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영상화 사업 선구자' 고학찬 전 예술의전당 사장 별세

고학찬 전 예술의전당 사장이 4일 별세했다. 향년 77세.

예술의전당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예술의전당 14·15대 사장을 지낸 고학찬 전 사장이 지난 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5일 밝혔다.

고인은 제주도 출신으로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70년 동양방송(TBC)에 PD로 입사했다. TBC에서 큰 인기를 얻은 라디오 드라마 '손오공', 코미디 프로그램 '좋았군 좋았어', 오락 프로그램 '장수만세' 등이 그의 연출작이다. 1977년부터는 방송작가로도 활동했다.

1980년 언론 통폐합 이후 TBC가 해체되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고인은 미국에서 뉴욕 KABS-TV 편성제작국장으로 일하며 미국 최초 한국어 방송을 진행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고인은 제일기획 Q채널 국장,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겸임교수,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 총괄국장 등을 지냈다. 또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소극장 윤당아트홀을 운영하며 다양한 연극작품을 소개했다.

이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 등을 거쳐 2013년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취임했다.

고인은 14대와 15대 예술의전당 사장을 지내며 예술의전당 역사상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 6년 동안 국내 최초로 우수 레퍼토리 공연을 영상화해 국내외에 상영하는 공연 영상사업을 추진해 예술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술의전당 가곡의 밤'을 직접 기획하고, 60회 넘게 직접 진행을 맡기도 했다.

퇴임 후에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 고인은 2019년 유튜브 채널 '고학찬의 비긴어게인'을 통해 가수의 꿈에 도전했고, 75세 나이로 인사동에서 가수로 단독 공연을 하며 '늦깎이 데뷔'를 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는 패션모델을 자처하며 '시니어 패션'을 선보였다.

2021년에는 모교 한양대 동문 봉사단 이사장으로 독일 브란덴부르크 연방 주립 청년합창단 교류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유족으로 부인 안정희 씨가 있다.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7일 오후 1시.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