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계 유전’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 길 ‘한 발짝 더’

민태원 2024. 1. 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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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새로운 유전자 교정 기술로 해당 질환 동물 모델 제작 성공
‘셀’지 게재…희귀한 미토콘드리아 유전병 극복 희망과 가능성 제시
게티이미지

국내 공동 연구진이 부작용을 크게 줄인 유전자 가위 기술로 고장난 미토콘드리아 DNA를 교정한 동물 모델을 제작하는 데 세계 처음으로 성공했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의 길을 여는 데 한 발짝 더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모 중 모계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의 특성상, 엄마의 미토콘드리아 결함이 자녀에게 이어지며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 뇌 신경 근육 등에 다양한 병증을 일으킨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인간 및 동식물 세포의 유전체에서 특정 염기 서열을 인식한 후 해당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시스템(genome editing)을 말한다. 돌연변이 염기를 잘라내고 정상 부위로 대체해 이으면 근본적인 질환 치료가 가능하다.

고려대의대 융합의학교실 이현지 교수 연구팀과 싱가포르국립대 김진수 교수(엣진 CTO), 성균관대 메타바이오헬스학과 이성현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미토콘드리아 DNA의 특정 서열에서 아데닌(A) 염기를 구아닌(G)으로 변형한 생쥐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세포 내에 존재하는 에너지 공급원, 미토콘드리아는 그 내부에 에너지 대사에 필수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가진 미토콘드리아 DNA를 갖고 있다. 이 DNA의 결함은 미토콘드리아의 고장으로 이어지며 다양한 부위에 난치 질환을 일으킨다.

현재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이 DNA 교정 기술로 활용되지만, 특정 DNA 서열을 인식하는 것에 사용하는 ‘가이드 RNA(효소)’가 미토콘드리아 내부로 수송되지 못하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DNA 교정에는 사용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에 지금까지 개발된 미토콘드리아 DNA 교정 기술로는 DNA 염기 서열 4종류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시토신(C) 중 시토신(C) 염기를 티민(T)으로 교정 가능한 염기 교정 효소(이하 DdCBE)와 아데닌(A) 염기를 구아닌(G)으로 교정 가능한 염기 교정기술 (TALED)이 있다.
이 중 DdCBE를 활용해 미토콘드리아 C-to-T 유전자 교정을 일으킨 생쥐를 제작한 연구 사례는 있지만, TALED를 활용해 미토콘드리아 A-to-G 유전자 교정을 동물실험에서 성공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기존에 개발된 TALED가 세포 내에서 의도하지 않은 무작위적 DNA 및 RNA 변형을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TALED가 생쥐의 수정란에 주입될 경우 배아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함을 발견했다.
이에 TALED 구성 단백질 중 DNA 변형을 매개하는 단백질이 더욱 정밀한 활성을 나타낼 수 있게 ‘개량한 TALED(V28R-TALED)’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TALED의 부작용인 세포 내 무작위적 DNA 및 RNA 변형이 크게 감소된 것을 확인했다.

기존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 기술인 TALED는 무작위한 RNA 및 DNA 변형을 일으켜 생쥐 배아에 적용할 경우 비정상적인 발달을 하는 반면(위), 연구진이 개량한 TALED-V28R은 무작위한 RNA 및 DNA 변형을 줄이고 나아가 미토콘드리아 질환 모델 개발에도 성공했다. 연구진 제공

나아가 개량된 TALED를 생쥐의 수정란에 미세 주입해 미토콘드리아 질환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의 돌연변이를 보유, 병증을 나타내는 질환 모델 제작에 성공했다.
공동 제1저자인 조성익 박사는 5일 “미토콘드리아 유전병은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구는 한국의 연구자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발전시킨 좋은 예”라며 “앞으로도 기술 발전 및 부작용 연구를 매진해 미토콘드리아 유전병 극복에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공동 제1저자 홍성호 연구원은 “연구 성과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도 있는 분야라는 것을 배우고 큰 성취를 이룬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연구 책임자 이현지 교수는 “기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 기술의 의도치 않은 무작위적 DNA 및 RNA 변형을 규명하고 이를 개선해 동물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이번 연구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 기술이 치료제로 개발되기 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연구”라며 “지금까지 적절한 치료법이 없었던 미토콘드리아 질환에 있어 치료의 길이 열리는데 한 발짝 더 다가간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권위있는 과학 학술지 ‘셀’ 4일자에 발표됐다. 조성익 박사(연세대 의대), 임가영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홍성호 연구원(고려대 의대)이 공동 제1저자로, 이성현 교수(성균관대 의학과 및 메타바이오헬스학과),이현지 교수(고려대 의대), 김진수 교수(싱가포르국립대, ㈜엣진 CTO)가 공동 교신 저자로 참여했다.

좌측부터 이현지 교수(고려대 의대), 이성현 교수(성균관대 의학과 및 메타바이오헬스학과), 김진수 교수(싱가포르국립대, ㈜엣진 CTO), 홍성호 연구원(고려대 의대), 조성익 박사(연세대 의대), 임가영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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