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팀 무너뜨린 ‘원맨쇼’…SK 워니 어찌 막으리오

김명석 2024. 1. 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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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서울 SK 자밀 워니가 지난 3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CC전에서 플로터를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와, 진짜 어떻게 막을 겁니까.”

프로농구 서울 SK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를 향한 중계 해설진의 찬사였다. 지난 3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프로농구 부산 KCC 원정에서 종횡무진 코트를 누비는 모습에 대한 호평이었다. 이날 워니는 팀 득점(77점)의 절반에 가까운 36점을 책임졌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슈퍼팀’ KCC도 그의 원맨쇼에 고개를 숙였다.

이날 워니는 그야말로 경기 내내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라건아, 이승현 등 KCC 선수들과 경합에서 늘 우위를 점하며 코트를 지배했다. 단 1초도 쉬지 않고 40분 풀타임을 소화하고도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마다 날아올랐다. 강점인 스핀 무브와 플로터, 필요할 땐 과감한 외곽슛까지 더해 KCC 수비진을 괴롭혔다.

상대 추격이 거세질 때마다 번번이 찬물을 끼얹은 것도, 위기 상황에서 결정적인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낸 것도 워니였다. 그는 팀이 14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한 3쿼터, 결정적인 공격 리바운드 2개에 이은 앤드원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재역전을 노린 KCC의 공격 땐 이호현의 골밑슛을 잇따라 블록한 뒤 포효했다.

하이라이트는 73-73으로 맞서던 종료 58초 전이었다. 최대 승부처에서 워니의 집중력은 그 누구보다 앞섰다. 플로터를 성공시키며 팀에 리드를 안긴 게 시작이었다. 최준용이 자유투 1개를 성공시키면서 1점 차로 쫓긴 상황. 종료 19초를 남기고 김선형의 플로터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SK는 자칫 재역전 위기를 맞았다.

림에 맞고 나온 공을 잡아낸 건 KCC 선수들이 아닌 워니였다. 기어코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낸 그는 골밑 득점까지 성공시키며 16초를 남기고 3점 차로 격차를 벌렸다. KCC는 송교창이 3점슛 2개를 던졌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SK의 77-74 승리. 승부를 결정지은 건 워니였다.

이날 그는 36득점에 9리바운드·3어시스트·2블록을 기록했다. SK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넣은 다른 선수는 오세근(11점) 뿐이었다. KCC에선 19점을 넣은 허웅을 비롯해 알리제 드숀 존슨(16점) 최준용, 송교창(이상 14점) 등으로 맞섰다. 그런데도 워니의 ‘원맨쇼’를 감당하지 못했다.

프로농구 서울 SK 자밀 워니. KBL 제공

물론 이 경기뿐만이 아니다. 최근 세 차례나 외국인 선수상을 받은 ‘터줏대감’ 답게 올 시즌 내내 코트를 지배하고 있다. 평균 득점은 26.1점으로 리그 전체 1위. 리바운드(11.5개)와 블록(1.2개)도 각각 3위와 4위다. 평균 출전 시간은 34분 43초로 두 번째로 많다.

더욱 눈에 띄는 건 그간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도 오히려 올 시즌 가장 좋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평균 득점과 어시스트(3.8개) 블록 등 여러 지표가 커리어 하이다. 어느덧 5번째 시즌, 이제는 공략법이 나올 만도 한데 오히려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알고도 못 막는다’는 표현이 나오는 배경이다.

KCC마저 적지에서 잡아낸 SK는 9연승 파죽지세를 달렸다. 다른 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워니를 앞세워 원주 DB와의 우승 경쟁에 불을 지폈다. 워니는 방송사 인터뷰에서 “상대에서 더블팀이나 트리플팀까지 오면서 수비를 한다. 하지만 더 노력해서 그런 걸 극복하고 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이겨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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