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컴퓨터로 음란사진 파일 합성, 음화제조죄로 처벌 못 해"
'음란한 물건' 해당 안 돼"
지인의 얼굴과 나체사진을 컴퓨터로 합성해 음란한 사진파일을 만들어달라고 시킨 행위를 형법상 '음화제조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형법 제243조 음화반포죄가 문제가 된 사안에서 "컴퓨터 프로그램파일은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한 바 있는데, 같은 법 제244조 음화제조죄에서의 '음란한 물건'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파일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음화제조교사·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2017년 4월부터 11월까지 신원을 알 수 없는 이에게 SNS를 통해 여성 지인들의 얼굴이 합성된 나체사진을 17차례 의뢰해 제작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의뢰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지하철과 강의실 등에서 6차례 여성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도 받았다.
범행은 이씨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서 발각됐다. 습득자가 주인을 찾기 위해 휴대전화를 열었다가 합성 사진을 확인해 이를 피해자에게 건넸고, 피해자는 2017년 12월 경찰에 휴대전화를 제출하면서 이씨를 고소했다.
당초 이 사건은 경찰이 수사했으나 이씨가 군에 입대하면서 군검찰 소관으로 넘어갔다. 군사법원은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1·2심 모두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앞서 대법원은 음화반포죄가 문제된 사건에서 "컴퓨터 프로그램파일은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씨가 만들어달라고 한 합성사진 같은 컴퓨터 파일은 음화제조죄에서의 ‘음란한 물건’에도 해당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에게 제작을 의뢰해 전송받은 음란합성사진 파일은 형법 제244조의 '음란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며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는 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음화제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한편 컴퓨터 파일로 음란한 사진을 만든 경우 현재는 2020년 3월 신설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처벌 조항이 신설되기 전 범행을 저지른 이씨의 경우 행위시의 법률로 처벌한다는 형법의 원칙에 따라 처벌이 불가능하다.
대법원은 이씨의 카메라불법촬영 혐의와 관련해 이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나온 사진들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도 하급심과 다른 판단을 내놨다.
앞서 1심과 2심은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이씨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기 때문에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음화제조 혐의와 관련이 없는 불법촬영 혐의의 증거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별도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피의자인 이씨의 참여권을 보장했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하철, 학원 등지에서 성명불상의 여고생들을 몰래 촬영한 사진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인 음화제조교사 부분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로 보기 어렵다"라며 "그런데 사법경찰관은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했음에도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거나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았으므로, 그러한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검사가 약 9개월 이후 이 사건 영장을 발부받아 디지털포렌식 절차를 진행해 무관증거인 불법촬영사진을 탐색·복원·출력했더라도, 앞선 위법한 절차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불법촬영사진 출력물, 시디(CD)는 이 점에서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피의자의 참여권 보장, 전자정보 압수목록 교부,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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