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재심 결정…15년만에 부녀피고인 출소

12년 전 전남 순천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부녀의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제2-2형사부(재판장 오영상)는 지난 4일 존속살해,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형을 확정받아 재소 중인 아버지 백모씨(74)와 백모씨의 딸(40)에 대한 재심 결정을 내렸다.

재심이 시작됨에 따라 재판부는 재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백씨 부녀에게는 형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재심 결정 이유에 대해 "재심 청구 이유 중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주장과 경찰 초동수사 당시 수집된 화물차 관련 CCTV자료가 새로 발견된 무죄의 명백한 증거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백씨 부녀는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이를 나눠마신 백씨의 아내 최모씨를 포함해 2명을 살해하고, 주민 2명에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돼 2012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1심에서는 무죄판결이 나왔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기징역,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2012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다만 청산가리 입수 시기와 경위, 청산가리가 막걸리에서는 검출됐으나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넣었다던 숟가락에서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 막걸리 공급 장부 사본이 위조된 것으로 보이는 점, 진술 번복과 자백 강요 등으로 논란이 빚어졌다.

이에 A씨 부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지 10년만인 2022년 재판부에 재심을 청구했다.

백씨 부녀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물증 없이 날조된 조서'로 서명을 받고, 조사 과정에서 유도 심문과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는 취지로 재심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범행 도구인 '막걸리'와 관련해 출처 등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공소사실상 백씨는 7월 2일 오후 6시에 일을 마친 뒤 화물차를 운전해 시장에 가서 막걸리 3병을 구입했다는 진술이 작성돼 있으나 CCTV 기록에는 화물차가 촬영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막걸리 구입'에 관해 새로 발견된 화물차 CCTV 경찰 증거와 이와 유기적으로 연관된 피고인의 진술, 이와 모순되는 검사의 피의자 심문 등을 종합해 평가하면 살인 등 부분은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