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진영 부친, 또 5억 기부…15년째 생전 딸의 뜻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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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11억원으로 계암장학회 설립
"푸르러 높아가는 가을 하늘 아래 한 송이 국화 영원한 잠에 들다. 고고한 자태를 이제는 직접 볼 수 없지만 그를 사랑하는 이들 마음속에 은은한 향기로 남아 숨 쉬어라."
15년 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장진영(당시 37세)씨 기념관에 적힌 비문이다. 장씨 아버지 장길남(89)씨는 '어려운 학생을 돕고 싶다'는 딸 유지에 따라 2010년 3월 사재 11억원을 털어 장학재단 계암장학회를 만들었다.
이후 생전에 딸이 펼치던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소외된 환경에 있는 인재를 돕는 장학 사업이 사랑하는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 여겨서다. 새해에도 장 이사장 선행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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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대에 장학금 5억원 기부
장길남 계암장학회 이사장은 지난 4일 학교법인 우석학원에 장학금 5억원을 기부했다. 장 이사장은 이날 우석대 전주캠퍼스에서 열린 기부금 전달식에서 "딸이 생전에 간절히 원했던 뜻이 전달됐으면 한다"며 "학생 교육과 지역 사회 공헌에 앞장서고 있는 우석학원 발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우석대 재학생 5명이 각각 장학금 100만원씩 받았다.
서창훈 우석학원 이사장은 "장길남 이사장의 소중한 뜻에 따라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우석학원은 장 이사장 뜻을 기리기 위해 우석대 전주캠퍼스 교양관 지역협력세미나실 이름을 '계암 장길남 홀'로 지을 계획이다.
장 이사장은 딸이 떠난 뒤 15년간 꾸준히 기부했다. 장학금은 전북 출신 고교생과 대학생·대학원생 중 성적 우수자와 예체능 특기자에게 줬다. 그동안 전북대·우석대 등 지역 대학과 딸 모교인 전주중앙여고에 장학금 2000만원~1억5000만원을 기부했다. 우석학원에 기부한 5억원은 그간 기부액 중 가장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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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남씨 "딸이 모교에 장학금 부탁"
장 이사장은 2009년 11월 중앙여고에 5000만원을 기탁하면서 "딸이 병세가 악화되기 전인 (2009년) 7월 중순 모교에 장학금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진영이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이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학교 측은 '장진영 장학금 운영위원회'를 만들고, 학교 안에 고인 기념비 제막식을 열기도 했다.
장 이사장은 딸 사망 10주기 하루 전인 2019년 8월 30일엔 임실군청을 찾아 장학금 1억원을 기부했다. 임실은 장 이사장 고향이자 장씨가 잠든 곳이다. 장 이사장은 2010년 5월 임실 운암면 계암리에 장진영 기념관을 열었다. 계암장학회는 운암면 계암리에서 따왔고, 장씨 유해도 운암면 선산에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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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위암으로 숨져
1972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장씨는 1992년 미스코리아 충남 진으로 뽑힌 뒤 연예계에 데뷔했다. 영화 '반칙왕' '국화꽃 향기' '청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소름' '싱글즈' 등에 출연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사랑받다 2009년 9월 1일 위암으로 숨졌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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