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헬기 전원’ 거센 후폭풍…서울대·부산대 신경전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 피습 직후 의료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된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응급헬기 이송 기준을 벗어난 ‘제1야당 대표의 부산→서울 전원(병원 이송) 결정’을 두고 4일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의료진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부산 의료계가 이 대표 전원을 결정한 민주당을 향해 사과를 요구하는 등 이번 사태로 불거진 갈등이 갈수록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수술 결과와 회복 경과를 브리핑했다. 민 교수는 “근육(목빗근)을 뚫고 그 아래에 있는 속목정맥(내경정맥) 앞부분이 둘레 60% 정도 예리하게 잘려져 있었고 핏덩이가 고여 있었다”며 “다행히 더 뒤쪽에 있는 동맥이나 뇌 신경, 식도, 기도 손상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이 대표가 의료 헬기로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경위도 밝혔다. 그는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난도가 높아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 수술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대병원의 말은 다르다. 부산대병원은 애초 이 대표에 대한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보고 바로 수술에 들어가는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천준호 민주당 비서실장과 수행비서에게 수술해야 한다고 하자 가족들과 상의 결과 서울대병원에서 하기를 원한다고 했다”며 전원 요청이 병원이 아니라 이 대표 측의 요구였음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인의 경우 이런 이동은 생각도 못 할 뿐더러 그렇게 할 수도 없지만, 야당 대표가 가겠다는데 붙잡을 수도 없어서 서울대병원과 통화를 한 것”이라며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지금 보낼 건데 가능하냐 물었고, 가능하다고 해서 전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부산대병원에선 4명 넘는 전문의 등이 모여 환자 상태를 살폈고, 일부는 전원이 위험하다며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헬기로 이송하는 것은 가능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김 센터장은 “우리가 전원을 요청한 것도, 헬기를 요청한 것도 아니다. ‘헬기에 탑승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만 판단했다”고 국민일보에 입장을 전했다.
이날 서울대의 브리핑을 두고 부산 의료계에서는 마치 부산대병원 의료진의 실력이 부족하거나 수술을 할 수 없어 전원 조치가 이뤄진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해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부산시의사회는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민주당의 표리부동한 작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민주당이 지역 시민과 의료진에 즉각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부산시의사회는 “부산대병원에서 1차 응급조치가 이뤄진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보여준 이중적이며,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에 지역의료인들은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환자의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 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했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국가 외상 응급의료 체계이며,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부족의 해결책으로 ‘지역 의사제’와 ‘지방 공공의대 설립’을 입법 추진한 민주당 스스로가 ‘우리나라 지역의료 문제의 실체’를 전 국민에게 생방송 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증명해 보였다”며 “특히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잘하는 병원에서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며, 의료기관을 서열화하고 지방과 수도권을 ‘갈라치기’ 했다. 이러고도 민주당이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부족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부산시의사회는 “심각한 응급상황이 아니었음에도 119 헬기를 전용했다는 것은 그 시간대에 헬기 이송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사용 기회를 강탈한 것”이라며 “과연 대한민국 그 누가, 자신이 원한다고 하여 지역에서 119 헬기를 타고 자신들이 원하는 상급 종합병원으로 갈 수 있단 말인가. 숨겨두었던 선민의식이 베어져 나온 국민 기만행위이며,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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