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대세 안 될거라고요? [기자수첩-산업IT]
주행거리·충전 인프라·안전성 등 단점
과도기 단계에 진입…장기적으로 봐야

“전기차 확대는 광기의 산물.”
전기차 시장에 대해 모두가 ‘예스(Yes)’를 외칠 때 신랄한 비평을 날린 사람이 있다. 바로 미국 전 대통령이자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다.
‘광기’라는 표현이 공격적이긴 하지만 과도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이전에 없던 신시장들이 열렸다. 이에 블루오션을 찾아 전통 제조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계에서 진출해 ‘모든 산업의 교집합은 전기차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기업들만이 아니라 각국 정부도 혜택 또는 규제를 강화하며 전기차 생산·구매를 장려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광풍이 불었다.
누가 억지스럽게 등 떠밀면 하려던 일도 하기 싫어지기 마련이다. 거대 자본과 국가적 차원에서 움직이니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휩쓸리는가 싶어 ‘강요 당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는 불만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전기차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억까(억지 까기)’가 아닌 사실이다. 배터리 화재 위험성이 크고 주행거리는 짧은데 충전 시간은 길다. 그마저도 충전 인프라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불편함이 크다.
하나하나가 타협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단점들이다. 심지어 이 모든 단점을 인내해야 하는 명분이자 목적인 ‘친환경성’ 마저도 의심스럽다. 전기차 배터리의 제조과정이나 폐기 후에 환경오염 유발을 감안하면 플러스마이너스 제로 혹은 오히려 마이너스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단점은 선명하게 와닿는데, 장점은 명확하게 체감하기 힘드니 전기차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전기차 시장 관련한 기사 제목으로도 ‘주춤’, ‘둔화’, ‘부진’, ‘감소’, ‘제동’ 등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들이 즐비했다.
여기에 불과 10년 전만 해도 ‘친환경차’로 전성기를 누리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을 걷는 ‘클린디젤’을 떠올려보면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한 짙어진 회의론과 함께 의구심도 싹틀 것이다. ‘지금 큰맘 먹고 산 전기차가 나중에 애물단지가 되는 건 아닐까.’
최근 쓴 전기차 기사와 관련해 한 독자에게서 여러 통의 항의 메일을 받기도 했다. 여러 모로 문제점이 많은 전기차 시장에 대해 무지성으로 장밋빛 전망을 펼쳐 놓았다는 것이다.
잔뜩 성난 그에게 정중하게 기사의 취지를 설명하는 답신을 보냈다. 하지만 ‘전기차 대중화는 속도 조절은 될지언정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뜻은 굽히지 않았다.
‘열풍이 식었다’던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누적(1~12월, 국산+수입) 기준 16만2593대였다. 그런데 이 숫자가 전기차 고성장 시기로 불리는 2022년(16만4324대)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고작 1% 차이다. 기저효과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약진으로 볼 수 있다.
해외에서도 정부 지원 정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기차 시장 자체의 성장은 견조하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22년 100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1400만대로 늘었다. 보조금 지원 등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국가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도 한풀 꺾였지만, 전동화 전환에 적극적인 미국은 고성장세를 보였다.
진입장벽을 높였던 단점들도 ‘시간문제’이지 해결 불가능한 문제점들이 아니다. 이미 저가 전기차로 비용적인 허들을 낮추고 있으며 충전시간은 줄어들고 인프라도 확충되고 있다. 또 화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들도 분주히 개발되고 있으며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정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시장에 참여한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동이 걸리면 어떻게든 기술적 해결방법을 만들어내게 마련이다. 완성차, 배터리, 부품, 소재, 충전 인프라 등 여러 분야 기업에서 기술적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어떤 산업이든 성장 곡선은 반드시 일정한 기울기를 나타내지 않는다. 때로는 계단식 성장이 이뤄지기도 한다. 지금은 한 계단을 오르고 다음 계단을 오르기 전 숨을 고르는 단계다.
탄소연료를 태워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은 시기의 문제이지 언제고 퇴출될 운명이다. 그리고 그 대안은 전기차 외에는 없다. 속도가 문제일 뿐 방향성은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 대중화와 인프라 구축은 ‘닭’과 ‘달걀’의 관계다. 전기차는 충전할 곳이 많아지고 충전소는 전기차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지는 선순환 체제가 구축되면 양쪽 모두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내연기관차가 줄어들면 문을 닫는 주유소는 늘어날 것이고, 언젠가 기름 넣을 곳을 찾아 수십 km를 헤매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전기차가 불편하다면 지금 당장 전기차로 바꾸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당신이 전기차 구매를 위한 온라인 홈페이지에 접속할 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은 말아야 한다. 굳이 ‘전기차 광풍’에 등 떠밀리지 않아도 ‘필요에 의해’ 전기차를 찾아야 할 때가 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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