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피멍…아빠 돌아가신 날도 맞아" 제주 동급생 학폭 '파장'

방제일 2024. 1. 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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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받지 않는다' 불러내 무차별 폭행
가해자는 학폭으로 강제 전학까지 가
피해자 가족, 보복 우려해 이사도 고려

한 고등학생이 아버지 장례식 날 동급생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일 제주 동부경찰서는 고등학생 A군에게 폭력을 행사한 동급생 B, C군을 공동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B군 등은 A군을 두 차례 무차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8일 A군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러내 폭행했다. 가해 학생 B군은 A군과 얼마 전까지 같은 학교에 다니다가 학교에서 폭력 행위를 일삼아 강제 전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학한 이후에도 이전 학교 동급생을 불러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A군이 온몸에 피멍이 들게 맞은 이 날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아버지 발인이 있던 날, 가슴이 아프다며 가족들에게 고통을 호소했지만, 폭행당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달 8일 A군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러내 폭행했다. 가해 학생 B군은 A군과 얼마 전까지 같은 학교에 다니다가 학교에서 폭력 행위를 일삼아 강제 전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아시아경제]

가해 학생들의 폭행은 A군의 아버지 장례식 이후 더 심해졌다. 첫 폭행이 있고서 6일 뒤인 같은 달 14일 새벽에는 A군을 제주 건입동의 한 빌라에서부터 인근 공원까지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으로 끌고 다니며 2시간가량 폭행했다. A군의 가족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 중) 유도하는 친구가 힘 조절 없이 계속 때렸다. 유도 기술 업어치기로 정자에 부딪히게 하고 온 감정을 실어서 죽으라는 식으로 때렸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를 토하고 코피를 흘렸다는데, 가슴 치다가 뺨 때리다가 그게 계속 반복되니까 (그만하라고) 말할 힘도 없었다고 한다. 집에 올 때는 피를 다 씻게 한 후에 택시 태웠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A군은 가족들에게 끝까지 폭행 사실을 말하지 않다가, 극심한 고통에 결국 친척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A군 어머니는 상처를 본 의사의 진단을 통해 뒤늦게 아들이 폭행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달 8일 A군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러내 폭행했다. 가해 학생 B군은 A군과 얼마 전까지 같은 학교에 다니다가 학교에서 폭력 행위를 일삼아 강제 전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학한 이후에도 이전 학교 동급생을 불러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사진출처=KBS 뉴스]

진단서에는 "친구들에게 구타당한 이후 생긴 어지럼증, 두통, 좌측 난청 증상이 있다. 향후 최소 3~4주 이상의 약물 치료와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라고 적혀 있다. A군은 결국 전치 4주의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A군 가족들은 보복, 추가 폭력 등을 피하기 위해 이사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군 어머니는 B군 등을 고소하고 학교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 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이들이 자퇴하면서 학폭위 자체를 열 수 없게 됐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B군 등을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학폭 당했다" 답한 초·중·고교생 비율 1.9%, 10년 새 최고치

학교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초·중·고교생 비율이 1.9%로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피해 학생 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3만명 아래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5만9000여명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 10년간 조사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경험한 학교폭력은 '언어폭력'이었다.

교육부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9%로 2013년 조사(2.2%) 이후 가장 높았다. 조사에 응답한 학생 317만여명 중 5만9000여명이 피해를 경험했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2012년 시작됐다. 2011년 말 대구의 한 중학생이 집단 폭력을 겪은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하지만 2012년 조사는 우편으로 설문지를 배송하는 방식이라 설문 회수율이 평균 25%에 그쳤고, 유효한 통계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2013년부터는 온라인 설문조사가 시작됐다. 피해를 경험한 학생 비율은 매년 1~2%로 나타났는데,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을 시작한 2020년에는 0.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교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은 올해 3.9%를 기록해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중고교의 학교 폭력 피해 응답률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중학생의 응답률은 2013년(2.4%)부터 꾸준히 낮아져 올해는 1.3%를 기록했다. 고등학생은 2013년 0.9%에서 올해 0.4%로 낮아졌다.

가장 많은 학교폭력 유형(중복 응답)은 언어폭력으로 나타났다. 2013년 조사 이후 꾸준히 30% 이상을 차지하며 매년 1위를 차지했다. 언어폭력 비율은 지난해에는 41.8%까지 높아졌고, 올해는 37.1%였다. 사이버 괴롭힘은 코로나19 유행 때인 2020년엔 12.3%까지 올랐다가 올해는 6.9%를 기록했다. 신체 폭력은 사이버 괴롭힘과 반대 추이를 보인다. 2020년에는 7.9%까지 떨어졌지만, 올해는 17.3%로 높아졌다.

신체 폭력이 다시 늘어나는 것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그동안 언어폭력, 사이버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지만, 신체 폭력 등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이 약화한 것은 아닌지 재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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