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1st] '부족한 재정'도 이긴 이정효·김기동·최원권, '축구는 감독 놀음' 명제 증명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2023년 K리그1은 풍요로운 재정이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만은 않았다. 이를 뒤집을 수 있는 힘을 지닌 감독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4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3시즌 K리그 구단별 연봉 현황을 발표했다. K리그 전체 연봉 지출액은 지난해보다 149억 원가량 늘어난 1,854억 2,293만 1,000원이었으며, 외국인 연봉 총액이 323억 원에서 427억 원으로 104억 원 늘어나 연봉 상승을 주도했다.
일반적으로 리그 성적은 선수단 총연봉과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축구의 경제적 측면을 탐구한 책 '사커노믹스'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를 분석한 결과, 임금과 순위에는 89% 상관관계가 있었다. 최근 EPL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리그 4위 내 리버풀, 애스턴빌라, 맨체스터시티, 아스널 모두 선수단 총연봉 기준 리그 7위 안에 들어가는 구단들이다.
K리그1 역시 대체로 연봉을 많이 지출하는 팀이 상위권이었다. 기업구단 전북현대, 울산HD, 제주유나이티드 등이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2020시즌 광주FC, 2021시즌 수원FC, 2022시즌 포항스틸러스 등이 이변을 만들어냈지만 예외적인 상황에 가까웠다.
2023시즌 K리그1은 달랐다. 이변을 일으킨 팀이 한두 팀이 아니었다. 기존 이론 체계를 전복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선수단 총연봉 198억 767만 7,000원으로 1위에 오른 전북(리그 4위)을 비롯해 3위 FC서울(132억 3,965만 5,000원, 리그 7위), 4위 제주(119억 216만 6,000원, 리그 9위)가 나란히 부진했던 가운데 광주, 포항, 대구FC 등이 적은 선수단 연봉의 한계를 뚫고 날개를 활짝 펼쳤다.
선수단 총연봉 59억 5,067만 6,000원으로 K리그1 최하위인 광주는 주도적인 축구로 리그에 돌풍을 일으키며 최종 리그 3위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진출에 성공했다. 11위 대구FC(84억 494만 5,000원)도 후반기 반등에 성공해 리그 6위로 상위권에 안착했고, 9위 포항(94억 3,257만 5,000원)은 리그 2위를 차지한 건 물론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도 거머쥐었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감독이었다. 총연봉 대비 가장 큰 폭의 상승을 이뤄낸 광주, 포항, 대구는 모두 감독 덕을 톡톡히 본 구단들이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2023시즌 K리그1에 전술 혁명을 일으키며 광주를 다크호스로 만들었다. EPL의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을 연상케 하는 후방 빌드업과 포지션 플레이를 통해 전력 차를 전술로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브라이턴도 EPL 20팀 중 선수단 총연봉 13위로 비교적 낮은 구단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광주는 브라이턴보다 감독 개인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한 경우다. 이 감독은 열악한 훈련 시설과 시민구단의 부족한 재정 등을 세심한 전술적 지시와 선수단 관리로 극복해냈다. 브라이턴은 로베르토 데제르비 감독의 전술적 능력 외에 데이터 기반 스카우팅 시스템, 토니 블룸 구단주가 10년 이상 가다듬은 운영 체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케이스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포항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매 시즌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선수들 능력을 최대치로 뽑아내며 포항을 우승에 가까운 팀으로 만들었고, 2023시즌에는 FA컵 우승으로 포항 창단 50주년을 빛냈다. 상대 맞춤 전술을 곧잘 구사하며 이를 위해 경기 전 영상 분석에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김 감독은 2019년 부임 후 2021시즌을 제외한 4시즌에 선수단 총연봉 순위보다 뛰어난 리그 성적을 쟁취했다. 2021시즌에도 리그에서 9위에 머문 아쉬움을 ACL 결승 진출로 달랬다. FC서울이 2024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을 모셔온 것도 2020시즌 이후 줄곧 선수단 총연봉 순위보다 낮은 리그 순위에 머물던 구단을 쇄신하기 위함이었다.
최원권 대구 감독은 앞선 두 감독에 비해 전술 능력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감독처럼 선풍적이지도, 김 감독처럼 꾸준함을 증명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공간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효율적인 역습을 위한 적확한 선수 움직임 설정을 통해 부상으로 이탈한 세징야 공백까지 잘 메우며 지도력을 보여줬다.
대구에서 최 감독만큼 눈여겨볼 요소는 외국인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이다. 대구는 외국인 선수 6명(시즌 중 영입 및 방출 포함)에게 연봉 34억 2,377만 8,000원을 지급했다. 이는 국내 선수 37명에게 준 49억 8,116만 7,000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국내 선수들 중 유망주도 다수 포함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외국인에게 높은 비율을 투자해 성과를 낸 점에는 변함이 없다.
대구는 인천(외국인 51억 506만 원/국내 67억 8,781만 2,000원)과 함께 K리그1에서 외국인과 국내 선수의 연봉 격차가 가장 적은 팀이었고, 두 팀 모두 파이널A 진출에 성공하며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감독 역량의 중요성은 연봉지출 대비 부진했던 팀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총연봉 대비 리그 순위가 2단계 이상 낮았던 전북, 서울, 제주, 수원삼성, 강원 등 5팀은 모두 시즌 중에 감독을 교체했다. 특히 선수단 총연봉 106억 8,038만 9,000원으로 6위에 오른 수원은 두 차례나 감독을 갈아치웠음에도 끝내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K리그2로 강등됐다.
공교롭게도 나머지 7팀은 시즌 중 감독 교체를 하지 않았다. 적어도 감독 역량과 시즌 성적 사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방증인 동시에 단순 리그 성적이 아닌 선수단 총연봉과 실제 리그 순위가 상이할 때 감독 교체가 더 자주 발생함을 보여준다.
장기적으로는 높은 선수단 총연봉이 좋은 리그 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감독 역량 외에도 구단 운영, 스카우팅 시스템, 훈련장과 경기장 시설, 수입 변화 등 리그 순위를 좌우하는 요소는 많다. 선수 개개인의 역량도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질좋은 프로 선수를 최대한 많이 보유할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높은 연봉이다.
그럼에도 2023시즌 선수단 총연봉에 반비례하는 성과를 낸 감독들의 등장은 K리그1에 감독 역량과 전술의 중요성을 다시금 각인시켰고, K리그1이 보다 다채로운 전술의 장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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