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쌍특검법'에 거부권 행사…여야 정쟁 재점화(종합)
"대장동클럽 특검법은 이재명 방탄용"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김건희 특검법)·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대장동 50억클럽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헌법적 가치를 무너뜨릴 수 있는 특검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게 거부권 행사의 이유다. 윤 대통령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으로 소강상태였던 여야 정쟁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직후 이를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헌법상 의무에 따라 대통령은 국회에 두 가지 총선용 악법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며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시급한 법안 처리는 미루면서 민생과 무관한 두 가지 특검법안을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에 나선 이 실장은 "이번 특검 법안은 총선용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가 있다"며 "국무회의 심의 결과 여야 합의로 처리해 오던 헌법 관례를 무시했고,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 수사해 인권이 유린되며 총선 기간 친야 성향의 특검이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대장동 50억클럽 특검법에 대해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라며 "여당의 특검 추천권은 배제하고 야당만 추천해 친야 성향의 특검이 수사한다면 진상이 규명될 리 없다"고 지적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12년 전 결혼도 하기 전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 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 편향적인 특검 임명, 허위 브리핑을 통한 여론 조작 등 50억 클럽 특검법과 마찬가지의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여론몰이로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쌍특검법을 무리하게 통과시켰다는 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이 실장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치주의의 수호자로서 인권 보호 등 헌법 가치를 보호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면서 "따라서 이런 원칙에 반하는 특검 법안에 대해서는 재의 요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산과 행정력 낭비도 이번 특검법의 문제로 꼽았다. 특검이 진행되면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국민 혈세가 민생과 무관한 곳에 낭비되고, 수사기관 인력들이 특검에 차출되면 법집행기관의 정상적인 운영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 8일 만에 거부권…특검 불수용 의사 강력 시사
윤 대통령은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을 단독 처리한 지 8일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특검법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12일), 간호법 제정안(19일), 노란봉투법 및 방송 3법(22일) 등 다른 사례와 비교해봐도 이번 절차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4번째(법안 별로는 7번째)다.
다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속도가 빠르다’는 기자 질의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신속히 입장 밝히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은 이해충돌 여지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헌법적 가치 훼손하는 여러 문제 있는 특검이라서 재의를 요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정부는 쌍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윤 대통령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으로 소강상태였던 여야 정쟁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적 의도가 분명하고 위헌적 요소가 많은 악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쌍특검법은 과정과 절차, 내용, 정치적 의도 등 모든 면에서 정략적 악법으로서 위헌적 독소조항도 많다"며 "대통령의 거부권은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의 견제·균형을 위한 장치로 국회 다수당의 입법권 행사에 문제가 있으면 행정부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헌법적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심판과 저항이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자신이나 가족과 관련된 특검, 검찰 수사를 거부한 적이 없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가족비리 방탄을 위해 거부권을 남용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에게 맞서 이기는 권력은 없다"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거부권 행사로 모든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쌍특검법 처리와 관련해 1차 분수령은 오는 9일 본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 등을 거치겠다는 방침이어서, 재의결 시점을 2월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영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 복원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의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제2부속실 설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선거기간 공약이었다"며 "국민 대다수가 설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면 저희들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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