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국군 입대한 외국인에 한 달 안에 시민권 부여

박성우 2024. 1. 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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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과 계약한 군사조직도 적용... 자국 내 외국인도 급습해 입대 압력 넣어

[박성우 기자]

 AP통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러시아군과 최소 1년 이상의 계약을 체결한 외국인과 그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해 시민권 부여 여부를 1개월 내로 결정하라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 AP통신 보도 갈무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입대하는 외국인에게 러시아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러시아군과 최소 1년 이상 입대한 외국인과 그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해 시민권 부여 여부를 1개월 내로 결정하라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AP통신은 "이는 러시아가 이민자 모집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라며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의 빈국에서 온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매년 시민권을 신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용병에 시민권 부여 절차 점차 간소화하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복무하는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령에 서명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30만 명의 예비군을 부분적으로 동원한다고 발표한 직후인 2022년 9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입대한 외국인에 대해 패스트트랙 시민권을 처음으로 허용했다.

이로 인해 최소 1년 이상 러시아군에 입대하고 6개월 이상 적극적인 교전 행위에 참여한 외국인은 러시아어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나 거주 허가를 받아 5년 연속 러시아에 거주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않아도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배우자와 자녀도 신청 자격이 주어졌다. 당시 대통령령에 따라 당국은 3개월 이내에 이러한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의무가 생겼다.

2023년 5월의 또 다른 대통령령은 절차를 간소화해 최소 6개월 이상 교전 행위 참여에 대한 조항을 삭제했다. 이번에 서명된 대통령령은 당국의 시민권 결정 기간을 3개월에서 한 달로 단축시켜 외국인 용병의 시민권 부여를 최대한 빠르게 만들었다. 이번 법령에는 러시아군뿐만 아니라 '바그너그룹' 등 러시아군과 계약한 군사조직도 포함됐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법령을 서명한 이유에 대해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중앙아시아·쿠바·네팔 등 세계 각지에서 용병 모집... 자국 내 외국인도 급습 
 러시아 당국의 외국인 입대를 위한 조치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속돼 왔다. 2022년 가을에는 여러 버스 노선에 우즈벡어, 타지크어, 키르기스어로 된 입대 및 신속 시민권 제공 광고를 게재했다. 러시아 당국은 중앙아시아인들에게 4160달러(약 546만 원)의 급여를 제공한다고 선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작년 10월, 쿠바인들이 평균 월급의 100배가 넘는 돈을 제공받고 러시아군에 입대한 사실을 보도했다. 쿠바 외무부는 러시아군 모집을 위한 인신매매 조직을 적발해 형사 소송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네팔 경찰 또한 현지 청소년들에게 러시아 여행 비자로 관광을 시켜준 뒤 러시아군에 불법 징집한 일당 10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한편 AP통신은 이번 법령이 "러시아 도시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급습이 정기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급습으로 구금된 사람들은 종종 군에 입대하라는 제안을 받거나 심지어 압력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들은 의무 복무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영 사무소로 보내지고 있다.

러시아의 독립매체인 <노바야 가제타>는 가장 최근의 급습은 새해 전야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어났으며 3천 명 이상의 외국인이 구금되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익명의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급습의 목표가 군대에 입대할 남성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병력 증원... 러시아는 6천명 사상 주장하지만 서방 추산은 수십만 명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지도부는 병력을 증원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쳐 병력 증원을 명령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12월에 병력을 총 132만 명으로 늘릴 것을 지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은 "러시아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임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150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쇼이구 장관은 군이 언제 그 규모에 도달할지는 말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9월, 30만 명의 예비군 동원도 명령했다. 이 숫자는 현재 군 전력의 일부로 간주된다. 비록 푸틴 대통령이 더 많은 예비군을 소집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해 왔지만 해당 동원령은 군이 필요할 때 예비군을 추가로 소집할 수 있고 이미 징집된 예비군은 무기한 복무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023년 한해 군에 입대한 신병이 48만6천 명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이들 중 몇 명이 외국 국적자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사상자에 대해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공식적으로 러시아군은 6천 명이 조금 넘는 사상자만 발생했다고 알렸지만 서방의 추산은 훨씬 더 높다.

지난 10월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15~19만 명의 영구적인 사상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지난 12월 기밀해제된 미국 정보 보고서는 러시아군 사상자를 31만5천 명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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