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가짜뉴스 전파자들, 의외의 공통점
[박성우 기자]
▲ 38회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방지에 대해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
ⓒ 윤석열 유튜브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을 두고 온라인에서 여러 가짜뉴스가 나돌고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에 대해 여야 가릴 것 없이 비판하고 나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3일 "가짜뉴스로 2차 가해, 2차 테러를 가하는 자들도 흉악범 못지않게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또한 3일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이 건과 관련해 이런저런 억측이 당내에서는 없길 바라고, 우리 당원들은 그렇게 현재 자제하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4일 윤희석 선임대변인이 "국민의힘은 현 상황을 엄중히 직시하며 모든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이 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여당 지지층 사이에서 가짜뉴스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가짜뉴스가 나도는 온라인 공간은 '가짜뉴스 척결'을 천명한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는 곳이어서 의혹을 사고 있다.
▲ 국민의힘 지지층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국민의힘 갤러리를 살펴보면 "나무젓가락 맞고 중환자실 입원한 놈", "나무젓가락 부러진 거 찍힌 영상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나무젓가락 맞는데.." 등의 제목을 단 게시글이 수십 개 이상의 추천을 받는 등 이 대표가 흉기가 아닌 나무젓가락에 찔렸다고 아예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
ⓒ 국민의힘 갤러리 |
국민의힘 지지층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국민의힘 갤러리를 살펴보면 "나무젓가락 맞고 중환자실 입원한 놈", "나무젓가락 부러진 거 찍힌 영상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나무젓가락 맞는데.." 등의 제목을 단 게시글이 수십 개 이상의 추천을 받는 등 이 대표가 흉기가 아닌 나무젓가락에 찔렸다는 것을 아예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100개 이상의 추천을 받은 한 게시글은 "이제 진짜 화가 나다 못해 세상이 무서울 지경"이라면서 "우리 경찰, 언론, 정치는 흉기가 절대 나무젓가락이 아니라고 말하며 '그저 사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음모론자, 가짜뉴스 생산유포자로 치부한다"며 흉기가 아닌 나무젓가락이 사실임에도 경찰과 언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2일 경찰은 "나무젓가락 등 다른 물건으로 찔렀다는 기사가 있는데 해당 보도는 오보"라며 "압수한 흉기를 감정한 결과 칼에 묻은 혈흔과 이 대표의 혈흔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응급치료를 실시한 부산대병원 역시 3일 JTBC에 "내경정맥 손상"이며 "정맥 내부가 찢어진 것으로, 나무젓가락으론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서울대병원의 브리핑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갤러리는 "서울대 전라도 의사XX ㅋㅋㅋ"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조국같은 XX인가보네 냄새나 미리 세팅 쫙"이라는 내용을 게시하며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이 게시글 또한 26개의 추천을 받았다. |
ⓒ 국민의힘 갤러리 |
심지어 이 대표를 수술한 서울대병원 또한 4일 브리핑을 통해 "목 부위에 칼로 인한 자상으로 인해서 속목정맥의 손상이 예상됐다", "좌측 목 목비근 위로 1.4cm의 칼로 찔린 자상이 있다", "칼로 인한 외상의 특성상 추가적인 손상이나 감염 그리고 혈관 수술한 뒤에 합병증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경과는 조금 더 잘 지켜봐야 한다"며 이 대표의 부상이 칼로 인한 것임을 명백히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브리핑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갤러리는 "서울대 전라도 의사XX ㅋㅋㅋ"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조국같은 XX인가보네 냄새나 미리 세팅 쫙"이라는 내용을 게시하며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이 게시글 또한 26개의 추천을 받았다.
한편 국민의힘 갤러리는 지난 12월에도 프랑스 통신사 AFP가 생존전문가 베어 그릴스가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두고 "전라도에서의 끔찍한 경험은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가짜뉴스를 공유한 곳으로 보도한 적이 있다(관련기사: 베어 그릴스가 전라도 비난? AFP "그건 가짜뉴스" https://omn.kr/26n1o).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러한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국민의힘 갤러리를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토론회에서 "우리 국민의힘 갤러리에 (위장당원) 증거가 있다"며 국민의힘 갤러리를 신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의 운영자 이봉규씨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나오는 설에 의하면 그것도 이제 확인이 필요하겠습니다만 오른손으로는 종이칼. 왼손으로는 진짜 칼, 그러고선 오른손으로 찔렀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나중에 수사로 다 밝혀지겠지만 가능성을 열어놓고 분석을 하는 것"이라고 얘기해 비판을 받았다. |
ⓒ 유튜브 '이봉규TV' 갈무리 |
이번 피습 사건에 가짜뉴스를 전파한 곳 중에는 비단 국민의힘 갤러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의 운영자 이봉규씨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나오는 설에 의하면 그것도 이제 확인이 필요하겠습니다만 오른손으로는 종이칼, 왼손으로는 진짜 칼, 그러고선 오른손으로 찔렀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나중에 수사로 다 밝혀지겠지만 가능성을 열어놓고 분석을 하는 것"이라고 얘기해 비판을 받았다.
이씨의 유튜브 채널에는 지난 2022년 8월 강승규 당시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출연해 구설에 올랐다. 강 전 수석은 시민사회수석 신분으로 두 차례 해당 채널에 출연했고 대선 전에도 한 번 출연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강 전 수석의 채널 출연에 대해 '대통령실 입장을 알리는 것으로 문제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이 "자면서도 내 방송을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씨는 윤 대통령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고양이와 누워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사진을 특정하며 해당 사진을 찍을 때 자기 방송을 보고 있었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가짜뉴스 추방 운동이 인권과 민주 정치를 확고하게 지켜줄 것"이라며 '가짜뉴스 척결'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피습사건에서 가짜뉴스 전파에 앞장 선 곳들은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증거가 있다'며 언급했으며, 대통령실 수석이 현직에 있을 때 출연까지 하고, 진행자가 '윤 대통령이 즐겨본다'고 이야기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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