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창업에 아이디어 ‘한 스푼’ 타서 다시… 수익 높은 사업 보면 발 빠르게 업종 전환
연쇄 창업가. 창업을 한 번 시도한 뒤 다시 한 번 더 창업에 도전하는 경영자를 말한다. 이들은 첫 창업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다시 창업에 도전하는 덕분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연쇄 창업 기업의 생존율과 성공률은 신생 창업 기업 대비 월등히 높다.
무엇보다 연쇄 창업은 40대와 50대 활약이 두드러지는 분야다.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교훈 삼아 중장년 나이에 성공을 거머쥐는 경우가 상당수다. 실제로 중소기업연구원이 재도전 중소기업(재창업 기업)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재창업에 도전한 75%가 40대와 50대였다. 50대가 47%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8%로 뒤를 따랐다. 또 중·장년층일수록 혁신성, 시장 선도성 같은 기업가적 역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과 실패에서 교훈 얻다
연쇄 창업 유형은 3가지다.
첫째 ‘업그레이드’형 창업가다. 첫 창업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보완점을 찾아 다시 사업에 도전하는 경우다. 둘째는 7전 8기 경영자다. 수많은 실패와 폐업을 딛고, 마침내 성공한 이들이다. 셋째는 업종 전환이다. 기존 사업보다 더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찾아 업종을 계속 전환, 안착하는 사례다.
‘중고나라’로 성공을 거둔 뒤 ‘커머스리그’를 재창업한 이승우 대표는 첫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 2021년 3월 중고나라를 매각한 그는 40대 중반 나이에 리셀 전문 기업 ‘커머스리그’를 설립하며 다시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승우 대표는 “중고나라를 매각하고 정리하는 시점에 아쉬움이 많았다. 중고나라 대표로 일하며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고민했던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커머스리그’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커머스리그는 리셀과 게임 요소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가 싼 가격에 물건을 떼오면 커머스리그 회원이 셀러로서 SNS 혹은 온라인에서 같은 날 동시에 직접 물건을 판매한다. 누구나 셀러가 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는 급상승했다. 정식 서비스 1년 만에 앱 다운로드 수는 11만건을 기록했고, 회원 수는 8만명을 넘어섰다. 2024년 상반기에는 흑자전환을 기대한다.
컴투스를 창업한 이영일 해긴 대표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를 목표로 한 게임사를 만들기 위해 게임사 해긴을 설립했다. 컴투스 창업 후 20년간 회사를 운영했던 그는 2013년 게임빌(컴투스홀딩스)에 회사를 7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2017년, 44살의 나이에 해긴을 창업하며 게임업계로 복귀했다. 해긴은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처음 개발한 게임 ‘홈런 클래시’는 서비스 시작 첫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승우 대표와 이영일 대표처럼 연달아 성공하는 창업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창업은 본래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 젊은 시절 실패만 겪다 40대에 와서 비로소 빛을 보는 창업가가 상당수다. 이른바 ‘오뚝이’형 경영자다.
공간 서비스업 업체 마켓메이커의 전세운 대표는 대표적인 ‘7전 8기’형 창업가다. 전 대표는 마켓메이커를 만들기 전 총 3번 창업했다.
첫 번째 회사인 광고기획사는 제일 큰 광고주의 부도로 문을 닫았다. 두 번째로 도전한 IPTV 회사는 투자 회사가 자금을 유용,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결별했다. 마지막 온라인커머스 회사는 일부 동업자와 갈등을 겪으며 사업이 급격히 흔들렸다. 전 대표는 실패한 경험에서 배운 노하우를 기반으로 4번째 창업에서는 드디어 성공을 거뒀다. 그가 이끄는 마켓메이커는 ‘집 앞으로 찾아가는 팝업스토어’라는 슬로건으로 소비 인프라가 취약한 신도시에 로컬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프라가 없는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플리마켓, 문화 행사 등을 진행하는 일이다. 현재까지 약 600회의 행사를 진행했고, 참여한 판매자 수는 1만6000팀에 이른다. 단순히 행사만 진행하는 게 아니다. 수익성이 상당하다. 팝업 1회당 수익은 60%에 육박한다.
전 대표는 “시간이 지나 생각하면, 결국 경영자인 나 자신의 문제가 가장 컸다. 냉철한 판단 없이 사람들의 선의에만 기댔다. 정신을 차리고 객관적으로 시장을 분석했다. 7년의 경험을 토대로 경영에 집중하니 길이 보였다”고 회고했다.
성공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와중에,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업종을 바꿔 재창업하는 경영자도 있다.
군인 소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더캠프의 장철민 대표가 대표적이다. 미디어커머스 기업을 운영 중이던 그는 화장품 관련 아이템을 찾던 중 우연히 군대 PX 사업을 접했다. 젊은 소비자는 많은데 진입장벽이 높은 군납 시장을 보고 ‘도전할 만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마침 시대 변화가 적절했다. 옛날처럼 직접 손으로 쓰는 게 아닌 인터넷으로 편지를 쓰는 시대가 됐다. 특히 오가는 사람이 많은 군대에서 인편(인터넷편지)의 디지털화를 가속하는 사업을 하면 호응을 얻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인편 사이트랑 앱을 만들며 연쇄 창업에 도전했다. 창업하자마자 대한민국 육군과 10년 장기 협약을 맺었다. 이후 군 커뮤니티 사업을 확장시켜 더캠프만의 수익 모델을 형성, 사업에 안착했다. 더캠프 사업의 성과는 발군이다. 누적 앱 다운로드 건수는 580만건을 넘어섰고 더캠프 앱을 통해 오간 누적 위문편지 수는 5500만통에 달한다. 하루 앱을 켜고 사용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만 10만명에 육박한다.
빠른 결단력, 회복 탄력성
40대 이상 연쇄 창업가의 경우 기업 생존율과 성공률이 신생 창업 기업, 젊은 연쇄 창업가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연쇄 창업에 성공한 경영자들은 이유를 2가지로 꼽는다. ‘빠른 결단력’과 ‘회복 탄력성’이다.
빠른 결단력은 기존 창업 경험과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능력이다. 경험이 부족한 경영자는 필요한 시기에 빠른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사업 중단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반면 중·장년 연쇄 창업가는 다르다. 이미 오랜 기간 성공과 실패를 겪은 덕분에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거침이 없다. 이승우 대표는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과감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온다. 첫 창업 때는 그런 시기가 올 때마다 두려움과 걱정 때문에 결단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지금은 아니다. 이전의 실패 과정에서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빠르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덕분에 회사에 위기가 오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대처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회복 탄력성은 40대 이상 연쇄 창업가가 가진 제일 강점이다. 회복 탄력성이란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능력을 말한다. 연달아 창업을 경험한 이들은 실패를 많이 겪은 덕분에 사업이 한 번 고꾸라지더라도, 문제점을 파악하고 복구하는 수완이 탁월하다. 장철민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 늘 위기가 찾아온다. 경영에 손을 떼는 그날까지 위기는 경영자 옆에 존재한다. 연달아 창업을 하다 보면 무수한 성공과 실패를 겪는다.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한다. 자연스레 회복 탄력성을 기르게 된다. 탄탄한 회복 탄력성만 있다면 위기가 수없이 와도 헤매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1호 (2024.01.01~2024.01.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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