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부 인사 쇄신으로 재판 지연, 포퓰리즘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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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예산 총괄 법원행정처장에 천대엽 대법관 내정
법원장 후보 추천제 등 ‘김명수 대법’ 적폐 개혁해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을 교체하기로 했다. 후임으로 천대엽 대법관을 내정했다고 한다. 현안이 산적한 사법부 혁신을 위해 필요한 인사다. 행정처장은 전국 법원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한다. 대법관 임명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인사에도 관여한다. 대법원장의 오른팔에 비유할 수 있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재판 지연 해결을 약속했다. 이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인 김 처장의 도움으로 풀어가긴 불가능하다.
조 대법원장 앞에는 전임자가 남긴 숙제가 태산이다. 사법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재판의 평균 처리 기간이 민사 본안은 245일에서 420일로, 형사 공판은 158일에서 223일로 증가했다. 사건의 복잡화도 요인이지만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와 법원장 후보 추천제 등 경쟁을 없애고 포퓰리즘을 부추긴 정책이 주범으로 꼽힌다.
정치적인 사건은 더 심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의원 재판은 1심 판결까지 각각 3년2개월, 2년5개월이 걸렸다.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무더기 증인 신청 등으로 지연전술을 쓴다는 비판을 받는다.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들이 재판부 기피신청 등의 전략을 쓰면서 줄줄이 보석으로 풀려났다.
예전엔 판사가 납득하지 못할 이유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후임자에게 떠넘기면 박한 평가로 불이익을 받았지만, 경쟁이 사라진 법원에선 예삿일이 됐다.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을 대거 발탁했던 편향 인사는 유능한 법관에게 중요한 재판을 맡긴다는 원칙을 훼손했다.
이 모든 적폐를 조 대법원장이 풀어야 한다. 조만간 있을 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유능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방법원장으로 임명하는 길은 막았다. 역량을 인정받아 고법으로 간 판사가 1심 재판에 관여하는 진로를 차단한 ‘법관 인사 이원화’는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유능한 판사에 대한 역차별이 로펌행을 부추기고 재판 지연을 심화한다. 시급한 법관 증원 문제 역시 검사 증원과 묶어 처리하려는 기류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런 난제를 풀려면 행정처장의 역할이 막중하다. 천 대법관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제청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그런데도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씨의 징역 4년형을 확정하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댓글 조작에 유죄 의견을 내는 등 균형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대법원장을 도와 치우치지 않게 사법 현안을 풀어갈 것을 기대한다. 특히 조 대법원장은 나이 제한(만 70세)으로 임기가 3년6개월뿐이다. 정상의 궤에서 벗어난 사법부를 바른 길에 올려놓으려면 속도가 관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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