구출됐다. NHK는 "구조된 피해자는 뒤틀려있는 1층 부분에서 발견돼 소방대원들이 안고 나왔다"며 "의식은 있는 상태로 병원에 실려갔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7시에도 무너진 주택에 갇혀있던 87세 여성이 구조됐다. 골든타임을 넘긴 5일에는 생존자 구조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식수도, 전기도 없어"...고립된 주민 800명
이시카와현은 4일부터 지자체 주민 대장에 기재된 주민 가운데 연락이 되지 않는 이들의 이름과 나이 등 인적 사항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협조로 구조 작업을 원활히 하기 위함이다. 5일 현재 이시카와 현 내 행방불명자는 222명에 달한다. 전날까지 파악된 부상자는 400여명으로, 이 중 중상자 수는 29명이다.
산골에 있는 피해 지역은 아직 진입로도 확보되지 않아 고립 상태다. 이시카와 현 내 33개 마을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고 고립된 이들이 이날까지 840명에 이른다. 이 마을 대부분은 길이 토사나 나무 잔해 등으로 막혀 지원 인력이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당수의 주민이 전기도 물도 없는 상황에서 버티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도로 복구를 서두르는 한편 헬기 등을 이용해 고립 지역에 지원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일상생활로 돌아가지 못한 채 나흘째 피난소 생활을 하는 주민도 현재 약 3만2000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5일 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에서 "피난소 위생 개선, 생활환경 정비, 재해 피해자 건강 유지를 위해 힘을 쏟으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피난소 추위 대책 등 이재민 지원을 위해 예비비에서 47억4000만엔(약 43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구마모토(熊本) 지진 당시 23억엔의 두 배에 달한다.
"쓰나미 위력, 기상청 발표보다 강했을 듯"
한편 1일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을 당시 쓰나미(津波·지진해일)가 기상청이 발표한 것보다 빨리 해안에 이르렀고, 위력도 더 강했을 수 있다는 학자들의 분석이 나왔다. 현재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해안 마을 주민 중 상당수가 쓰나미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호쿠(東北)대 지진해일 공학 전공 이마무라 후미히토(今村文彦) 교수는 이번 지진을 일으킨 단층 등 데이터를 근거로 쓰나미가 해안에 도달한 상황을 컴퓨터로 재현했다. 그 결과 스즈시에는 지진 발생 1분 후 쓰나미 제1파(波)가, 나나오시에는 지진 발생 2분 후 쓰나미가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 결과가 나왔다.
일본 기상청은 당시 데이터에 근거해 나나오시에 지진 발생 약 30분 뒤에 쓰나미가 도달했을 것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빨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쓰나미의 실제 높이가 기상청이 발표한 최고 1.2m보다 훨씬 높은 4m에 달했을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이마무라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건물을 보면 1층은 침수된 것으로 보이는데, 지반 높이가 2∼3m이므로 쓰나미 높이가 4m를 넘은 듯하다"며 "해안선부터 육지까지 수백m에 걸쳐 침수 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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