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유네스코 유산 인플레
“그나저나 ‘유네스코’는 잊을 만하면 어딘가에서 튀어나와 한국의 무엇을 수식한다는 점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참 비슷하지 않은가.” 『전국축제자랑』이 한 지방의 축제를 소개하며 덧붙인 촌평이다. ‘유네스코’는 한국의 유산을 수식한다. 우리 유산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인증으로 활용된다.
이 책이 슬쩍 꼬집은 대로 한국의 유네스코 유산은 많기도 하다. 유네스코 유산은 세계유산과 인류무형문화, 세계기록 등 세 유형이 있는데, 현재 한국에는 세계유산이 16건이고 무형문화는 22건, 기록은 18건이다. 도합 56건이다. 세계 전체로는 각각 1199건, 730건, 496건이고 총 2425건이다.
흔해지면 값이 내려간다. 유네스코 유산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UNESCO)는 총량을 설정해두지 않은 채 등재 유산을 계속 늘리고 있다. 유네스코 유산이라는 이름값은 앞으로 점점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유네스코 유산이 되면 받는 혜택, 예컨대 보전을 위한 자금 지원이 있지 않을까? 유네스코는 유산을 심사해 등재해줄 뿐, 각 유산의 보전은 신청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이라는 게 이 국제기구의 입장이다.
‘인정 욕구’는 국가나 지자체 단위로도 나타난다. 중국은 세계유산과 무형문화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기록에서 18건으로 중국 14건과 일본 7건을 앞질렀다. 한국은 무형문화에서는 22건으로 일본과 비겼다. 전체 숫자로 비교하면, 중국과 한국이 유네스코를 통한 세계적인 인정을 갈구한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오늘도 힌국의 상당수 공무원은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어느 지자체는 세계유산을, 다른 곳은 무형문화를 목표로 잡았다. 세계적인 허명보다는 작은 실질을 추구하는 쪽으로 행정력과 돈을 돌릴 때도 됐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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