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새해 첫날, 산을 오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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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인왕산에 올랐다.
성곽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완만했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험하고 가팔랐다.
새해의 아름다움은 축원하는 마음에 있다.
제 소망에만 불을 밝히지 않고 다른 이의 기도도 이뤄지길 바라는 어질고 넉넉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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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인왕산에 올랐다. 성곽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완만했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험하고 가팔랐다. 게다가 눈이 녹아 질척거렸고, 미끄러질까 봐 온몸에 뻣뻣하게 힘이 들어갔다. 한 사람이 밧줄을 잡고 올라가면 내려가는 사람이 옆으로 비켜섰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한 명이 지나가기에도 빠듯한 돌계단이 나왔다. 이윽고 정상에 다다르자 서울 시내가 시원하게 보였다. 남쪽에 사직동, 동쪽에 청운동, 자하문 고개로 이어진 북악산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사람들은 경복궁이나 청와대를 가리키거나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덕담을 주고받으며 일몰을 바라보는 이들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새해의 아름다움은 축원하는 마음에 있다. 제 소망에만 불을 밝히지 않고 다른 이의 기도도 이뤄지길 바라는 어질고 넉넉한 마음. 거기에 심지를 돋워 소망을 밝히는 뜻에 있다.
한양 성곽을 눈으로 좇으며, 올해의 단어를 ‘미음완보(微吟緩步)’로 삼기로 했다. 미음완보는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거닌다’라는 뜻이다. ‘미음’이란 단어를 발음해 보면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맞닿아 미소 짓는 모양이 되어 더욱 마음에 든다. 그럴듯한 단어를 골랐지만 과연 낮은 목소리로 세상을 읊조리는 시를 쓸 수 있을까? 나는 항상 위를 보며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회는 이만 털어내기로 한다. 어깨를 활짝 펴고 숨을 들이마신다. 청량한 바람 한 줄기가 폐 속 깊이 들어와 날숨에 빠져나간다.
칼바람을 이겨내고 비좁은 바위틈에서 꼿꼿이 자라난 소나무를 본다. 힘든 시간에 별말 없이 곁에 있어 준 친구들,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상심했을 때, 실패해도 괜찮다고 어깨를 감싸주던 가족들이 떠올랐다. 어떤 말은 삶을 다음으로 건너가게 해주는 징검돌이 된다. 이들의 격려를 디딤돌 삼아 새해 첫 메시지를 보냈다. “올해도 함께 살아주어 고맙습니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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