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기업에는 없는 '해피뉴이어'

박선미 2024. 1.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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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들이 열심히 뛴 덕분입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큰 폭의 임금인상률과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최고경영자(CEO)의 신년 메시지가 있다면 직원들은 얼마나 좋을까.

새해 첫 출근일 직원들이 CEO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이와 같은 희망, 축복이 가득한 응원과 격려일 것이다.

기업 CEO들의 위기의식은 기업이 직면한 과제,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 개혁과 혁신, 임직원들이 더 힘써줘야 하는 부분 등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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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홍수 속 피로감에 지친 그대에게

"임직원들이 열심히 뛴 덕분입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큰 폭의 임금인상률과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최고경영자(CEO)의 신년 메시지가 있다면 직원들은 얼마나 좋을까.

새해 첫 출근일 직원들이 CEO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이와 같은 희망, 축복이 가득한 응원과 격려일 것이다. ‘더 노력하고 뛰어달라’ 보다는 ‘지금처럼 열심히 일해줘서 감사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앞두고 있지만’ 대신 ‘더 많은 보수와 복지가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직원들은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 CEO들의 신년사 중에 이런 메시지들은 찾기 힘들다. 읽거나 듣다 보면 더 열심히 해달라는 상사의 당부, 더 나아가서는 업무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는 메시지들이 대부분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신년사에 등장하는 ‘위기’ 단어의 빈도수가 작년보다는 줄었다는 점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10대 그룹의 ‘2024년 신년사’에 쓰인 단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글로벌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로 4번째(33회)로 많이 거론됐던 ‘위기’란 단어가 올해 19위(12회)로 밀려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극심했던 지난해를 잘 견뎌낸 덕이다.

상대적인 빈도수가 줄기는 했어도 여전히 불확실성과 위기는 기업 신년사마다 등장하는 단골 단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과거 성공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금리, 고물가, 저성장 삼중고 속에 시장은 위기를 반복하며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지금을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이라 평가하며 "최고가 되겠다는 절실함,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실 한국에서 기업 규모 상관없이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진이라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위기 상황을 떼어 내고 기업의 방향성과 미래 전망을 말하기는 힘들다. 기업 CEO들의 위기의식은 기업이 직면한 과제,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 개혁과 혁신, 임직원들이 더 힘써줘야 하는 부분 등으로 연결된다. 위기 탈출을 위해서는 결국엔 임직원들이 좀 더 뭔가를 해야 한다는 신년사 당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국계 기업들은 분위기가 다르다. 글로벌 기업 CEO들도 종종 연말 연초 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이나 SNS을 통해 하고 싶은 말들을 남기곤 한다. 간결한 문구가 특징이다. 팀쿡 애플 CEO는 새해 첫 출근일인 2일 새벽 SNS를 통해 짤막한 한 마디를 남겼다. "Wishing everyone a new year full of hope and happiness(모두에게 희망과 행복이 가득한 새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역시 "Happy New Year!(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했다. 회사의 새해 비전과 방향성, 직원들에게 당부를 전하는 '새해맞이 일장연설'은 생략했다.

한국에서도 신년사로 포장된 경영진의 하고 싶은 말 대신 인사, 조직개편, 정리해고 등이 휘몰아친 연말을 버텨낸 동료들에게 응원과 격려가 담긴 따뜻한 새해 메시지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박선미 이슈1팀장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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