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대책·교회·지자체 ‘삼각 협력’… 취약계층에 ‘희망상자’ 배달
“지역에 사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긍휼을 베푸는 섬김을 통해 지역도 살고 전도도 활성화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교회 이미지가 개선되는 건 덤이고요.”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유원식)은 2년 전 추수감사절부터 지난해 성탄절까지 지역 교회와 더불어 ‘따뜻한 희망상자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는 지역사회 취약계층 및 위기가정에 식료품, 생활용품, 보건위생용품 등이 포함된 생필품 키트를 직접 포장·전달하는 NGO-교회-지역자치단체 협력 프로그램이다. 교회가 후원한 기금에 기아대책이 기금과 후원 물품을 더해 한 개당 10만 원 상당의 희망상자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 노원구 장석교회(이승현 목사)는 2022년 400개, 2023년 500개에 달하는 희망상자를 지역 사회에 전달했다. 교인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뒷받침이 되면서 예상보다 많은 희망상자를 만들 수 있었다.
이 목사는 희망상자 캠페인이 선사하는 장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이 막연하게 갖고 있는 교회에 대한 경계심을 허무는 데 일조했고, 교인들은 희망상자를 통해 “우리 교회는 바로 이런 일을 하는 곳”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이 목사는 “이제는 동사무소나 주민들이 지역 행사가 있으면 교회에 먼저 초청장을 보내고 어려운 일이 있는데 함께 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서슴없이 찾아온다”며 “희망상자 캠페인은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소통창구’로 쓰임받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장석교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어려운 이웃에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선한사마리아인 주일’을 만들어 사랑의 쌀과 헌금을 모으고 헌혈을 했다. 여기서 모아진 물품과 기금은 그때 그때 필요한 곳에 흘려보내졌다.
교회 앞에 ‘월계문화복지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고, ‘실로암부’라는 장애인 부서도 활발하게 가동하고 있다. 이 목사는 “온정의 사역들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교회의 올바른 상을 빌드업하다가 이번 희망상자 캠페인으로 마침내 완성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6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전중부교회(조상용 목사)는 2년 전부터 기아대책과 함께 지역 이웃들에게 희망상자를 나눠주는 사역을 하고 있다.
교회 인근 동사무소와 통장들의 협조를 받아 불우 이웃들을 선정한 후 각 동사무소와 통장들을 통해 희망상자를 전달한다. 지난해에 전달한 희망상자는 총 350개였다. 각 희망상자에 교회 이름이 적시돼 있는 만큼 지역 사회에 교회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조 목사는 교회가 언제나 지역 사회와 함께 하면서 이웃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무인도에 따로 떨어져 있는 공동체가 아니다”며 “교회의 사랑나눔과 구제사역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수한 목적으로 사역이 이뤄져야 한다. 흔히들 구제 사역이 전도를 위한 방편이라고 하는데 구제는 전도 전략이 아니라 그 자체로 전도다. 구제는 예수님의 삶을 실천하는 본질적 사역”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는 2022년 400개의 희망상자를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과 기관에 전달했다. 아울러 250개의 희망상자를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에 보냈다. 2023년에는 전년도와 동일한 분량의 희망상자를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과 미자립 교회 등에 전달했다.
유 목사는 희망상자 캠페인의 수혜를 본 다양한 곳들 중 지역아동센터와 관련된 일화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는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생활하는 자매가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지급되는 수급비만으로 어렵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며 “이번에 자매가 두 손 가득 희망상자 선물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모습과 연신 감사를 표하는 할머니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렸다. 앞으로도 희망상자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호산나교회는 이전부터 지역 사회와 소외 이웃 지원 사역에 힘써왔다. 그 바탕에는 ‘호산나 복지재단’이 있었다. 유 목사는 “‘긍휼 사역’을 통해 지역 사회와 이웃들을 섬기는 일이 곧 교회의 올바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역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대책은 올해에도 희망상자 캠페인을 이어갈 예정이다. 더 많은 교회, 기업 등과 협력해 이전보다 더 많은 희망상자를 꾸려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간다. 유원식 기아대책 회장은 “국내외에 여전히 긴급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며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 기업들과 연합해 국내외 취약가정을 발굴하고 긴급지원을 통해 어려운 순간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돕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부어라 마셔라… 선 넘은 취중토크… 유튜브 ‘술방’에 대처하는 기독 청년들의 자세는 - 더미
- 우상 숭배 가득한 섬에, 17년 만에 놀라운 일이… - 더미션
- “성경에 답 있다” 묵상하며 필사·암송 ‘필수’… 금식기도도 방법 - 더미션
- “살아온 시간, 지나온 순간들 당연한 것 하나 없는 은혜였다” - 더미션
- 지역 주민 편의 위해 교회 주차장 개방했더니… 장기 주차에 “차 못 뺀다”는 빌런까지… - 더
- 저출산·고령화 시대, 교회가 갈 길은…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
- 내년 의대 정원 2천명 늘린다…27년 만에 이뤄진 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