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필수의료의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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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응급 대란은 이미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됐다.
지난해부터 지켜본 소아 의료 현장은 곧 다음 도미노 블록이 넘어질 것이 예상되는 위기 상황이었다.
국내 첫 어린이병원인 서울 용산구 소화병원이 휴일 진료를 축소한다는 소식을 지난해 6월 처음 보도했을 때 현장의 의사들은 인근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소아 환자들이 몰릴 상황을 걱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응급실이 주 7일에서 주 5일로 진료 시간을 단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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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응급 대란은 이미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됐다. 지난해부터 지켜본 소아 의료 현장은 곧 다음 도미노 블록이 넘어질 것이 예상되는 위기 상황이었다. 국내 첫 어린이병원인 서울 용산구 소화병원이 휴일 진료를 축소한다는 소식을 지난해 6월 처음 보도했을 때 현장의 의사들은 인근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소아 환자들이 몰릴 상황을 걱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응급실이 주 7일에서 주 5일로 진료 시간을 단축했다. 의사들이 그만두거나 휴직으로 7명 중 5명이 병원을 떠났다. 국내 최초 소아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한 곳이었고 소아 응급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곳이었다. 이 기사를 처음 전하면서는 무너질 또 다른 도미노를 기다렸다가 기사를 써야 하는 비극에 놓여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의사가 없다면, 의사를 많이 채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다. 소아 응급 분야는 병원으로서도 과감한 투자를 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돈이 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A대학병원 소아응급센터는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하루 평균 200명이 넘는 소아 환자가 찾았다. 반면 하루 30명에 그치는 날도 있다. 병원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는 최소 인원과 최대 인원 사이 평균치를 잡아 인력을 운영하려 할 테고, 현장 의사들은 최대치를 기준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맞선다.
병원의 결단으로 추가 채용을 하려 해도 그다음이 문제다. 뽑을 의사가 없다. A병원은 사직과 휴직에 들어가는 결원에 대비해 의사 구인사이트에 모집 공고를 올렸다. 이 게시글에는 ‘월급이 적고 책임져야 할 일은 많은데 소아 응급을 왜 가겠나’ ‘노예로 부리나’라는 비아냥 댓글이 달렸다. 특히 최근 의료사고 발생 시 민·형사상 책임을 첫 응급 의사에게 묻는 판결이 나오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 심해졌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정부도 필수의료 붕괴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달 29일 상급종합병원 평가 결과를 이례적으로 직접 설명한 이유에 대해 “앞으로 정부가 의료전달 체계에 대해서 전면적인 개편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드리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어느 하나만 손을 대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의료전달 체계부터 수가 개선, 의료인력 소진 방지 등 대책을 ‘패키지’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한다.
이주영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응급센터 교수는 당직 일기를 적은 ‘우리는 다시 먼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라는 책을 최근 펴냈다. 초보 엄마·아빠의 걱정은 악성 민원으로 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분쟁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마주할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조경 수역처럼, 환자와 의료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의료의 바다’를 다시 만나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한밤중 소아응급실에서 보호자를 다독이며 어린 환자들의 숨을 지켜내는 일. ‘술기(의학적인 처치)’라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숭고한 일들을 해내는 이들이 바로 소아응급실 의사들이다. 이 교수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똘망똘망 예쁜 아기(환자)가 쏴준 하트에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고 적었다. 현장을 버티고 있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쥐고 있는 사명감에만 기대기에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필수의료는 붕괴를 넘어 아예 소멸할 수 있다. 필수의료가 자연스럽게 환자들과 닿아 만나는 먼바다로 다시 나가야 한다.
김유나 사회부 차장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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