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염색샴푸 논란' 식약처에 남겨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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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염색샴푸 모다모다에 첨가제로 사용되는 THB(1, 2, 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 원료 금지 목록에 추가된다.
지난 2년 동안 계속됐던 도를 넘는 식약처의 '쇠고집'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자신들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통째로 무시한 식약처의 어처구니없는 억지에 한 마디 반박도 하지 못했던 전문가의 문제도 심각하다.
폴리페놀을 이용한 염색샴푸가 '신기술'이 아니라는 주장도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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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염색샴푸 모다모다에 첨가제로 사용되는 THB(1, 2, 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 원료 금지 목록에 추가된다. 지난 2년 동안 계속됐던 도를 넘는 식약처의 ‘쇠고집’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 식약처의 뒤늦은 조치는 벌써 무의미한 사후약방문이 됐다. 이미 THB를 사용하지 않는 신제품이 생산·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THB의 인체 유해성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 식약처가 강조하는 ‘잠재적 유전독성’과 ‘피부 감작성’은 유럽연합(EU)이 2006년부터 지적했던 ‘가능성’일 뿐이다. 쥐티푸스균이라는 특정한 박테리아에서 확인한 가능성이 여전히 식약처가 내놓을 수 있는 어설픈 ‘과학적 근거’의 전부라는 사실이 실망스럽다. ‘제도가 신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의 지적을 반박하기에는 턱없이 옹색하고 빈약한 것이다.
모든 나라가 유럽연합(EU)의 결정을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화장품원료검토위원회(CIR)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THB를 사용한 18종의 염색약과 1종의 염색샴푸가 합법적으로 생산·유통되고 있다. 캐나다와 일본에서도 THB에 대한 규제를 찾아볼 수 없다. THB는 여전히 국제화장품성분사전(ICID)에 등재되어 있고 함량에 대한 제한도 없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하는 인체발암물질목록에서도 THB를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위해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식약처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사전예방적 조치’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조치가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적어도 애써 신제품을 개발한 작은 벤처기업을 시장에서 밀어내는 억지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했다.
식약처가 THB의 검증을 소비자단체에 떠맡겨버린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화장품 원료의 위해성 평가·검증 전반을 ‘소비자 관점’에서 관리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지난해 7월 식약처 담당국장의 발언은 황당한 궤변이다. 자신들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통째로 무시한 식약처의 어처구니없는 억지에 한 마디 반박도 하지 못했던 전문가의 문제도 심각하다.
화학물질의 위해성 검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위해성 검증은 고도의 전문성·학식·경험을 갖춘 전문가에게도 힘겨운 일이다. ‘화학물질 관리법’에도 그런 일은 화학·환경·보건 등 관련 분야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업계 대표·공무원’에게 맡기도록 명시하고 있다. 당연히 THB의 위해성 평가도 그런 원칙을 따라야만 했다. 기업이 두려워하는 것은 소비자의 ‘검증’이 아니라 ‘평판’이다.
‘검증’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잊어버린 식약처의 현실이 안타깝다. 폴리페놀을 이용한 염색샴푸가 ‘신기술’이 아니라는 주장도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엉겁결에 검증을 떠맡은 소비자단체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식약처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가리지 못한 철없는 집단으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식약처는 전문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전문성을 외면하는 식약처가 국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식약처가 하루빨리 국민을 위한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하게 기대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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