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녀, 이선균에 뜯은 3억 중 1억 변호사비로 썼다”

경찰, 유흥업소 실장 협박한 해킹범과 협박범 ‘동일인물’ 판단
유흥업소 실장도 공갈 혐의로 추가 입건…5일 검찰 송치

지난달 23일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 출석 당시 배우 이선균. 뉴시스

배우 고(故) 이선균(48)씨를 협박해 3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A씨(29·여)가 해당 범죄수익 일부를 변호사 선임비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버 카라큘라는 4일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범죄연구소’에 A씨 친언니와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며 “A씨는 이선균에게 받아온 3억원 중 1억원은 이미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했고 다른 1억원은 기타 사유로 썼으며 현재 경찰에는 나머지 1억원만 압수된 상태”라고 밝혔다.

A씨 친언니는 카라큘라와의 인터뷰에서 A씨가 협박범 B씨(28·여)와 범행을 공모했거나 조력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동생이 3억원을 뜯으려고 그런 빌드업을 할 머리가 안 된다”고도 말했다.

A씨가 이선균에게 받은 3억원을 협박범에게 주지 않고 계속 갖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돈을 주려고 협박범이랑 연락해서 인천 어디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그쪽에서) ‘너 말고 윗집 사는 동생(B씨)을 데리고 오라’고 말을 바꿔 (의심스러워 나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협박범이 요구가 처음에는) 2억 몇 천을 불렀다가 3억 얼마를 불렀다가 점점 금액이 올라갔다. 그래서 (동생 생각으로는) 돈을 줘도 안 끝난다고 생각해 (아예 주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돈으로 이미 변호사 고용하는 데 1억원을 썼다”고 털어놨다.

배우 고(故) 이선균씨를 협박해 3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친언니.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범죄연구소’ 캡처

A씨 친언니는 또 B씨가 A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지속적으로 금전을 갈취했고 협박 사건도 계획적으로 꾸민 일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A씨 친언니는 “(협박 사건은) 치밀하게 계획된 거라고 보고 있다”며 “(둘은) 교도소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다 (출소 이후 B씨가 아파트) 위층으로 이사 왔는데 ‘(언니) 유흥업소 다니는 거 제대로 신고를 안 해서 세금 나왔다. 내가 해결해주겠다’면서 문서를 보내 (돈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이씨와 A씨 간의 통화 녹취록을 언론 등에 제공한 이도 B씨라고 그는 말했다. A씨 친언니는 B씨가 녹취 파일을 입수한 경위에 대해 “동생이 아이클라우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어놓은 수첩이 있는데 그 수첩이 윗집 동생(B씨) 집에서 발견됐다”며 “평소 잘 챙겨줬기에 전혀 의심을 안 했는데 정황이 모이니까 (범인이) 얘라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고(故) 이선균씨를 협박해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B씨. 그의 영장실질심사 출석 모습(왼쪽 사진)과 온라인에 공개된 얼굴 사진. 뉴시스,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범죄연구소’ 캡처

한편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이씨와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며 A씨를 협박한 해킹범이 최근 공갈 등 혐의로 구속된 B씨인 것으로 사실상 판단했다. 경찰은 A씨가 주장한 해킹범의 존재를 수사했으나 제3의 인물이 드러나지 않았고, B씨가 평소 친하게 지낸 A씨를 협박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씨는 지난해 9월 “모르는 해킹범이 우리 관계를 폭로하려 한다. 돈으로 막아야 할 거 같다”며 이씨로부터 3억원을 받았다. 한 달가량 뒤 B씨도 이씨에게 직접 연락해 2억원을 요구하며 유사한 협박을 했고 결국 50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B씨는 마약 투약 전과 6범인 A씨와는 교도소에서 처음 알게 됐다. 이후 그의 아파트 윗집에 살며 7년가량 가깝게 지냈다.

B씨는 지난해 10월 핵심 증거물인 A씨의 머리카락을 들고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직접 찾아가 마약 투약 의혹을 제보한 인물이기도 하다. 경찰은 B씨가 A씨를 협박해 이씨로부터 뜯은 3억원을 자신이 받아 챙기려다 실패하자 그를 구속시키려고 마약 제보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A씨를 협박한 해킹범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씨로부터 받은 3억원 가운데 일부를 그의 가족에게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5일 B씨를 공갈과 공갈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또 이씨를 협박해 3억원을 뜯은 혐의(공갈)로 추가 입건한 A씨도 함께 송치할 예정이다. A씨는 필로폰이나 대마초를 3차례 투약하거나 피운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대마)로 지난해 11월 먼저 구속 기소돼 현재 인천지법에서 재판받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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