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 부산엑스포 최종 PT, 부산시민 지우고 대통령 연설?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정보공개센터]
지난해 11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회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압도적인 표를 받으며 최종 개최지로 선정되었습니다. 부산의 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가운데, 이날 총회 최종 프리젠테이션(PT) 영상에 대해 혹평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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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엑스포 최종 PT 영상에 대한 언론보도 |
ⓒ 구글 뉴스 |
☞ KTV의 BIE 총회 한국 프리젠테이션 중계 영상
☞ 엑스포 최종 PT 홍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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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에 정보공개 청구한 내용과 그 답변 |
ⓒ 정보공개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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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이 공개한 HS애드의 엑스포 PT 관련 과업내용 |
ⓒ 산업통상자원부 |
HS애드는 보건복지부와 함께한 '노담 캠페인'이나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 했어요", 배달의민족의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광고로도 잘 알려진 업체입니다. "업체에 사기당한 거 아니냐"라고 말하긴 어렵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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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이 공개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5차 PT 영상 구성 및 연출 보고' 기획안(HS애드 제작) |
ⓒ 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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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이 공개한 기획안의 PT 구성안 |
ⓒ 산업통상자원부 |
이 기획안은 총 49장에 달하는 슬라이드 형식으로 11월 28일 열린 최종 PT의 오프닝 영상부터 스피치, 캠페인, 스토리 영상, 엔딩 영상까지 20분가량의 프리젠테이션 전체에 대해 그 방향과 메시지, 구체적인 스피치 내용과 영상 콘티까지 자세하게 담고 있습니다. 2030 세계엑스포 최종 프리젠테이션 기획안 링크로 접속하면 전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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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PT 브릿지 영상 콘티 기획안 |
ⓒ 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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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딩 영상의 콘셉트 |
ⓒ 산업통상자원부 |
논란이 된 엔딩 영상 역시 영상의 콘셉트 설명과 구체적인 콘티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유명 인사와 연예인이 출연하여, 부산의 기호인 숫자 1을 강조하는 전체적인 내용은 콘티 단계에서부터 그대로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획안에 따르면 대중문화와 첨단 기술, 스포츠 분야 등에서 미래를 선도하는 한국과 부산의 이미지와 함께 보팅 넘버 1을 소개하여 잔상 효과를 남기겠다는 취지인데, 투표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2차, 3차까지 가게 되었을 경우를 염두에 둔 'N차 투표 번호 인식'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는 N차 투표 없이 한 번에 후보지가 결정되었기도 하고, 경쟁 후보지였던 리야드가 전혀 다른 방식의 영상을 제작했던 것과 비교하면 과연 HS애드의 전략이 효과적이었는지 부터 의문이 듭니다.
콘티에 없던 '강남스타일'과 케이팝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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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딩 영상 기획안 |
ⓒ 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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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딩 영상 기획안 |
ⓒ 산업통상자원부 |
먼저 콘티의 흐름을 살펴보면 먼저 미래 도시 부산의 모습을 CG로 보여주고, 순차적으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영상의 슬로건인 'YOUR CHOICE YOUR FUTURE, BUSAN IS READY'를 자막으로 띄우는 형태입니다. 인물과 인물이 교차하는 과정에 지휘봉이나 무대의 스포트라이트, 부산의 야경과 건축물 등을 숫자 1로 형상화하면서, 마지막으로 부산 곳곳의 모습을 비춰주다가 부산 불꽃 축제를 배경으로 배우 이정재가 등장해 손가락으로 1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영상이 마무리 됩니다.
엔딩 영상 음악으로 흘러나온 '강남 스타일'은 콘티 단계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배경 음악에 대한 설명이 따로 적혀 있지 않은데, 기획안의 '실행 전술' 부분을 참고하면 본래는 아바(ABBA)처럼 1970~80년대 음악 중 세계적으로 유행해 익숙한 멜로디의 팝송을 활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도대체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길래 부산 엑스포 홍보 영상에 '강남 스타일'이 흘러나오게 되었는지 더욱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콘티와 실제 영상의 가장 주된 차이는 케이팝 스타들이 대거 추가되었다는 점입니다. 본래 콘티 단계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프라노 조수미, 지휘자 정명훈, 가수 김준수와 싸이, 여성 셀럽 1인, 그리고 배우 이정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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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PT 엔딩 영상 갈무리 |
ⓒ K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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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PT 기획안 엔딩 영상 콘티 |
ⓒ 산업통상자원부 |
부산 시민 빠지고 대통령 연설 넣은 오프닝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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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PT 기획안의 오프닝 영상 콘티 |
ⓒ 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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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콘티에서 "다양한 언어로 부산으로 초대하는 부산 시민들의 모습"으로 설명된 장면이 실제 영상에서는 빠져 있습니다. 그 대신에 들어간 장면이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엑스포를 홍보하는 4초 분량의 영상입니다.
"사용 소스는 검토 후 선정하였으나, 유치지원단의 최종 의견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로 짐작해 보았을 때, 결국 최종 PT 영상의 내용을 정하는 회의에서 특정한 영상 소스를 넣고 빼라는 유치지원단 측의 의견 개진이 있었고 이에 따라 전체적인 영상의 내용들이 결정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홍보 전문가가 아닌 이상 HS애드의 기획안이 엑스포 유치전이라는 목적에 걸맞게 짜여진 내용이었는지 판단하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콘티의 내용과 실제 영상 중 어느 쪽이 더 짜임새가 있는지, 부산의 매력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 비교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광고사에서 제시한 콘티 보다, 유치위원회 측의 피드백이 반영된 결과물 쪽의 퀄리티가 낮다는 것은 결국 유치위원회의 실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줍니다.
5000억 원 넘는 예산을 쓰면서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는 정부가 기본적인 프리젠테이션 영상마저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애초에 엑스포를 개최할 만한 능력이 있는 정부였는지 되묻는 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잼버리 참사'를 생각해 보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비아냥에, 한국 정부 스스로가 한국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 맨날 케이팝 스타들에게만 의존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여론이 들끓자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활동 전반을 수행했던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www.expo2030busan.kr)와 SNS 등을 황급히 폐쇄하였습니다. 유치위원회가 국무총리 산하의 민관 합동 기구로, 산업부 소속의 유치지원단을 꾸려 예산을 배정받아 활동한 공식기구였음에도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웹사이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입니다. 일단 시민들의 비판을 피하고 보자는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잼버리 참사'와 '엑스포 사태'는 그동안 메가 이벤트에 목매던 정부의 전략이 얼마나 대책 없는 것이었는지를 드러내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보다, 흔적을 지우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더 눈에 띄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국민들이 부끄러워할 일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마저 듭니다.
덧붙이는 글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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