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發 PF 부실 위기…건설업계 양극화 심화 우려
수도권 분양 물량 10대 건설사 비중은 36.9%
자금력 취약한 중소 건설사 유동성 위기 확대 불가피
시공능력 16위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업계 전반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가 대두되면서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 간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자금력과 신용도가 우수해 수주가 수월해지는 반면, 중소 건설사는 자금 유동성 악화에 따라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5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 중 10대 건설사 비중은 36.9%로 2022년(25.4%), 2023년(32.7%)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도시는 분양 물량 상당수가 재건축·재개발 물량으로 채워지는데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하면서 대형건설사의 분양 쏠림도 심화되고 있다.
주택경기 부진에 공사비 상승, 금융비용까지 높아져 준공과 분양 리스크가 부각되고 자금력과 신용도를 갖춘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사업 위주로만 PF가 성사되는 추세다.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16개 주요 건설사의 PF 보증 규모는 2021년 21조9000억원에서 2022년 26조1000억원, 2023년 9월 말 기준 28조3000억원까지 늘어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26만5439가구(민간임대 포함)로 상위 10대 건설사의 분양 물량은 14만9195가구(56%)에 달한다. 중견 건설사들이 주로 참여하는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택 시장은 위축되는 추세다.
공사비 인상과 분양 실적 부진으로 책임준공을 위한 건설사의 선 자금 투입을 필요로 하는 사업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공사비 증액에 따른 선 투입 자금은 통상 PF 대출 후순위로 상환을 받기 때문에 건설사의 대손 가능성이 증가한다"며 "신용도가 낮은 업체일수록 수도권이나 광역시가 아닌 사업장 비중이 높아 공사비 선 투입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건설경기 악화로 대손 위험이 커지고 신규 수주가 줄어들수록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건설사의 유동성 우려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신용평가가 분석한 지난해 6월 기준 건설사 순차입금 의존도는 BBB 등급이 26%에 달한다. BBB등급의 건설사들이 보유한 사업장들은 비수도권 시도지역이 45.4%에 이른다.
한국신용평가는 전날 신용등급 'BBB' 이하 건설사와 일부 'A'급 건설사들의 재무 대응 수준을 확인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롯데건설(A+, 부정적)과 GS건설(A+, 부정적), 신세계건설(A, 부정적), HDC현대산업개발(A, 부정적), 한신공영(BBB-, 안정적) 등을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았다. 한신평은 "본격적인 경기 반등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상위권 건설사로 유동성 위험이 확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이에 더해 금리 인하 시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금리가 지속되면 PF 연체율이 증가하고 부실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133조원으로 이 중 152개 사업장이 정상화와 연착륙을 위해 대주단과 협약 중이다.
정부가 부실 우려가 큰 PF 사업장을 재구조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공적자금 투입 전날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은 경·공매로 정리하고 사업성이 있지만, 일시적인 유동성을 겪는 사업장은 LH가 매입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건설사들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기 위해 미분양 사업장을 정리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는 등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금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대비해야 하며 건축공사에 쏠린 포트폴리오를 낮추고 공공공사 비중을 늘리고 해외건설 진출 등 사업 포트폴리오 수정·보완을 통해서 불확실성 변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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