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태극전사, UAE서 벤투와 '감격' 재회→WC 16강 주역들 '함박 웃음'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축구대표팀이 2022년 말 태극전사들과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일궈낸 파울루 벤투 현 아랍에미리트(UAE) 대표팀 감독과 만났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어제 뉴욕대 아부다비 캠퍼스에서 진행된 현지 첫 훈련에서 벤투 감독이 이끄는 UAE 대표팀과 훈련 일정이 겹쳤다. 훈련 후 현장에서 잠시 재회했다"라고 4일 밝혔다.
KFA가 공개한 사진 속에서 벤투 감독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등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함께했던 주역들과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울산HD) 역시 벤투 감독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벤투 감독과 조현우 모두 함박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번 대표팀 멤버 26명 중 15명이 카타르 월드컵 때 벤투 감독과 호흡했던 멤버들이다. 골키퍼 김승규(알샤밥), 송범근(쇼난) 등 3명은 모두 카타르 월드컵에 나섰고, 김영권(울산), 김민재, 김태환(울산), 김진수(전북·이상 수비수), 황인범, 이재성(마인츠), 이강인(PSG), 손흥민(토트넘),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황희찬(울버햄프턴), 조규성(미트윌란) 등 필드플레이어 11명도 카타르 월드컵 멤버였다. 공격수 오현규(셀틱)는 비록 최종엔트리에 오르진 못했으나 단 한 명의 예비 멤버로 카타르에 동행했다.
벤투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가장 성공 스토리를 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외인 감독으로 평가된다. 2018년 8월부터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약 4년 반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다. 한국인과 외인을 통틀어 가장 장기간 한국 대표팀을 이끈 지도자다.
모든 과정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부임 후 첫 국제대회였던 2019 UAE 아시안컵에서 벤투호는 신흥 강호 카타르에게 일격을 당해 8강에서 탈락했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대표팀에 자신이 추구하는 볼 점유에 이은 빠른 공격 전환을 지향하는 축구를 입히기 시작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이전 두 번의 월드컵 예선의 불안함을 씻어내는 성적(7승 2무 1패)으로 대한민국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월드컵 전 열렸던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며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카타르에서도 벤투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했고 이것이 세계 무대에서 통했다.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한 조에 속한 한국은 1승 1무 1패, 승점 4로 3위 우루과이를 다득점에서 밀어내고 역대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2-3으로 패한 가나전 종료 직전 코너킥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 주심이 일찍 경기를 마무리 짓자, 한국 선수들이 격렬히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벤투 감독이 선수들 대신 득달같이 달려들어 항의해 퇴장을 받아 선수들을 보호하는 리더십도 보였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과의 최종전을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지켜봤지만, 4년 반 동안 함께 해 온 벤투 감독의 축구로 한국은 2-1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해 역사를 썼다.
비록 16강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 대표팀에 1-4 참패를 당하긴 했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거둔 원정 월드컵 16강이었다는 점은 박수를 받아 마땅했다.
월드컵 종료 후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었던 벤투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하고 그대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 7개월 가량 휴식을 취하다 지난해 7월 UAE 사령탑에 올랐다. 폴란드, 가나 대표팀 물망에도 올랐으며, 프리미어리그 사령탑 유력 후보로도 지목됐지만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던 UAE 부임을 선택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UAE는 새 전성기를 열어젖히고 있다. 감독 데뷔전이었던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전에서 4-1 대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쿠웨이트(1-0 승), 레바논(2-1 승), 네팔(4-0 승), 바레인(2-0 승), 키르기스스탄(1-0 승)까지 A매치 6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7일 예정된 오만과의 평가전을 승리한다면 7연승도 내다볼 수 있다.
클린스만호와는 대진상 8강에서 만날 수 있다. 벤투 감독의 UAE는 이란, 홍콩, 팔레스타인과 함께 C조에 편성됐다. 클린스만호는 요르단, 바레인, 말레이시아와 E조에 묶였다. UAE와 클린스만호가 모두 조 1위로 16강에 올라 8강까지 간다면 맞대결이 성사된다.
지난 7월 UAE 감독 부임 당시 벤투는 "중요한 대회들을 앞두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11월에 시작한다. 내년 1월엔 아시안컵이 있다. 우리 열망은 너무나 크다"면서 클린스만 감독처럼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부다비로 향하기 전날인 지난 2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환송식에서 "꼭 64년 만에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여러분과 아시안컵을 들어 올리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대회 전 반갑게 재회했던 벤투 감독이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와 적으로 만나게 될지도 많은 관심을 끌 예정이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엔트리(26명)
GK=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 송범근(쇼난)
DF=김영권(울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승현(울산) 김주성(서울) 김지수(브렌트퍼드) 설영우(울산) 김태환(울산) 이기제(수원) 김진수(전북)
MF=박용우(알아인) 황인범(즈베즈다) 홍현석(헨트) 이순민(광주) 이재성(마인츠) 이강인(PSG) 손흥민(토트넘)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황희찬(울버햄프턴) 문선민(전북) 박진섭(전북) 양현준(셀틱)
FW=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셀틱)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연합뉴스, UAE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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