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앤드루…유명인사 다 있네, 성범죄 의혹 ‘엡스타인 명단’ 공개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된 후 구치소에서 자살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사람들의 실명이 3일(현지시간) 공개됐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엡스타인 재판 관련 문건 40건을 공개했다. 약 1000쪽 분량인 이 문건들은 피해자 중 한 명인 버지니아 주프레가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착취 행각을 도운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을 상대로 2015년 제기한 소송관련 문건이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생전 폭넓은 인맥을 자랑했다. 이른바 ‘엡스타인 명단’이라고 불리는 리스트에는 그의 재판에서 익명으로 처리된 인물은 17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문건에서 실명이 적시된 인사 대다수는 이미 엡스타인과의 관련성이 드러나 홍역을 치렀던 인물이라면서 “새롭게 나오는 정보가 있을지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실제,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최고경영자였던 제스 스테일리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공동창업자 리언 블랙은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이미 사퇴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빅토리아 시크릿 창업자 레슬리 웩스너 등도 이와 관련해 명성에 흠집이 났다.
외신은 이날 공개된 문서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영국 앤드루 왕자와 관련한 내용에 주목했다. 이 문건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어린 여성을 좋아했다거나 미 정치권과 금융계 주요 인사들과 성관계를 했다는 주장 등도 포함됐다. dpa 통신은 피해자 중 한 명인 요안나 쇼베리가 재판에서 한 증언에는 엡스타인에게서 “(클린턴 대통령은) 소녀들과 관련해선 어린 걸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 뉴욕포스트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쇼베리가 “앤드루 왕자가 2001년 엡스타인의 맨해튼 타운하우스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내) 가슴에 손을 얹었다”고 말한 사실이 법원 기록에 있다고 전했다.
영국 왕실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으나 앤드루 왕자는 자신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피해자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했으며 왕실 직함 대부분을 박탈당한 채 왕실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밖에 유명 마술사 데이비드 코퍼필드와 과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등의 이름도 나왔다.
엡스타인은 1990년대부터 자신이 소유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한 별장에 10대 소녀 수천 명을 데려와 성착취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이곳에 유력 인사와 지인들을 초대했다. 2017년부터 진행된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이런 만행이 드러났다.
그의 전 연인 길레인 맥스웰은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대 소녀들을 모집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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