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가가 끝나면 '시우 타임'이 시작된다
'천~안 현~대 이시우 이시우'. 퀸의 '위 윌 락 유' 리듬에 맞춘 응원가가 끝나면 현대캐피탈 이시우(30)가 공을 던지고 뛰어오른다. 그리고 강한 서브가 춤추듯 상대 코트로 날아간다. 그렇게 쏴올린 서브에이스가 마침내 100가 됐다.
이시우는 4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4라운드 경기 2세트 교체투입돼 서브득점을 올렸다. 2016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뒤 7시즌(군복무 기간 제외)만에 달성한 통산 100번째 서브득점이었다.
경기 뒤 이시우는 "승리해서 기분 좋다. 개인적으로 서브 100개 기록을 세워서 좋다. 팬분들도 축하해줘서 좋다"고 했다. 이어 "두 경기 전부터 팬 분들이 (100개가 눈 앞에 있다는 걸)알려줬다. 그래서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갔는데, 힘을 빼고 잘 때린 것 같다"고 했다.
이시우는 V리그를 대표하는 강서버다. 주로 교체로 들어가는 원포인트 서버지만 서브의 강도와 정확도 모두 수준급이다. 홈 구장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이시우가 등장하는 '시우 타임'엔 큰 환호성이 터진다. '雨(비 우)'자를 쓰는 그의 이름처럼 날카로운 서브는 팀에게 단비같은 활력소다.
지난달 31일 우리카드전에선 네 세트 모두 교체로 들어가 2번의 서브득점을 기록해 승기를 끌고왔다. KB전에서도 15-16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동점을 만들어 역전승에 기여했다. 올 시즌 전체 서브 시도는 102회, 득점은 11개를 기록했다. 공격득점(6점)보다 서브 득점이 더 많다. 뛰어난 서브 능력 덕분에 태극마크도 달았다.
처음부터 원포인트 서버는 아니었다. 성균관대 시절엔 오재성(한국전력)과 함께 서브 리시브를 받을만큼 수비 능력도 뛰어났다. 1m88㎝로 큰 키는 아니지만 탄력이 좋아 공격도 제법 잘 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수준급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즐비했고, 강점인 서브를 살리는 역할을 맡았다.
이시우는 "처음 왔을 때부터 (원포인트 서버가)내 역할이었다. 사실 많이 뛰고 싶은데. 서버로만 나갈 때는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가족과 팬들이 많이 격려해줘서 지금까지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1956년생)를 생각하며 56번을 쓸 만큼 가족에 대한 사랑이 애틋하다. 이시우는 "엄마는 늘 격려주줬고, 작은 누나는 가끔 채찍질도 한다"고 웃었다.
시즌 초반 이시우는 서브 득점이 줄고, 범실이 많아지는 등 고전했다. 이시우는 "시즌 초반에는 사용구가 바뀌어도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 때문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공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졌던 건 사실이었다. 연습을 하면서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대개 서브를 넣을 때 일정한 루틴이 있다. 이시우는 "엔드라인에서 공을 먼저 받고, 세 번 정도 튀기고 한 번 굴린다. 신인 때부터 해왔는데, 사실 나도 몰랐다. 누가 내게 말을 해줬는데, 잘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시우는 "팬들의 서브 응원가가 잘 들린다"며 "이름까지 듣고 '딱' 때린다. 그 타이밍이 좋아서 잘 지키고 있다. 항상 감사하다"며 미소지었다.
진순기 현대캐피탈 감독대행은 이시우에 대해 "믿음이 가는 선수"라면서 "원포인트 서버라는 타이틀로 말하고 싶지 않다. 서브를 잘 때리는 아웃사이드 히터라고 생각한다. 월등한 부분이 있어서 가려지지만, 꾸준히 잘 해온 선수"라고 말했다.
이시우가 듣고 싶은 평가도 그렇다. 이시우는 "지금은 경기를 뛰지 못해도, 원포인트 서버로만 기억남기보다는 아웃사이드 히터로서의 경쟁력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키가 작긴 한데 빠른 스윙이나 볼 처리 능력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더 채워가겠다"고 말했다.
이시우가 서브득점 100개를 달성하기까지는 7시즌, 224경기, 1226번의 시도가 필요했다. 한국배구연맹의 서브상 공식 기준기록상은 200개부터다. 이시우는 "200개는 좀 더 빠르게 달성하고 싶다. 선수 생활을 길게 하고 싶은데, 더 많이 뛰면 채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의정부=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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