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심박수 챌린지 일으킨 '서울의 봄' 분노 가치는?
매출액 1195억원 한국영화 4위 올라
MZ세대 인기 흥행 동력
1000만 영화는 하늘이 내려준다는 말이 있다. 영화가 좋다는 전제에서 사회적 분위기와 극장 상황 등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뜻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등 미디어 시장이 커지면서 관객들의 눈은 높아졌다. 더는 짧은 예고편이나 광고에 현혹되지도 않는다. 부족한 영화를 돈(마케팅)으로 포장하더라도 개봉 반나절 만에 밑천이 드러나고 만다.
개봉 33일째 1000만 관객 돌파…단일영화로 유일지난해 11월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4일차 100만, 6일차 200만, 10일차 300만, 12일차 400만, 14일차 500만, 18일차 600만, 20일차 700만, 25일차 800만, 27일차 900만 관객을 모았으며, 33일 차인 지난달 크리스마스 이브(12월2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해 '범죄도시3' 이후 두 번째 천만 영화이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범죄도시2' '아바타: 물의 길'(2022) '범죄도시3'에 이어 3번째다. 가뭄 속 피어난 장미 같은 흥행이다. 단일 영화로는 유일하다. 지난여름에 이어 추석 연휴 개봉한 영화 대부분 손익분기점(BEP)을 넘기지 못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러한 극장가 분위기를 반전시킨 귀한 천만이다.
영화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감기'(2013) '아수라'(2016) 등의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천만 영화다. 배우 황정민이 전두환을 모티브 삼은 전두환으로 분하고, 정우성이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연기했다. 박해준·이성민·김성균 등이 출연한다. 황정민은 '국제시장'(2014) '베테랑'(2015)에 이어 3번째다. 정우성은 1994년 데뷔 이래 최초로 천만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추가했다.
'범죄도시3' 보다 매출액 149억 많아
'서울의 봄' 제작비는 270억원 정도다. 손익분기점은 460만명으로, 4일 누적 관객수 1228만331명을 모아 누적 매출액 1195억6710만524원을 기록했다. 역대 한국영화 4위에 해당한다. 1위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2019) 1396억원, 2위 '명량'(감독 김한민·2014) 1357억원, 3위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2022) 1312억원 순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는 꾸준히 관객에게 사랑받았다. 이순신 장군 3부작 첫 번째 이야기 '명량'은 2위, 부산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한국전쟁과 흥남철수, 파독 광부, 베트남 전쟁 등을 두루 다룬 '국제시장'(감독 윤제균·2014)이 6위,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친일파 암살 작전을 모티브로 제작한 '암살'(감독 최동훈·2015)이 10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울림을 준 '택시운전사'(감독 장훈·2017)가 11위에 포함됐다.
"전두광 가만 안 둬" 2030 분노…역사 관심 이끌며 흥행 동력으로'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다. 10월26일 대통령 시해 사건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서울에 새로운 바람이 분다. 이후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은 계엄법에 따라 수사 책임자인 합동수사본부장에 임명된다. 전두광은 순식간에 모든 정보를 틀어쥔다. 권력에 눈이 멀어 군내 사조직을 총동원해 최전선 전방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이며 군사반란을 일으킨다.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전두광은 탐욕에 눈이 멀어 외친다.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혈관 속 피가 역류하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영화를 본 관객 반응도 비슷하다. 개인적 욕심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뻔뻔하게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전두광의 악행에 분노했다는 관객 후기가 쏟아졌다.
'12.12 군사반란'이란 1979년 12월12일, 전두환·노태우 등이 주동하고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가 중심이 되어 신군부 세력이 일으킨 사건을 말한다. 이는 44년 전 일어난 역사적 사건인데다, 사건이 일어난 후에나 일이 알려졌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영화를 통해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CGV는 개봉 3주 차인 지난달 5일 '서울의 봄' 관객 중 20대가 26%, 30대가 30%를 차지한다고 집계했다. 2030 관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비교적 역사적 사건에 익숙한 세대인 40대(23%) 50대(17%)보다 높다. 이후 관람 추이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처럼 영화는 20·30세대의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 관객 관람률이 높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이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키워드 중 하나는 '분노'다. 영화를 보는 동안 심박수가 올라가는 사진과 전후 심박수와 스트레스 지수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심박수 챌린지' '분노 챌린지' 등 관람 인증이 놀이처럼 번졌다. 이후 꾸준히 입소문을 얻으며 침체한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두환을 모티브 삼은 전두광의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도 흥행에 한몫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전두광을 연기한 배우 황정민의 전작까지 소환하며 영화 후기를 즐기는 모습이다. 부정적인 조롱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관심이 바탕이 됐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수십 년 전 한 방송사가 12·12 군사반란 이후 만찬 당시를 촬영해 보도한 영상이 유튜브에서 역주행하는 등 실제 역사를 찾아보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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